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매혹적인 호기심으로 달콤함에 이끌리고...
정치는 권력의 내음이 물씬 풍기는 검은손의 압박에 숨이 막히는...
이 둘의 느낌을 한꺼번에 합쳐놓은『와인정치학』이란 제목이 던지는 상반된 느낌에 이끌리어 딱딱하면서도 꽤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위드블로그 도서캠페인에 선뜻 응했는데... 책을 읽는 내내 느낌은 제가 상상한대로였건만 결코 쉽게 읽혀지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뇌로는 눈으로 따라가는 활자에 맞춰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가슴으로는 좀처럼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 일심동체가 되기까지 꽤 애를 먹었던 이유는, 와인이 우리손에 닿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음의 고생담이 저를 혼란스럽게 했기 때문입니다.^^
자연환경의 좋지않은 영향에 피해입고, 금주령에 채이고, 와인평론가와 국가정책에 의해 평가받고 재단된 와인은, 또다시 유통업자의 장난질에 휘청댑니다.
이런 저런 고비를 다 넘기면서 고급와인은 더 고급스럽게 포장되어 대접받게 되고, 좋은 등급을 받지 못한 하급와인은 증류처리소로 보내져 연료인 에탄올로 바뀌는 운명을 맞이한다는 것이 놀라웠으며 생산자의 실망감이 이해되어 안쓰러웠습니다.
몇달전에 방영되었던 드라마『떼루아』를 통해서 여주인공이 프랑스 포도농장의 일꾼으로 시작하여 와인을 평가받는 과정까지의 매우 까다로운 절차를 드라마를 통해 보면서, 생산자의 입장에서 평가단의 심사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초조함으로 애간장을 태웠던 기억을 더듬어보게 한.『와인정치학』
이 책에는 더 까다로운 과정을 거듭거치며 오늘날에 이른 와인 탄생과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와인역사와 더불어 권력에 의한 와인산업의 여러사정을 알려주고 있으므로 '와인정치학'은 '와인의 역사'에 가깝습니다.
와인애호가로써 혹은 평가에 대해 더 깊은 내면의 의미와 뜻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읽을만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수고와 깊이를 아는만큼 감사가 넘쳐날 테니까요.♡
그러나 일반인, 그러니까 술이지만 술이 아닌양 그저 낭만에 취해 와인을 즐기고 싶은 분이라면 굳이 이 책을 권해드리고 싶지 않음은, 진주탄생의 아픔처럼 고급와인에 얽힌 사연들로 인해 감미롭게 느끼는 여유와 여운보다는 씁쓸한 뒷맛의 개운치 않은 아픔이 행여나 스며들까 염려가 되기 때문입니다.^^
왜 사토라고 부르는가?
수많은 와인 소비자들에게 프랑스 와인 라벨에 쓰인 '사토'라는 단어가 오랜 세월 동안 쌓여온 우아함과 포도 재배 전통을 의미하는 듯하지만, 이것은 대부분의 경우 와인 산업에서 쓰인 교묘한 초창기 마케팅의 한 예일 뿐이라는 사실...
전통과 위엄, 그리고 품질에 대한 올바른 혼합을 의미하던 용어를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인데, 용케도 사토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대놓고 틀리거나 위험성을 배제하고 귀족성과 전통미를 느끼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 사토가 그 표현법으로서 완벽하게 어울린 용어였다는 것이다.
라벨이 뭐가 그리 중요합니까
평론가의 입맛에 따른 평가가 뭐그리 중요합니까
수많은 소비자의 입맛이 각기 다양하듯이 와인의 종류도 참으로 다양합니다.
비싼 와인이라고 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도 아니고, 싸다고 해서 입맛에 맞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소비자 각자의 취향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와인에는 등급이 매겨지고 있으며, 또한 소비자는 그 평가에 많이 의존합니다. 외국갔다 오는 친구가, 가끔 비싸고 이름난 와인을 구해와서 맛을 음미해보라며 선을 보이지만 사실 저는 잘 모르겠더군요.
증류소로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에서 벗어난 각종 와인이 소비자의 손에 닿기까지의 과정이 순탄하지 않은 사연을 제각각 안고서, 샐러가 설명하는 와인의 특징을 들으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와인의 종류만 해도 무척 많은 가운데, 취향에 따라 다른 평에 대해 함부로 비평할수없는 조심스러운 마음과 함께 애처로움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와인평가?
냉철한 판단으로 등급을 매기는 와인평론가의 위력이 참으로 대단함을 느끼며 생산자의 갈등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심장병 발병률이 미국보다 프랑스가 낮음의 이유가, 레드와인 덕분이라는 소문을 타고 소비가 증가되었고, 우리 아낙네들에겐 혈액순환에 좋다는 풍문을 타고 더 많은 와인애호가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런 추세를 타고 새로운 유통방법과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는 소식은 신선한 바람이라 여겨집니다.
꼭 와인평론가만이 누리는 특권이 아니라 애호가들이 참여하여 각자가 느낀 점을 공개하므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더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와인을 어떻게 표현합니까?
감미롭다?
환상적이다.?
사람마다 감성의 표현이 다양할 것입니다.
"신선하다. 하늘을 날것 같은 향이다. 웅장하다. 음악을 들으며 느낄 수 있는 울림이 있다. 깔끔하고 단정한 맛이 강력하다." 등등...
책속에서 찾은 최고의 표현법을 옮겨보면 "병속에 담긴 순수한 섹스"?
다양한 표현의 감미로운 상상력에 빠져들게 하는 와인에 취하게 했던 '와인정치학'을 덮으며, 와인에 담긴 수많은 사연을 꼽씹느라 코끝에 와닿는 향을 더 길게 음미하게 될것 같습니다. 그리고 와인잔을 흔들며... 향을 맡으며.. 느끼게 될 사연들 속에서 와인평론가의 힘이 절대적으로 작용함에 대한 씁쓸함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와인정치학』
최고급 와인은 누가 무엇으로 결정하며, 라벨 이면에 감춰진 불편한 진실은 무엇인지 소제목에서 밝힌 것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와인산업의 실체를 대하면서, 한잔의 낭만으로 즐기던 와인빛깔과 향의 매혹이 눈물겹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비단 와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물품들이 보이지 않는...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말못할 사연들을 품은채... 소비자에게 선뵈어질 것이라는 넓은 안목을 갖게 했습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이 집에 있었습니다.
리뷰를 쓰기 전에 홀로 한잔 비웠습니다.
느낌과 분위기로 마시는 와인이었기에 예전과는 다른 맛을 느끼게 한 책의 위력에 숙연해집니다.
끝으로 이글을 쓰는 내내 '와인'보다는 '포도주'라는 표현이 앞섬을 경험하며 평범한 아줌마의 속내는 고급취향이 아님을 고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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