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도 없이 등교하는 고3딸의 고충을 알지만, 스스로 넘어야 할 산이기에 애써 무관심하고 있는데... 어제는 하교한 딸의 표정이 아주 밝습니다.
"엄마~ 엄마~"
무엇이 그리 급한지 들떠있는 딸을 보고
"딸~ 기분좋은 일 있었나벼?"
"예. 이것 좀 보세요. 우리반에서 최고였어요.^^"
두서없이 본론만 이야기하는 딸의 뜻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딸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중학교때 남녀공학을 다닌 반친구가 낸 아이디어로 갖게 된 교환이벤트는, 수능100일을 앞둔 같은 처지의 고3 학생들끼리 격려하는 의미로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남학교대 여학교로 같은반 아이들이 번호끼리 교환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답니다.
남학교에서 우리딸 앞으로 보내진 선물꾸러미를 열어보는 순간, 남학생의 자상한 정성에 무척 놀랐습니다. 골고루 챙긴 정성이 물씬 풍겨, 보는 아이들마다 탐내고 부러워했을 정도였다니... 아니 제가 봐도 칭찬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정성이 느껴졌음은 깔끔하게 채워진 편지에서도 느낄수 있었습니다.
"딸~ 넌 뭐했니?"
"친구들이 주로 먹는 걸 준비하기에 저는 산뜻하면서도 실속있게 사프를 준비했는데... 이거 받고 보니 되게 미안해지길래 혹시 이 남학생 아는애 있는지 알아봤어요. 마침 있었어요. 그래서 도너츠구입해서 대신 좀 전해달라고 부탁하면서 고맙다는 메모까지 넣었어요.^^"
"그래 잘했어. 어떤 여학생한테 무슨 선물이 올까? 기대감으로 설렜을텐데, 실망했을지도 모를 이 남학생을 생각하니 엄마도 미안한 생각이 드네."
"엄마 저랑 너무 반대죠^^
"눈치챘니? ㅎㅎㅎ"
"제 친구들이 부러워하면서 여자인 저는 남자같고, 남자인 애는 여자같이 준비했다고 그러더군요. 맞는 말이죠 뭐^^"
"너희 친구들 중에서도 혹시 실망한 애들 없었니?"
"물론 있었어요. 정성껏 준비한 친구에게 '오예스' 한개 달랑 교환된 경우도 있어서 실망했지요."
난리가 났답니다.
3학년 전체가 참여한게 아니고, 딸이 속한 반과 또 다른 한반. 두반에서 일어난 일이었기에 이벤트를 하지 않은 반 아이들이 몰려와서 구경하느라고 잠시 교실이 소란스러웠다고 합니다. 얼마나 신났을지 상상이 됩니다.
며칠전, 수능 100일 앞두고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부모들이 떡선물로 격려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처지의 얼굴도 모르는 남학생들과의 교환선물이었으니 더 설레고 기분 좋았을 것을...
더위에 지쳐가는 시기에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낸 이벤트가 참 재치있게 느껴졌습니다. 이벤트를 계기로 활력을 찾아 더 열심히 정진하기를 바라면서, 전국의 고3학생들 앞날에 화이팅을 외칩니다.
다른 학교에서는 어떤 이벤트를 하고 있나요?
울아들이 다닌 남학교와 이룬 교환이벤트였지만 아들 고3때는 없었던 이벤트였습니다.^^
아이들이 만들어낸 재치있고 반짝이는 이벤트가 놀랍기도 하고 기특하게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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