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금 저녁 7시 15분
막장드라마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아내의 유혹'에 이어서 새로 시작된 드라마 '두아내'
우째 제목에서부터 일찌감치 욕먹을 각오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아내?
조선시대도 아니고 현대를 살면서 두아내를 거느린 남자는, 간큰남자거나 사이코라고 여겨지겠지만, 몇년전 저는 지인의 하소연을 통해서 존재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더구나 간큰남자도 아니고, 사이코남자도 아닌 지극히 평범한 남자였음에 더 놀랐습니다.
극중의 남편(철수/김호진)도 평범한 남자로 보입니다. 어떻게 엮이어 내연녀(지숙/손태영)를 두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제가 이 드라마를 우연히 본 날부터 아내는 둘이었던 남자로 등장해 있었고 아내(영희/김지영)도 남편에게 내연녀가 있다는 것을 알고 크게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이혼을 결심하고 꽃가게를 운영하는 남편의 내연녀에게 이혼식에 사용할 꽃다발을 부탁하고 나중엔 이혼식에 초대까지 하고는 남편을 쓰레기통에 버릴테니 내연녀를 향해 너나 가져라고 쿨한 척 했습니다.
성급하게 이혼서류를 접수하고 미련을 보이는 아내는 울면서 매달리지만 남편은 떠나갑니다.
아내가 경제적 윤택을 위하여 재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이 남편은 애정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제 남편이 제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돈이 먼저야? 사랑이 먼저야?"
망설임없이 저는 대답했습니다.
"돈이 있어야 사랑이 가능하다구^^"
급실망하는 남편의 표정이 선명합니다만 저는 현실적인 여자입니다. 기본적으로 갖출건 갖추어야 한다는...
다시 극중으로 돌아가서, 이 남자 시간강사로 나옵니다. 당연히 경제적 여건이 좋을리 없지요. 아내가 유치원에서 조리사로 운전기사로 열심히 뜁니다. 부지런하고 억척스러운 아내가 싫었는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여인앞에 쓰러져 살림을 차립니다.
실제로 5년동안이나 두집살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모르고 살았던 선배언니가 있었습니다.
조선시대도, 이슬람권 문화도 아닌데 어떻게 가능했을까? 물론 숨긴 세월입니다.
10년간의 열애끝에 결혼을 하자마자 선배의 남편은 직장에서 만난 아가씨와 눈이 맞아 딴살림을 차려 아이까지 둔 상태...
어느날, 선배에게 어떤 여자에게서 전화가 옵니다. 그 전화를 받고 나가서 들은 이야기
"댁의 남편이 바람을 피웠는데... 아이까지 있어요. 그 상대가 제 친군데 안타까워서 알려드리는 것입니다. 충격인 줄 알지만...알려드려야 할 것 같았어요."
"......"
어이없었고, 믿기지 않았고, 충격적이었고... 이럴 때 마땅하게 표현할 글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벙벙과 흥분...
그러나 확인해보니 거짓말같던 이 일은 사실이었고,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당장 이혼으로 결단을 내려고 흥분하여 서둘렀던 선배, 이혼할 마음이 100%였기 때문에 물불 안가리고 주변사람에게 마구 알리던 도중... 제발 침착하게 생각하자고 말렸습니다.
이혼이 부끄러운 일을 아니지만, 그렇다고 뭐 그리 흥분된 상태로 주변에 알리기부터 하느냐고 차분하게 자신의 마음을 한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면서 언니의 연애시절을 아는 제가 만약에 선배의 처지라면, 이혼은 좀 미루겠다고 했던 이유로는
첫째, 현재 너무 감정이 앞섰습니다.
내연녀의 자식까지 둔 남편을 어떻게 다시 받아들일까?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맞습니다. 하지만 결혼이 쉽지 않듯이 이혼은 더 심사숙고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둘째, 선배는 남편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당장 이혼하면 남편이 그 여자한테 가서 룰루랄라 잘 살것인데 그 꼴을 봐도 아무렇지도 않을리 있습니까. 더구나 언니는 남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통 가득찼는데, 어떻게 그런 꼴이 용서되겠습니까. 자신이 기분 나쁠때 주변사람이 행복해보이는 것도 때에 따라선 불쾌하게 느껴질수도 있는데 남편이 그 여자하고 잘 지내면 혼자남은 선배의 심정은 어떨지 한번 생각해 보기를 바랐습니다.
셋째, 연로하신 친정부모님 생각도 해 보십시요.
결혼과 이혼에 있어서 당사자가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할 것은 집안 어르신들과 주변사람들의 이목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혼자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넷째, 이혼을 한 후의 선배로써 재혼도 상상해 보십시요.
혼자살수는 없으니 한번은 더 결혼을 한다고 상상을 해보면... 현재 남편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만난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사실 선배남편은 착하고(이 착한 기준이 뭔지 모르지만 요게 문제입니다) 성실하고 잘생겼고...
다섯째, 중매결혼으로 연애에 대한 추억이 없는 저로써는, 선배의 결혼전 연애기간 10년의 추억이 너무 아까우니 그점도 다시금 상기해 보았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시간이 흘렀습니다.
드라마 '두아내'에서는 극의 전개상 이혼을 서두르더군요. 참 안타까웠습니다.
