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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박태환선수 홈피방문했던 우리딸의 분노

대부분의 국민들이 피겨선수 김연아와 더불어 마린보이 박태환선수에게 애정어린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우리집에는 김연아는 남편이 조금 더! 여고생 딸은 수영선수 박태환에게! 그리고 저는 이 두선수와 더불어 이들을 키워낸 부모님의 노고까지도 헤아려보게 되는 팬입니다.

우리딸이 박태환선수에게 더 관심을 갖는 이유는?
이성이기에? ^^
그보다는 초등시절 한때, 우리고장 시대표 수영선수였던 딸이었기에 수영종목의 박태환선수에게 관심이 더 쏠리는 이유입니다. 훈련에 따른 고충과 심적으로 느끼게 되는 부담감을 100% 이해하는 팬으로써.

고 3이라 휴일도 없이 등교한 딸은 어제 로마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박태환선수의 경기를 보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면서 우리부부가 꼭 TV시청하기를 부탁했고 우리는 경기상황의 분위기라던가 느낌이라던가... 우리부부의 주관적인 안목일지라도 듣고싶어 하는 딸을 위해 가슴졸이며 시청했습니다.
제 경우는 실전을 보지 않는 편입니다. 가슴졸이는 긴장감에 쓰러질 것 같아서 결과가 나온 후에 재방송을 보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어제는 부족한 남편의 표현에 덧칠을 해주고자 시청했던 것입니다.

대회 하루를 앞둔 토요일엔 다큐식으로 박태환선수에 대한 그동안의 화면을 종합해서 내보내고 있던 방송을 보면서
"박태환선수가 이화면을 안본다고 해도 무척 부담스럽겠구나. 좀 자연스럽게 놔두면 좋겠구만..."
"행여나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경우, 또 어떤식으로 방송을 내보려고 저렇게 유난을 떨까?"
딸과 함께 걱정했었는데... 400m 예선탈락이라는 충격에 중계방송은 참 냉정하다싶을 정도로 빠른 마감을 하고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습니다.

저녁무렵 딸이 학교에서 돌아와 결과를 듣더니 한숨을 내쉬며
"박태환 선수 불쌍해서 어떡하나? 오만가지 추측으로 박태환선수를 괴롭힐텐데... 그걸 잘 이겨내야 할텐데..."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더니 컴퓨터 앞에 앉은지 몇분 지나지 않아, 갑자기 큰소리로 화를 내는 바람에 우리부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 개념없는 것들이 여기다 악플 달아놨네. 지들이 선수생활을 해봤나. 어쩌면 이렇게 심한 말을 할수가 있나"
박태환선수의 미니홈피에 남긴 글을 보면서 분노를 토하고 있는 딸에게 남편이
"딸~ 네가 힘주고 격려하는 댓글로 악플을 밀어내 버려라."
"안그래도 그럴 작정이예요. 서양선수들에 비해 신체조건이 불리해서 속도 상하고, 국민들이 바라는 기대치가 커서 부담스럽기도 했을텐데... 엄마 이런 댓글은 박태환선수가 안읽었으면 좋겠어요."
"도대체 어떤 내용인데?'
하고 봤다가 정말 놀랐으며 소름이 돋았습니다. 글이나 화면으로 옮기고 싶지 않습니다.
국가대표가 된 선수의 마음을 어쩌면 이리도 모르는 것처럼 함부로 떠들어대는 몰상식한 인간이 있을 수 있느냐며 흥분하며 분노한 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상상할수도 없는 희한한 악플이 홈피방명록을 도배하는 바람에 선수를 격려하는 댓글이 묻히고 있는 상황이 몹시 안타까왔습니다.
관심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무례한 댓글로 인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만 딸의 화를 달래야했습니다.
"딸~~~ 화 좀 가라앉히지. 그리고 남의 글에 화만 내지말고, 네가 전하고 싶은 마음의 글을 올리고 퇴장했으면 좋겠어."
"예.^^ 예선탈락 충격도 심했을텐데 악플보고 충격받을 박태환선수를 생각하다가 저도 모르게 화가 치솟았어요."
짧게나마 선수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자신의 경험이 되살아났나 봅니다. 무척이나 흥분해서 화를 냈던 딸이 남긴 글을 옮기며, 박태환선수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로마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자유형 400m 결승진출에 실패한 박태환 선수.
하지만 그 누구도 그에게 뭐라 할 수 없다. 그 자신을 제외하고는.

그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 대한민국이 낳은 수영천재.
조금의 빈틈을 보이면 슬럼프니 징크스라 갖다 붙이는 기자들.
언론인들은 물에 뜨기는 하나? 훈련은 해보았나?
박태환 선수의 미니홈피에 악플을 다는 개념없는 자들이여.
수영선수 생활을 해보았는가? 부담감을 느껴보았는가?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로 모든 선수들의 타겟이 되었다.
'금메달리스트'라는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과 세계 언론인의 주목.

누구나 최고가 되길 원하고 독보적인 1인자를 꿈꾼다.
물론 그 자리에 오르는 순간은 기쁘지만 쾌감은 오래가지 않는다.
인생은 적을 만들지 않고 평범하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번엔 부디 저조한 성적으로 인해 사방에서 쪼아대겠지만
마음의 부담을 훌훌 털고 다시 멋진 물살을 가르며
제일 먼저 터치를 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한다.


박태환선수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남겨진 댓글을 제 삼자입장에서 본 마음임에도 불구하고, 벌렁거리던 제 심장은 딸과 함께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잘할때 칭찬하는 것은 쉽게 누구나 할수 있습니다. 그리고 행여나 욕을 먹는다해도 상처로 남는 부분은 약할 것이나,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타인을 멋대로 짓밟는 것은 사람이 할 도리가 아닙니다.
더 용기주고 격려하는 마음을 전하는 것이 팬으로써 지켜야 할 예의라고 생각하면서 박태환선수의 홈피방문후, 분노했던 우리딸의 심정을 헤아려보았습니다.

수영으로 물살을 가르던 즐거움이 부담감으로 느끼게 되지 않기를 바라며 박태환선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