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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네살 손녀에게 비친 할머니는 오빠할머니?

작년의 이 상황은 (☞ 어머니의 지나친 손자사랑에 고민하는 며느리)
1년이 지난 이번 추석때에도 여전히 진행형이었습니다. 좀 나아진게 있다면 시댁에 큰조카(큰아빠)가 직장문제로 서울에서 내려와 지내게 되면서부터, 아이가 함부로 떼쓰는 일이 조금 줄어들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웠습니다.

작년 이맘때 짧은 말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던 질부의 막내딸이, 일년사이에 부쩍 자랐고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정도로 말도 아주 분명하게 잘했습니다. 위로 언니와 오빠의 영향때문이기도 하겠으나, 조카부부가 하는 말에 의하면, 위의 두자녀와는 좀 다른면이 있음을 느끼게 된다고 하면서 막내딸 자랑에 싱글벙글거립니다.
한 예로, 어느날 아빠(작은조카)가 머리를 깍고 집으로 들어선 날, 아내조차도 알아차리지 못한 무관심에 내심 서운했는데, 만 세살도 되지 않은 네살짜리 막내딸이 알아차렸다는 것입니다. 아빠의 변화된 모습을 홀로 알아차린 네살짜리 딸의 눈썰미가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면서 더 이쁘고 사랑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딸이 시댁에 오면 할머니를 우리할머니로 여기지 않고, 오빠할머니로 여기고 있다니 참 어이가 없다는 질부의 하소연을 들었습니다.

우리형님은 아들딸 구분없이 아이들을 참 좋아하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명있는 손자였기에 관심이 더 쏠렸던 것은 분명합니다만, 이런 상황을 네살짜리 손녀가 다 인식하고 우리할머니가 아니고, 오빠할머니로 인식되었을 정도라면 아무래도 공평한 태도를 보이지는 않으셨나 봅니다.
막내딸의 오빠이자 울형님의 손자가 금년에 7살입니다. 아직도 낮잠이건 밤잠이건 구분없이 무조건 잠이 들때면 칭얼거립니다. 이때 막내손녀는 조용히 할머니곁에 와서
"OO할머니 OO이 재워주세요."
하면서 소매를 끈답니다.(이때 OO속에는 오빠이름이 들어갑니다.)
할머니이신 울형님도 들어서 아실테지요? 하지만, 나중에
자라면 괜찮다고 여기시면서 애써 외면을 하시는 것이겠지요. 막내질부가 막내딸의 이같은 호칭을 들으며 안절부절하면서 막내딸을 데리고 나가, OO할머니가 아니고 오빠,언니,그리고 너에게도 똑같은 '우리할머니'라고 가르치지만 , 막내딸은 여전히 OO할머니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더 많이 자라면 달라질 날이 오겠지요.

할머니는 손자가 울어도, 손녀가 울어도 잘 달래시고, 아이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고자 하시는... 사랑이 넘치는 할머니인데 네살꼬마눈에는 공평하게 보이지 않았나 봅니다.
"질부~ 시간이 다 해결해줄거야."

할머니의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자라 인간성이 비뚤어질 염려는 없을테니
조바심내지말고 지켜보기를 권했습니다. 때에 따라서 지나치게 어긋나 보이는 부분이 있다면 어머님께 하소연해서 교육적으로 잘 키울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가도록 자주 대화를 나누기를 바랐습니다.
막내질부의 고민을 조금 덜어주고자 형님한테 아주 약간의 이야기를 비추자마자, 교육을 핑계삼아 당신에게서 손자를 떼놓으려고 하는 조카부부에 대해 서운함을 먼저
토로하시면서 눈물을 글썽거리시는 형님앞에서 저는 할말을 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