친정부모님께 이혼사실을 떳떳하게 알릴 상황이 못되던 영희(아내)라면...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지가랭이 잡고 붙잡고 싶은 남편이었다면 이혼서류에 도장은 왜 찍어줬는지...
그냥 시간을 좀 더 벌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더군요.
영희가 친정부모님께 직접 말씀드리기 전에 절대로 알리지 말아달라는 부탁에도 불구하고, 남편은 장인어른의 관심과 애정에 양심에 가책을 느낀 나머지, 이혼사실을 알리게 되고, 그 소식을 들은 친정아버지는 심장마비로 갑자기 돌아가시게 됩니다. 너무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다시 선배이야기로 돌아가서...
두 여자앞에서 남편은 용서를 구했고 처분만 바란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고운정 미운정... 이 넘의 정이 식어 무관심한 상태가 되어야 이혼을 하고 남남이 될수 있다는 어르신의 가르침이 골수에 박힌 저의 조언에 세뇌된 선배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는 데 적잖은 시간을 흘러보내게 되고... 남편은 더 이상 내연녀를 만나지 않았고, 그 내연녀가 진심으로 사과하면서 청산을 할테니 도와달라고 하더랍니다.
남편과 앞으로 살지? 헤어질지? 계속해서 갈등중에 있었던 선배는 참 당황스러웠는데, 그 당시에 남편이 그리도 불쌍하고 가엽게 여겨지더랍니다. 변덕스런 그넘의 감정이 사람을 참 우습게 만들기도 하고 어이없게 만들어 선배는 다시한번 살아보기로 마음 먹게 되었답니다.
그후, 수많은 갈등과 애증의 감정을 드나들면서 남편의 배신에 대한 댓가를 치르느라고 남편도 괴롭히고 자신도 괴롭히는 혼란스런 감정에 휩싸인 채로,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그 선배는 이혼하지 않고 아이까지 키우며 잘 살고 있습니다.
선배의 거짓말같은 결론에 저도 놀랐습니다.
이혼을 미루라고 했던 뜻에는, 물론 이혼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뜻도 담고 있었지만, 남편에게 남은 선배의 사랑이 다 마르고 관심이 사라졌을 때 통쾌하게 뻥하고 차는 기분으로 이혼을 감행해도 될 것이니 시간을 벌어보라는 뜻도 쬐꿈은 담고 있었거든요.
가끔 선배를 떠올릴 때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면서, 미안한 마음도 듭니다.
고아원에서 아기를 데려다 내자식으로 키우는 것보다 더 힘든게 남편의 바람으로 낳아 데리고 들어온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라는데... 그동안 괴로운 세월을 감내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헤아려보면서 그 당시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자고 했던 저의 생각이 선배언니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되돌아보게 되는데...
몇년후, 선배가 이혼을 말려준 지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었다고 해서 다행스러웠습니다.
그 아이가 장성하여 장가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선배도 아이를 낳았구요. 아이들은 모릅니다. 남편에 대한 미움으로 몇번씩 끓어오르는 분을 삼키느라 죽을 힘을 다해 참고 또 참고 버틴 세월속에 혹시라도 미운 감정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한테 전달될까봐서 기도도 자신의 감정을 달래며 가정을 지키고 남편을 지키려고(?) 무진장 노력한 선배에게 무한한 박수를 보냅니다.
아이가 자라서 행여나 생모에 관한 소식을 접하고 찾고 싶어한다면 떳떳하게 다 밝혀주리라 했던 선배는 아이를 키우는 동안 마음이 변하여 이 사실을 아이가 알게 될까봐서 불안감을 느끼다가 몇년전, 이민을 결심하더니 결국 떠났습니다.
요즘 젊은이들 빨리 데워지고 빨리 식어버리는 사랑에 익숙해있다구요... 이는 어른들이 봤을 때 노파심으로 그런 견해를 나타내는가 봅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도 우리의 부모님께서 저희 세대를 보고 그렇게 표현하시고 염려스러워하셨거든요. 어르신 눈에는 아래세대가 다 걱정스러우신가 봅니다.
다시 드라마 '두아내'로 돌아가서, 철수가 교통사고를 당해 기억상실증에 걸리면서 조강지처 영희만 기억하고 새 아내 지숙은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는데... 왕짜증납니다.
남자는 자신이 불리하면 왜 조강지처한테 기대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지 원...
예전부터 무슨 공식처럼 되어 있는 남자의 비겁한 삶처럼 느껴져서 몹시 기분 나쁩니다.
부부가 뭔지
가족이 뭔지
상처를 가장 많이 주고 받는 굴레로, 벗어나고 싶어하면서도 도저히 벗어나지 못하는 기쁨과 행복이 존재하는 그런 굴레처럼 다가옵니다.
※ 나이어렸고,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새댁으로 포근하게 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제가 결단력있어 보였는지 의외로 경청자 역할을 많이 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노라면 깜짝깜짝 놀랄 때가 참 많습니다. 제가 들었고 함께 슬퍼하고 노여워하며 안타깝게 여겼던 사연이 드라마로 자꾸 나타나고 있어서.
부부이야기- 다음글도 관심가져 주십시요. 이혼한 부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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