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여전하지만 3,4년전에는 주부들에게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일자리에 대한 관심이 꽤 높았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는 노인요양사라는 새로운 일자리가 또다시 주부들 사이에 화제거리가 되었습니다.
특히나 노인요양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혹시라도 집안의 어르신 중에 요양을 받아야 할 상황에 이르렀을 때, 굳이 어르신을 시설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간병해도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비용이 지급된다는 소문을 타고 현장에서 일할 마음이 없는 주부도 만약을 대비한 필수품(?)처럼 여길 정도로 인기가 있었는데...
얼마전에 친정에 갔을 때, 취업을 생각하고 노인요양사 자격을 갖추기 위해 실습중인 올케를 만났습니다.
"올케, 근육통이야? 어깨에 파스붙었네."
"아 이거예, 요즘 제가 노인요양사 실습나가고 있는데 힘이 좀 들어서 그래예."
"올케도 노인요양사 일 해보려고 그래?"
"예."
"열심히 사는 올케가 참 고마워."
"형님, 실습이 끝나면 바로 취업되어 가정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어예.^^"
"주부들 사이에 이 자격증 갖추려고 유행처럼 번지던데 직접 현장에 나가보니 어때?"
"이제는 적응이 되었지만 보통 힘든게 아니었어예."
"실습끝나면 취업할 곳은 많아?"
"취업이 쉽게 될줄 알고 도전했는데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라예."
전문직은 아니었으나 늘 일했던 올케였는데, 작년에 실직하면서 방법을 모색하던 중 노인요양사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하는 올케를 통하여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던 중 제 가슴을 가장 찡하게 울렸던 말,
"형님, 나중에 힘들면 제가 어떻게 생각이 바뀔지 모르지만... 어무이(친정엄마)가 많이 편찮으셔서 시설에서 요양하게 될 정도가 된다고 해도, 현재의 제맘은 절대로 어무이를 그런 시설에 맡기고 싶지 않아예."
"?"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모아 둔 수용소 같아서 처음에 억수로 놀랐어예."
"편찮으셔서 거동을 못하거나 치매로 말미암아 가족들이 돌보기가 힘든 노인들을 돌보는 곳이니 오죽하겠어."
"실습나가기 전에 제가 상상했던 것하고는 너무 달라서 저는 절대로 어무이를 그런 시설에 보내면 안되겠다는 생각부터 들었어예."
"마음이라도 고맙네. 행여나 울엄마가 쓰러지시기라도 하면 며느리보다는 딸이 편할 것 같으니까 내가 각오는 하고 있어. 하지만 울엄마가 건강하게 사셔야 우리도 엄마도 다 편할텐데..."
어르신이 계신.. 아니 우리도 나이들고 늙으면 닥칠 일이기에 노인요양사 자격으로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실습을 며칠간 했던 올케의 현장경험담이 남의 일같지 않아 코끝이 찡했습니다.
선배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힘들것임에 대한 각오는 했지만,
첫째, 현장에 적응될 때까지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답니다. 이유인즉, 사람이 나이들수록 깨끗하게 자주 씻어야 함은 고유한 냄새가 있기 때문이며 또한 거동이 불편하거나 아픈 노인들만 모인 곳이다 보니까 아무리 깨끗이 한다고 해도 냄새에 적응하기 힘들어서 억지로 식사를 했다가도 구토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렇게 사흘째를 맞이하니까 신기하게도 냄새? 환경? 아무렇지도 않게 적응되더랍니다.
둘째, 어르신이 부를때마다 쫓아가서 시중들면 현근무자가 지적한답니다. 실습생은 며칠간 뒷바라지 잘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근무자 한명당 보살펴드려야 할 노인분들이 많아서 일일이 그 부르심을 다 들어드릴 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시간을 정해놓고 일을 순서있게 하고 있더라는데... 이점이 우리올케는 참 서글펐다고 합니다. 환자분이 원할 때가 아니라 근무자의 계획표대로 따라야함이 보기 참 딱했다고 하면서도 나중에 올케자신도 실습생이 아닌 근무자가 되면 아마도 선배근무자들처럼 변해 있을 거라고 하면서 씁쓸해 하더군요.
셋째, 아무리 편찮으신 분들이라고는 하나 수용소같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답니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노인분일 경우는 그나마 좀 덜한데, 치매환자거나 의식없는 환자일 경우에는... 올케한테 들은 내용을 글로 옮기지 않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고 해도 건강함만 못하니 우짜던둥 건강하게 살아야합니다.
넷째, 관심갖고 자식이나 친지라도 자주 찾아오는 환자는 그나마 보살핌이 좀 낫답니다. 하지만 대개는 찾아오지 않고 방치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안타까웠답니다.
다섯째,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많은 어르신에 비해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답니다. 그럼에도 인원보충이 쉽지 않음은 지원되는 예산이 부족한 탓이겠지요.
여섯째, 직업으로만 불가능하고 봉사정신도 있어야 한답니다. 마음과 몸이 그만큼 힘들다네요.
실습생으로 현장에서 일해 본 올케의 솔직한 느낌을 대충 옮겨보았습니다.
유료라고는 하나 정부의 지원이 더 많은 시설의 경우와, 사설기관처럼 유료비율이 더 많은 시설인 경우로 나누어볼 때 환경면에서 차이가 두드러짐을 느끼긴 했으나, 공통점은 아무래도 가족의 손을 떠나 시설에 맡겨질 정도가 되면 회복을 바라기보다는 포기쪽에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기에 마음이 무척 아팠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남편이 일하고 아내는 전업주부로써 아이를 돌보고 어르신을 모시고 살았지만, 요즘은 대부분 맞벌이 부부로, 아이도 시설에 맡겨야 하고, 어르신도 시설에 맡겨야 하는 불안한 환경속에서 바쁘게 살아감이 참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하게도 필요한 이런 시설이 턱없이 부족함에 놀랐다고 하는 올케랑 대화를 나누는 동안 머리가 아팠음은...
우리의 미래?
나이가 더 많아진다는 것, 건강을 자신할 수 없다는 것,
다 자란 자녀를 결혼으로 독립시키고, 남은 부모(우리)역시 독립해야 함을 절실하게 느끼는 우리 세대의 내일을 상상해 보노라니 그닥 밝지 않음이 우울하고 두렵게 느껴집니다.
사는 날 동안 정신 바짝 차리고,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만 그저 열심히 하게 되네요.
병원으로... 관계시설로... 옮겨다니면서 열흘간의 실습기간을 마치게 된 올케처럼 취업을 희망하면서 노인요양사 자격을 갖추는 주부들이 참으로 많은가 봅니다.
마음도 힘들고 일도 힘들지만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기꺼이 일하고 싶다는 올케의 바람이 하루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나이듦에 대한 서글픔으로 가슴 찡한 솔직토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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