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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18년 사용한 손때묻은 세탁기를 떠나보내며

 "엄마, 남들 기준으로 보면 고장이나 마찬가지일 때까지 사용하셨으니 아까울게 없지요^^"
 "뭣이라고라^^ 그래 니말대로 고장으로 불이라도 날까봐서 바꾸었으니 뭐 미련있을까? 마는 ㅎㅎ그래도 엄마는 미련이 남는구나."
18년된 세탁기를 떠나보내며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아마도 오래되어 손에 익숙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년 가을에 집수리하고 도배하면서 새기분으로 세탁기교체를 생각해 보긴 했으나 뒷베란다에서 앞베란다로 새롭게 자리잡는 관계로 또 미루며 3개월을 더 버티었으니...
이왕에 요런 조런 핑계로 완전히 고장나서 멈추기 전까지 우짜던둥 잘 사용해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던 멘트로 광고하던 시절에 구입했던 세탁기를 저는 만20년을 채워보려 했는데, 최근에 세탁기를 돌릴 때면 불꽃놀이할 때처럼 타탁딱딱 소리와 함께 아래쪽에서 스파크가 일어나기에 두려워서 세탁기를 떠나보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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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딸이 금년에 18살이 됩니다. 우리집 세탁기는 딸아이보다도 더 나이가 많기에 우리딸이 이 세탁기를 볼때마다 불평을 했지요. 조용한 세탁기였더라면 아무 말없었을 테지만 그간의 역사를 나열해보면 불평할 만도 합니다.

시댁으로 들어가 사는 바람에 혼수품목에서 제외되었던 세탁기는 분가하여 첫아이가 태어나고 내내 빨래를 삶아서 빨았기에 탈수기하나 사다놓고 신접살림을 차렸던 아낙, 둘째아이(딸) 임신하여 힘이 들어 장만해놓고도 성능을 믿지 못하고 몇달간 손빨래만 하다가 만삭이 되어서야 겨우 세탁기에 의지하면서 차츰차츰 세탁기를 필수품으로 사용하게 되었지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세월을 넘긴 후로는 전자동이던 세탁기가 슬그머니 반자동이 되어서 물을 받을 때, 탈수할 때 옷의 수평맞추기.. 제손길이 닿아야만 작동되고 무관심해버리면 그냥 서버리던 우리집 세탁기.
 '아~ 이제 바꿔야지. 참 오래도 사용했네'
몇년전에 바꾸려고 마음먹었을 당시에, 새롭게 등장한 드럼세탁기로 인해서
 "뭐가 좋을까?"
 갈등하면서 사용한 기간이 오늘에까지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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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세탁기의 장점
소음이 적다
옷감손실이 거의 없다
물이 적게 든다
색상이 다양하고 고급스럽다
삶는 기능과 건조 기능이 있다... 등등 좋은 점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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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럼으로 할까? 통돌이로 할까?
내내 갈등하니까 남편이 남의 기준으로 보지말고 사용할 저의 기준으로 비교해보라고 하기에 비교했더니 결정이 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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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기존에 사용하던 것과 비슷해서 낯설지 않아서 좋다
둘째, 삶은 빨래를 중간에 넣을수 있고 또한 빨래감도 중간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좋다. 드럼세탁기는 자동으로 삶는 기능이 있어서 선택만 하면 된다고 하지만 저는 제가 직접 삶는 것이 더 좋습니다. 재래식 여인이죠^^
셋째, 소음? 기존에 사용하던 세탁기의 수명이 오래되어 하도 덜커덩거리며 시끄러웠기 때문에 새것이라서 헌것보다는 소음이 훨씬 조용할 것이므로 비교대상이 안된다.
그리고 넷째, 옷감손실면에서도 고려해볼 상황은 없을 듯하다. 요즘 옷은 옷감이 손상되도록 입지 않고 유행지나서 못입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다섯째, 적은 물로 빨래한다는 점에 솔깃하긴 했지만 내 스타일상 적은 양의 물로 빨래한다는 것은 찝찝하게 생각되는 면도 있기에 성격상 맞지 않는다....
여섯째, 디자인이나 색상을 고려해 보았으나 앞베란다에 둘 경우 직사광선을 피하기 어려우니 고급스러워 보이지 않는게 오히려 마음편하다...
마지막으로 드럼세탁기처럼 허리를 구부리는 높이가 아니라서 더 좋다아 ㅋㅋㅋ
이렇게 내게 맞는 이유를 나열하며 따져보다가 앞으로 10년 수명을 기대하면서 통돌이 세탁기를 선택했더니만 딸이
 "이왕에 바꾸는거 최신것으로 바꾸지. 예전것대로 바꿀거면서 참 오래 버티었어요."
 "그러게 말이야. 장단점이 다 있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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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가 훨씬 넓어졌고, 스텐으로 되어 있네요. 세탁조크리너로 기존의 세탁기를 깨끗하게 청소했던 때를 떠올리노라니 이번에 구입한 세탁기의 맑은 내부가 제 마음을 쏘옥 끕니다^^ 호기심많은 저이긴 하나 새물건에 관한한 엉뚱하게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려움이 있다는 점을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딸,
 "딸아! 네가 시집갈때에 혼수품으로 세탁기사면 그때 나도 너랑 같은 걸로 살께^^"
 "ㅎㅎㅎ 제가 엄마닮아서 드럼세탁기로 안하고 통돌이로 구입하면 어쩌실거예요?"
 "에이 무슨 그런 농담을? 너 시대때는 통돌이세탁기는 사라지고 모두다 드럼세탁기로만 나올끼다^^ 그러면 나도 어쩔수없이 드럼세탁기를 사용할거고 말이야ㅎㅎㅎ"

세탁기주변을 왔다가 갔다리하지 않아도 되니 빨래가 참 쉬워졌습니다. 스위치를 눌러두니 끝까지 알아서 다 하는 세탁기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습니다.ㅎㅎ
기존의 세탁기도 고장나기 전까지는 그랬었다가 점점 수동으로 바뀌었지요^^ 이제 새세탁기를 익숙하게 사용하면서 떠나 보낸 세탁기에 대한 미련을 버리게 될테지요.

제가 세탁기를 오래 사용했음은 남편의 표현처럼 저의 알뜰함도 아니요.
그렇다고 딸의 표현처럼 궁상맞음도 아닌...
그저 저의 손때가 묻은 익숙함이 좋았던 인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