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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멍때린다~'의 의미를 아십니까?

물리치료을 받으러 다니는 병원침상에 누워 찜질을 하고 있는데, 간호사 목소리가 아주 가까이에서 들립니다.
"응. 바빠. 나 혼자야. 좋겠네. 멍때린다구 부럽다...."
친구와 통화중인 것 같습니다. 간호사가 한 말중에서 "멍때린다구..." 이 말이 자꾸만 제 머리에 남아서 빙빙 돌았습니다.
'멍때리는 게 어떤 것이기에 간호사가 부러워하는 것일까?'
골똘하게 한참을 생각하다가 현기증을 느끼며 제가 잠시 멍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순간 '멍하다'가 떠오르며 혹시 같은 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지만, 간호사에게 물어볼 수는 없고^^

신세대가 사용하는 은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공부방에 오는 초등 고학년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혹시 너희들 중에 멍때린다는게 어떤 것인지 알면 좀 가르쳐줘.^^"
다들 모른다고 합니다. 그럼 초등생들이 사용하는 은어는 아닌가 보다 생각하고 늦게 하교한 고딩 딸에게 똑같이 물어보았더니
"엄마, 우리가 사용하는 말이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할일없이 멍한 표정을 보고 멍때린다는 거 아니예요?"
"글쎄... 그럴듯 한데^^"
듣고보니 그럴듯해서 비슷한 것을 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멍하다[형용사]
1 정신이 나간 것처럼 자극에 대한 반응이 없다.
2 몹시 놀라거나 갑작스러운 일을 당하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얼떨떨하다.
멍하니[부사] 정신이 나간 것처럼 얼떨떨하게

이런 뜻이라면 '무척이나 한가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멍때린다...'표현으로, 바쁜 자신에 비해 한가한 친구를 부러워하는 간호사의 상황에 적합한 표현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은어라는 것이 변형시킨 언어로 연령대별로 통용하며 공감하는 것이 다름을 느끼며, 한가함을 나타내는 멍때린다는 20대가 사용하는 은어로 자리잡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어사전처럼 확실한 뜻과 표현법이 희석되어 가는 시대에 모방송에서 '우리말겨루기'하는 대회는 참 값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