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일기예보가 너무 잘 맞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정말 비가 내리고 있었고, 지금도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제가 남편에게
"여보,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알아?"
하고 물었습니다.
"딸내미생일? 집안제사?"
"다 아니고 오늘은 부부의 날이야."
"그런 날도 있었어?"
"응. 나도 작년에 알았어. 생긴지 몇년 안되어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으니까 사무실에 나가면 당신이 가르쳐줘.^^"
"모르는 사람 많겠다. 그런데 여보, 부부의 날은 뭐하는 날이지?"
"뭐 따로 할일이 있나? 부부의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면 되지."
제 말은 들은 울남편, 씨익 웃으며 대뜸하는 말
"아~ 공식적으로 오늘은 꼭 부부생활을 하라는 날이구만.^^"
세상에 이런 엉뚱쟁이. 그리고 이어서 하는말
"부부란 자고로 살갗을 닿으며 살아야하는데 부부생활이 원만치 않으니까 이혼이 많아지는 걸 걱정해서 이런 날을 만든것 같아. 오늘 퇴근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꼭 해야겠네. 그치?^^"
"여보, 그걸 할일이라고 생각해?"
"당연하지. 평소에 바빠서 못한 사람도 오늘은 꼭 하라는 의미^^ 그러니까 여보, 준비하고 있어."
"뭘?"
"알면서 모른척 하기는. 우쨌던, 이혼하지 말고 잘 살아라는 의미잖아."
"그렇다고 어떻게 부부의 날에 해야할 일로 부부생활을 떠올리냐?"
"그럼 당신은 뭐가 떠오르는데?"
"......"
평소대로 하면 되지, 뭐 딱히 해야할 일로 떠오르는 것은 없습니다.
"결혼한 부부에게 중요하잖아."
"됐어. 난 더이상 할말없음!"
'부부의 날'이란 말을 처음 들은 제 남편은, 부부의 날에 해야할 일로 性생활을 떠올리는 것을 듣노라니, 다른 가정의 부부들 대화에서는 부부의 날에 무엇을 할까? 궁금해집니다.
출근하면서 윙크를 보내는 남편,
"부부의 날이니까 오늘은 특별하게 더 잘해보자구^^"
"뭘 잘해? 어서 출근이나 하셔."
'아이쿠야 내가 부부의 날을 괜히 가르쳐줬나'
낮에 모임이 있어서 외출했는데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침에 나눈 대화를 떠올리면서 저한테 상기시키려는 것 같아 제가 먼저 말을 돌리며 웃었습니다. 통했겠지요.
단순하고 직설적인 우리 부부의 대화는 감정전달이 잘되는 것이 좋으면서도 때로는 푼수같다는 느낌을 받으며 서로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잡다한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임하는 국민의 자세 (9) | 2009.05.25 |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 자살일까? 사고일까? (4) | 2009.05.23 |
노인요양사 실습생인 올케가 전한 솔직 토크 (2) | 2009.05.19 |
남편의 노래방도우미하고 수고비 받은 나 (41) | 2009.0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