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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딸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스승의 날'

말도 많고, 탈도 많아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스승의 날'은 존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부모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자녀가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 엄마가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라는 부담감에서 해방되니까 몇년간 스트레스 받는다고 해서 스승의 날을 아예 없애자고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아낙입니다.

초보학부형으로써 처음 맞이하는 '스승의 날'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엄마가 받는 스트레스는 꽤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지만, 이런 과정을 거치며 아이가 자라는 동안 엄마도 적응력을 갖추게 되고 또한 여유있는 시선으로 선생님 보는 안목도 갖추게 됩니다.
초보시절에는 먼저 경험한 엄마들이 전달하는 정보를 무조건 믿고 선생님을 대하는 선입견때문에 힘들어하지만 고학년이 되면 그런 사슬을 스스로 끊고서 내아이를 통해서 혹은 상담을 통해서 선생님께 다가가게 되면서 처음 맞았던 스승의 날과는 다른 여유를 찾게 됩니다.

요즘 아이들 참 똑똑합니다. 아니 당돌하게 느껴질 정도로 자기 주장이 뚜렷합니다.
저학년때 맞이하는 스승의 날에는 엄마가 준비한 선물을 무조건 선생님께 전달합니다. 그 선물이 아이 자신이 쓴 편지가 되었건, 꽃다발이 되었건, 상품권이 되었건, 아니면 더 심한 고가의 무엇(?)이 되었건 간에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지요.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서부터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도 있고, 그렇지 않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리고 판단은 각자가 합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용돈으로 준비하는 아이도 있고, 엄마와 상의하는 아이도 있고, 어떤 경우는 많은 아이들앞에서 두드러지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경우엔 남들 하는대로 묻혀가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선생님께 선물을 우르르 내놓으면 자신도 내놓고, 선생님께 선물하는 아이숫자가 적으면 많은 수의 무리속에 끼는게 편해서 준비했던 선물을 드리지 못하고 도로 가지고 오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남들과 차별화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는 보란듯이 자신만 선물을 건네는 아이도 있구요.
이는 아이마다 엄마마다 다른 개성이라고 여겨지는데, 대부분의 경우는 엄마따라 아이가 닮습니다.^^

자녀가 중고생정도 되면 엄마가 따로 스승의 날을 챙기지 않아도 될만큼 아이들 스스로 준비하는데, 초등학교때 모습과는 아주 다르지요.
개인적으로 하여 튀는 것보다는 공평하게 단체로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가끔은 하고싶지 않다는 반대의견을 가진 아이도 아주 소수로 있긴 하지만, 대개는 십시일반으로 조금씩 모아서 단체로 스승의 날을 챙기니 따로 학부모가 챙기지 않아도 됩니다.
 
학부모 입장에서 저는 '스승의 날'을 맞으면 우리아이가 좋아하는 선생님, 그저그런 선생님, 아주 싫어하는 선생님을 구분짓는 날로 맞이합니다. 말이 없던 아들과는 달리 우리딸의 태도를 보면 아주 확실합니다.
 "단체는 단체고.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선생님도 있을거 아냐?"
하고 제가 물으면
 "스승의 날 아닐때 나중에 할거예요.^^"
라던지
 "싫어요."
라던지... 답이 오는데, 굳이 '스승의 날'에 챙기지 않지만 언젠가는 꼭 챙길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내비취므로 알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로 마음에 두고 존경하는 선생님께는 스승의 날을 피해 학년이 바뀔 무렵이나 졸업때 개인적으로 챙김으로도 알 수 있고, 나중에 몇년이 지난뒤에라도 깨달음을 통하여 뒤늦게 찾는 선생님을 통하여서도 알수 있습니다.
 
저는 '스승의 날'을 통해서 우리딸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서 딸이 느끼는 좋은 선생님을 확실하게 알게 됩니다.

금년으로 고교시절이 끝나는 딸의 마지막 담임선생님에 대한 속마음도 읽은 '스승의 날'아침입니다.

엄마가 느끼는 좋은 선생님과 당사자인 아이가 느끼는 좋은 선생님에 대한 관점이 같을 수는 없지만, 아이가 클수록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는 것에 웃음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