'솔약국집 아들들'을 이은 '수상한 삼형제'에 등장한 이름을 보고 그 유명한 작가를 떠올렸습니다. 문영남작가. 맞더군요^^ 이름과 배역의 일치감을 맛보게 하는데... 이번에 등장한 삼형제의 엄마이름(전과자)과 둘째며느리의 친정엄마이름(계솔이)은 많이 거슬렸습니다. 계솔이를 발음해보면 아~~ 그 역할이 어떤지 과히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만 그래도 너무 심한 표현...
아버지-김순경(박인환). 엄마-전과자(이효춘).
첫째아들-김건강(안내상). 둘째아들-김현찰(오대규). 막내아들-김이상(이준혁).
앞으로 자리잡을 첫째며느리-엄청난(도지원). 이미 전업주부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둘째며느리-도우미(김희정). 첫사랑에 배신당해 처량한 모습으로 막내와 얽히고 설키다 막내며느리가 될 -주어영(오지은).
그리고 이 집안의 가족은 아니지만 첫방부터 시청자의 미움을 받은 왕재수(고세원)가 등장하는데, 주어영의 과거연인으로 사법고시에 합격하자마자 여인을 배신한 인물로 나와, 경감인 김이상과 평탄치 않은 관계가 될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가족간의 오붓한 저녁시간을 보내려는데 경찰인 막내가 식당으로 출동하게 됩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식당에서 남녀가 다투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연인이었던 남녀가 이별을 하면서 못난짓이란 못난짓은 다 보이고 있었습니다. 흔한 스토리로, 사법고시생을 만난 여자가 뒷바라지를 열심히 했는데, 남자가 배신합니다. 이에 분노한 여자의 분풀이가 시작되자, 식당에 있던 손님들이 다 나가고 주인이 신고를 했나 봅니다. 이런 곳에도 경찰이 불러가야함이 좀 씁쓸했습니다.
주어영(오지은)/ 야~ 너 내가 5년동안 니 뒷바라지 했는데 이러기야? 내가 사준옷, 내가 사준 시계, 내가 사준 신발, 내가 사준거 다 벗어놓고 가!
왕재수(고세원)/ 더럽고 치사해서 벗어준다. 신발은 엄마가 사준거고 넥타이는 현재의 여친이 사준거라며 속옷바람에 구두와 넥타이를 목에 걸고 도망가는 왕재수가 마지막으로 던지는 말, 너 정신병원 가봐. 넌 치료 좀 받아야 돼. 애정결핍으로 사람에 대해 집착하고 있다나 뭐라나...
이 남자 이름답게 정말 왕재수입니다. 배신하고 떠나는 마당에 치사하게 이런 말까지 다 해야합니까? 어차피 마음은 출세한 남자가 변한 것이니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용서하라고 서로 좋게 헤어지면 좋을 것을... 배신당한 여자나 배신한 남자나 정말 치사하도록 밑바닥을 다 보였습니다.
대부분 눈에 익은 배우들 속에서 첨보는 인물로, 이둘의 관계가 사랑의 배신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눈여겨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제 눈엔 신인처럼 보이는 두사람인데 안방극장의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신고식을 했습니다.^^
다 벗어놓고 도망가는 남자를 때려주고 싶은데 경찰이 말립니다. 분이 풀리지 않아 울면서 치를 떠는 이 여인은 자신이 누구한테 안겨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격분해서 소리를 지릅니다. 도망가는 남자가 괘씸한 만큼 여자는 더 처량하고 불쌍해보였습니다.
잘 나가는 보석디자이너로 자신의 일에 철저하며 자존심강한 주어영이지만, 5년이나 뒷바라지 해온 남자친구가 사법고시에 합격하자마자 문자로 이별통보를 하자, 이에 분노가 폭발하여
애인에게 물세례 퍼붓기,
하이힐 던지기,
술주정하기,
받을때까지 전화하기,
임신했다고 협박하기 등...
이별통보에 대처하는 최악의 모습을 연기하며 배신당한 사랑에 한없이 망가지고 있는 모습을 애처롭게 발산했습니다. '자존심도 없나 저렇게까지 망가지게... '라는 생각과 함께 불쌍했습니다.
소란을 피운 다음날, 식당에 찾아가서 죄송하다고 인사를 하고 변상비를 내밉니다. 그때 식당아줌마가 당당하게 살라고 충고합니다.
"그 남자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나서 잘 사는게 복수하는 거야."
그러나 주어영은 5년간의 세월을 금방 정리하지 못하는 아픈 마음을 안고 술을 마시다 왕재수를 떠올립니다. 전화를 걸어서 매달립니다. 왕재수는 답이 없습니다. 전날 그렇게 서로에 대해 밑바닥을 보였는데 회복이 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로 보이기에 여인이 참 안타깝습니다.
