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돈의교육

졸업앨범 사진촬영에 화장까지 하는 여고생

지난 금요일 밤,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늦게 하교한 딸의 휴대폰으로 쉴새없이 문자가 날아들고 있었습니다.
"딸~ 오늘밤에 휴대폰이 꽤 바쁘네^^"
"내일 졸업앨범에 넣을 프로필사진을 찍는데 저보고 봐달라는 부탁때문에...^^"
"봐달라니 뭘?"
"사복입고 찍을 개인별사진이라서 옷이 자신과 잘 어울리는 지 조언해 달라는 거예요."
"평소에 자신이 좋아서 입던 옷입고 찍으면 되지. 뭘 새삼스럽게 봐달래?"
"졸업사진에 영원히 남을 모습이니까 이왕이면 예쁘게 보이고 싶은거죠. 집에 있는 셔츠 여러장 가져갈테니 그중에서 제일 잘 어울리는 것을 입도록 조언 좀 해달래요."
"자신이 흡족하면 되지 그런 것을 네게 부탁한다고? 코디네^^"
"설명을 잘해서 그런지 친구들이 저보고 객관적이라고 해요."
"냉정한 판단?"
"예. 그런 셈이죠."
"그럼 너는 어떤 셔츠입을건지 정했니?"
"예, 저는 카라있는 셔츠로 친구한테 빌려 입기로 부탁해 놨어요.^^"
"너한테도 카라있는 셔츠있는데 왜 빌려입어 그냥 네것으로 입지."
"제 셔츠는 줄무늬가 안맞는 거 같아서요.^^"
딸의 대답이 까다롭게 느껴지면서 제 말문이 막혔습니다만 친구들에게 대단히 객관적으로 조언해 줄 딸임은 확실합니다.
가끔 딸이 의견으로 내세우는 이유를 듣노라면 너무 분명하여 저도 설득당할 때가 많거든요.

교복입은 단체사진이나 개인사진은 이미 찍었고, 갑작스럽게 변하는 날씨와 모의고사대비로 차일피일 미루던 졸업사진 중 사복입은 프로필 사진만 남겨둔 상황이었는데... 지난주말에 학교에서 갑자기(하루사이에) 발표하는 바람에 아이들의 원성이 높았답니다.
평생의 단한번뿐인 기회니 이왕이면 자신의 모습이 예쁘기를 바라며 새옷을 장만하고팠던 아이들은, 여유를 주지 않고 선포한 학교측의 배려(?)가 몹시도 못마땅했던 것입니다.
이런중에도 평소에 용돈을 풍족하게 지니고 있던 아이는 소식을 들은 바로 그날 저녁시간을 이용하여, 외출증을 끊어서 새옷을 구입하는 재빠른 행동을 보이기도 했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상체만 나오는 사진으로 셔츠가 이뻐봐야 비슷하지 뭐그리 예민한 반응을 보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외모에 민감한 여학생인지라 졸업사진찍는다고 하면 새옷을 구입하리라는 심리를 파악한 학교에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갑자기 발표한 일정같다는 생각이 스치며 웃음이 났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때는 졸업앨범사진으로 교복입고 찍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만, 요즘은 사복입고 찍은 프로필사진도 첨가됨에 따라(◀아들 고교앨범참고) 여자아이들은 더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음을... 아들때는 못느꼈던... 딸을 통해서 느끼게 되었는데...



첫째, 시간적 여유만 있었다면 졸업사진을 핑계로 새옷을 장만하고자 함.
사정이 그렇지 못하니까 우리딸처럼 친구에게 빌려입기도 하고, 여러벌의 옷중에 제일 잘 어울리는 것으로 골라 입으려고 갖은 애를 다 쓰는 여고생들...
둘째, 머리와 얼굴에 신경쓰며 화장도 함.
대부분 긴 생머리로 생얼인 가운데서도, 머리끝을 둥글게 말거나 얼굴에 화장까지 한 친구도 있었답니다.
셋째, 거울보고 표정연습 함.
아주 기본적인 자세로 이 정도는 누구나 합니다.

순서를 기다리며 한바탕 소동을 벌였을 여고생들의 그림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너무나 단순했던 저희 학창시절 이 무렵이 떠오릅니다.
머리모양도 두갈래 땋은 머리로 통일!
복장은 교복으로 통일!
증명사진 촬영앞에선 한결같은 무표정 통일!
우리때의 이런 모습과는 달리 요즘은 사복입은 개인사진으로 표정과 포즈가 자유로우니 더 예뻐보임에도 불구하고 더 예쁘게 남기려고 화장까지 곁들인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초.중.고여학생 중에는 이른 화장을 하고 다니는 학생이 있다는 소문은 많이 들었지만 실제로 아이라인마스카라까지 교실에서 화장으로 변신하는 급우을 직접 본 딸은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고 합니다.
교복입고 화장한 여학생을 거리에서는 볼 수 있었지만 실제로 딸 주변친구들이 화장을 한 경우는 보지 못했던 딸이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나 봅니다.

졸업앨범 사진촬영에 임하는 여학생들의 치장은 변했을지 몰라도 예나 지금이나 졸업앨범 사진에 예쁘게 남기고 싶은 여학생들의 소망은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