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앞두고 어떻게 보내야할지 당사자인 아이들은 아무 생각도 없는데 엄마가 더 나섭니다. 특히나 초등생자녀를 둔 엄마는, 여름방학 영어캠프에 관심을 보이면서 국내형으로 할까? 해외형으로 할까? 고민에 빠졌음을 느낄 수 있는 시기입니다.
중고교시절보다는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초등생 자녀에게 영어로 말문을 자유롭게 트이게 하고픈 간절함을 읽을 수 있습니다.
아무리 인터넷정보가 흘러넘쳐도 엄마는 실제로 경험한 주변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고 결정에 도움을 받으려 합니다. 그러다보니 전화기를 붙잡고 의견을 주고 받는 상황을 목격한 아이가 눈치채고 제게 와서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안가고 싶다는 뜻을 비춥니다.
영어캠프...
호기심으로 흥미를 느낄만도 하지만 아이는 또 아이들 세계에서 주고받는 소식을 통하여 그곳에 가면 한국말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이 말에 심적 부담감을 느끼며 움츠리게 됨을 알 수 있습니다.
말을 한다는 것,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에서 언어를 습득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비록 영어라는 타문화의 언어기에 잘 못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용기내기가 쉽지 않음은 저도 알기에 아이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그래도 굳이 가야한다면 아이는 국내형을 선호하면서 해외형은 길어서 싫답니다. 어학연수라고 하기에는 짧은 기간으로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필리핀으로 잠시 나가보았던 딸의 경험으로 미루어볼때 뭐 그다지 큰 효과는 없었다는 딸의 솔직한 고백을 빌어 엄마들의 열기를 잠재우고 싶습니다만 수그러들지 않음은, 비록 말문이 트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우리문화와 다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접하므로써 미래에 조금이나마 아이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때문인 것 같습니다.
대도시라면 거리에서도 서양인.동양인.구분없이 외국인을 만날 기회가 많습니다만, 이곳은 원어민을 둔 영어학원을 제외하면 3D업종이라 하여 우리나라 청년들이 꺼리는 힘든 일에 종사하는 외국인을 볼수 있는 환경이기에 아이들 사이에 외국인을 볼 때에 은연중에 차별이 생겼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싫지만 엄마의 성화에 이끌려 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영어캠프 이야기를 하다가 원어민 선생님과 출신나라에 대해서 아이들끼리 주고받는 의견을 듣다가 움찔 놀라면서, 제가 표현은 안했지만 저도 아이들 생각과 별로 다르지 않았음에 반성과 부끄러움에 말문을 열수가 없었습니다.
피부색이 약간 짙은 외국인이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로는 일자리를 찾아온 아시아계 사람들이었고, 이어서 농촌총각들이 국제결혼으로 외국인여자와 인연을 맺음으로 우리 사회는 다문화가정이 점전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타고 아이들도, 아니 우리 어른들도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에 구분과 차별을 두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우리도 후진국으로 겪은 슬픈 사연을 지닌 동포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아이들이 드러낸 속내를 나무랄 수가 없었던 저를 되돌아보면서 선진국가의 국민과 후진국가의 국민이란 비애를 씁쓸하게 느끼며 지금까지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다문화사회'로 향하고 있는 현실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만약을 전제로 아이들과 토론을 해보았습니다.
학교에서 만나게 되는 급우간에도 외국계 엄마나 아빠를 둔 아이에게 아이들끼리도 차별을 두는 현상으로 아시아계는 살짝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서양계는 오히려 더 친숙하게 가까워지려는 마음으로 솔직하게 드러내는 아이들의 의견을 엿보면서......
아무리 정부나 사회단체, 혹은 지방기관에서 공동체로 결속시키고자 행사를 치룬다고 해도 가정에서 아이와 가장 가깝게 지내는 부모들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미래의 공동체가 되는 것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양계 외국인이던, 서양계 외국인이던 차별없이 다양함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함을 가정에서 엄마들이 먼저 깨닫고 열린마음으로 앞장서야함을 늦은 고백으로 저도 관심갖겠다는 뜻을 글로 남깁니다.
어쩔수 없는 환경을 탓하며... 물론 영어라는 언어를 자녀에게 습득시키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엄마가 다문화가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임으로 자녀들에게 더 유익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하면서, 아이들과의 영어캠프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제서야 저도 다문화가정, 다문화사회에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습니다.
'e하루616, 인터넷과 미래사회'가 던지는 과제가 아니었다면 저는 더 늦게 이런 기회를 맞았을지도 모르기에 뜻깊은 행사에 이글로 참여하게 됨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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