감정으로 휘청이는 사랑도 너무 다 내어주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언제나 변하는 게 사람마음이니까 적당한 선에서 자기관리를 해야한다고 여겨집니다. 저야 뭐 젊은시절에 이토록 절절한 사랑을 못해봤기에 이 마음을 제대로 헤아릴 수 없습니다만, 저는 이 여인처럼 사랑이란 감정에 푹 빠질 성격이 되지 못함을 압니다. 상대가 좋다고 적극적으로 나오면 저는 겁이 나서 도망치는 형이고, 또 상대가 무관심하면 제가 안달을 내긴 해도 속으로만 낼뿐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기에 감정이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짝사랑 비스무리하게 어버무리다 끝이 나는 정도의 경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제 자신이 저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다른 사람을 가슴에 담으려 하지 않았는 지도 모릅니다. 감정에 휘둘리는 것은 속으로 혼자만 겪는 것이 오히려 더 편했던 거 같습니다. 이런 저였기에 이쁘게 생기고 능력있는 주어영의 하소연을 보면서 두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젊은 시절에 저토록 감정에 충실한 사랑을 못해 본 것에 대한 후회와, 또 한편으로는 자신을 너무 다 내어준 여인에 대한 한심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란게 참 요상합니다. 너무 잘해주면 도망가려는 마음이 생기고, 무관심하면 관심 좀 가져달라고 아우성치게 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지요. 부모자식간이나 형제간의 우애나 친구간의 우정도 이성간의 사랑도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둘다 같은 마음이라서 박수소리가 경쾌하게 잘 나는 경험도 하지만, 이후 삐거덕거리는 경험을 하면서 다투게 되더라는 겁니다.
저는 남자형제들 틈에 자라며 관심을 많이 받고 자라서 그런지 사람에 대한 정이 그립다던가 뭐 그런 감정에 쉽사리 휩싸이는 성격이 못된 탓에, 냉정하다는 소리를 듣는 편입니다. 그래서 열정적인 사랑이라던가 제 마음을 다 쏟는 사랑을 한다던가 뭐 이런 일은 경험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이성이 말리기 때문에.^^
남자한테 배신당하고 망가지는 모습을 리얼하게 연기한, 주어영역을 맡은 오지은양은 사슴같은 맑은 눈동자를 가진 여인으로써 남자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게 생긴 이미지가 참 청춘하게 와 닿았습니다.
"아저씨 저 나쁜놈 좀 제발 처벌해주세요."
애처롭습니다. 실연당했다는 이유로, 바깥에서는 온갖 추태를 다 보이면서도, 홀로 계신 아빠가 걱정되어 헤어졌다는 말도 못하는 효녀딸로 나오는 양면성을 보이는 인물입니다.
이 여인을 슬프게 한 왕재수역을 맡은 고세원이란 인물은, 아빠손에 자란 오지은양을 애정결핍증환자로 비참하게 내몰면서, 극중에는 등장하지 않은 자신의 엄마를 내세우는 마마보이로 등장하여, 남자망신과 더불어 비난받는 역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습니다.
여자를 배신하고 달아나는 치사한 남자를 쫓아가 여자대신에 한방 날리고 돌아온 김이상 발에 뭔가 밟힙니다. 알고보니 가슴을 크게 보이게 하는 뽕이었습니다. 이 여자 술김이었는지 제 정신이 아닙니다. 남자가 보는 앞에서 뽕을 브라속에 넣더니, 그 다음날도 경찰서앞에서 만난 김이상 앞에서 뽕이 들키는 여자입니다.
사랑으로 아픔을 겪었으면, 사랑으로 치유해야한다는 말이 있지요. 추한 꼴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뭇남성들의 동정심을 유발시키는 미모로 또 다른 사랑을 만들어갈 것임을 김이상앞에 드러내며 드라마는 시작되었습니다.
5년의 세월이 아깝다는 생각과 정리가 쉽게 되지 않는 아픔으로 고통스럽긴 하겠지만, 열심히 사랑했으므로 먼훗날 후회는 덜할지도 모릅니다. 버리고 간 남자의 앞날과, 버림을 받은 여자의 앞날엔 반드시 인과응보로 나타날 것임을 확신하며, 실연당했을 때, 이쁘고 쿨하게 그러나 속타는 심정을 어떤식으로든 풀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요?
너무 비참하게 스스로 무너지고 있는 이 여성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수상한 삼형제의 출발점에서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오지은양의 실연당한 리얼한 연기를 통해, 어떻게 대처하면 좋은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더군요. 제가 아닌 우리 아들과 딸이 청춘사업을 하게 될 즈음인지라 예사로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사랑을 할땐
1. 마음가는대로 다 해?
2. 감정을 잘 다스려서 적당한 간격을 유지해?
만약에 실연을 당했을 땐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1. 극중의 여인처럼 온갖 감정을 다 폭발시킨다.
2. 쿨한 척하면서 속으로 아파하고 잊는다.
우리아들과 딸이 저를 닮은 겁쟁이가 되어 사랑을 아예 시도도 못해보는 청춘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으며, 혹시라도 사랑하다 이별을 하게 되는 슬픔을 겪는다해도 이쁘게 헤어지는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영화&TV'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과 바다'는 어떻게 친구가 될수 있었나? (8) | 2009.11.06 |
---|---|
부산, 막장인생의 아빠가 아니면 어땠을까? (15) | 2009.10.23 |
국경을 넘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난타' (13) | 2009.10.20 |
성유리, 진정한 배우가 되려면 극복해야 할 점 (18) | 2009.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