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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내 상상이 방해가 된 '인사동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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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스캔들』
개인적으로 극의 소재에 끌렸던 영화입니다.
그림에 관심이 있었기에 은근히 기대가 컸습니다.
그리고 저는 통쾌함과 스릴감을 맛보면서 재밌게 본 영화였으며, 제겐 참 유익한 영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괜찮았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울남편의 반응은 의외였습니다. 그저 그랬다는 반응..
그림에 관심있고 취향이 비슷한 울딸혀고 봤더라면 더 좋았을낀데... 하고 후회했습니다.^^

전설적인 그림,
400년전 사라진 전설의 그림, 벽안도
조선시대 궁중화원 안견이 그린 전설적인 그림으로, 안평대군의 꿈을 사흘 만에 생생하게 담아낸 '몽유도원도', 자신의 꿈을 보고 싶어하던 안평대군에게 그 화답으로 그려진 것이 '벽안도'이다.
60년 전 발견된 오원 장승업의 서책을 통해 처음 그 존재가 세상에 알려졌고, 원류가 된 중국의 화풍보다 월등하게 우수하다고 인정받은 안견의 명작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세조에 의해 축출된 안평대군에게 바치려 했던 그림 '벽안도'는 창덕궁의 연못 부용지를 그린 것으로 안평대군이 왕이 되기를 바란 안견의 꿈을 담고 있다.

'벽안도'를 복원하여 거액을 받고 일본으로 밀반출하려는 그림시장의 큰손 배회장(엄정화)과 신의 손이라 불릴 만큼 복원의 천재화가 이강준(김래원)
이 두사람의 같은 그림? 다른 마음이 '인사동 스캔들'에 주축이 되어 그림시장에 얽혀있는 음모를 관객들에게 폭로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니 함부로 믿지 말라는 메세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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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남들과 다른 생각, 남들과 다른 시선으로 창작에 몰두하고 독창적이기를 바라는 분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고미술에 대한 복원작업이 얼마나 경이로운 작업인지 이 영화를 통해서 깨닫는 계기가 되었을 정도로 유익하고 감동적이었으며, 한편으로는 예술은 노력도 필요하지만 영감과 타고난 천재적인 소질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체험한 저로써는 신의 손을 가진 이강준(김래원)의 타고난 천재적인 감각(시각과 표현)이 무척 부러웠습니다.

이 영화속에 등장한 생소한 용어는 빼놓을 수 없는 유익한 정보라서 옮겨 놓습니다.

그리고 지방에 살면서 서울에 자리잡은 인사동거리와 쌈지길을 관광차원으로 몇번 다녀왔던 제 시야에 펼쳐진 배경이 친근해서도 좋았고, 고미술품이나 골동품에 관한 지식? 안목이 없으면 속을 수 밖에 없는 어두운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영화니까 즐길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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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벽안도를 둘러싼 두사람의 두뇌싸움이 꽤 흥미롭게 펼쳐지는 과정의 불안함과 긴장감등으로 인해 지루하지 않습니다. 다만 빠른 전개로 말미암아 매끄럽지 않고 약간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동안 저 개인적으로 궁금해했던 그림경매현장의 모습과 골동품가격의 거품같은 것을 비록 영화의 한부분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던 점은, 제 호기심을 약간이나마 해소시킬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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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같이 보러 가자고 남편에게 권할 때 제가 엄정화씨를 부각시켰습니다.
그녀가 풍기는 섹시미에 연기력이 잘 버무러진 영화같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안시럽게도 엄정화씨가 맡은 배회장역을 보는 내내 제 머리에는 자꾸만 다른 배우가 떠올라서 불편함을 겪어야만 했으며 혼란스러웠습니다.
 '저 역할을 김혜수씨가 했더라면 어땠을까? '
하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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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사람은 각기 다른 독특한 매력을 지닌 배우면서도 공통된 분위기를 느끼게 하므로 제 머리속에서는 비교가 되었나 봅니다.
더구나 '타짜'의 김혜수씨 역과, '인사동 스캔들'의 엄정화씨 역할이 다른것 같으면서도 닮은 점이 많아서, 같은 역할이지만 어떤 배우가 그 역할을 맡느냐에 따라서 관객이 느끼는 분위기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는 상상의 자유를 맘껏 누려보았습니다.

영화에서의 두여인의 공통점
예쁘고 섹시합니다. 그리고 대단한 부를 누리고 싶어하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예쁘고 섹시함의 공통점을 이용하여 차별화된 이미지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정마담역의 김혜수
아주 여유롭습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좀 그렇지만 아주 능구렁이같지요.
섹시한 표정과 포즈를 일부러 취하지 않아도 그녀 자체만으로도 포스가 뿜어져 나옵니다.
글래머로써의 풍성함이 성격으로도 부드러운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흡인력이 느껴집니다.
자신을 다 드러내 보이지 않으며, 상대방이 알아서 다가오도록 유도하면서 즐기는 듯 하지요.  

배회장역의 엄정화
이제 막 섹시미를 갖춘자로써 자신을 알리기 위해 발버둥치는 초보같습니다. 그러니 여유가 없습니다.
왜소한 섹시미는 차갑고 앙칼지게 느껴지면서 보기에 따라선 안쓰럽기까지 합니다만 김혜수씨와 다른 매력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김혜수씨가 마담이라면, 타짜에서 정마담으로 출현했지만 정말 여유로운 마담같다면,
엄정화씨는 이제 막 자라고 있는 새끼마담같은 느낌이 들었고,
김혜수씨는 강하고 거칠면서도 부드럽고 귀여움이 있는 역이었다면 
엄정화씨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오기로 앙칼지게 자신을 포장한 듯 거칠게만 보입니다.

김혜수씨가 용이라면 엄정화씨는 이무기
김혜수씨가 구렁이라면 엄정화씨는 뱀?

정마담역을 엄정화씨가 하고, 배회장역을 김혜수씨가 했다면 더 잘 어울렸을까?
관객으로써의 멋대로 상상을 다 해보게 되더군요.ㅎㅎㅎ
아무래도 마담보다는 회장이 더 힘있어 보이니까 그런 점에서 엄정화씨보다는 김혜수씨가 맡았더라면 분위기는 더 잘 어울리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엄정화씨 연기 꽤 잘 했습니다. 사리사욕을 위해 재력과 권력을 앞세워 인간문화재로 대접받아야 할 예술가를 불구자로 만들어버리는 이기적인 인간의 끝없는 탐욕을 아주 표독스럽게 잘 표현했습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배회장이 먼저 젊은 천재복원가 이강준에게 강화병풍으로 죄를 뒤집어 씌우고 부를 얻었으니, 두번째 작업 벽안도에서는 이강준에게 반드시 당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는 캐릭터입니다.
배회장은 예쁘고 섹시하고 도도하면서도 뭔가 모르게 여유가 없어 보이고, 자신이 패를 쥐고 있으면서도 늘 불안 초조한 날카로움이 느껴졌습니다.
만약에 김혜수씨가 맡았다면 관객으로써 우리는 배회장이 이강준에게 당할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녀의 여유로운 처신에 잠깐이나마 속는 착각도 경험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상상이지요.

고미술 복원에 대한 신비로움과 우리나라 한지의 우수성에 다시금 놀라면서 몇백년을 거슬려 올라갈 수 있는 종이의 질까지 복원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경이로움을 표하며, 통쾌하게 마무리된 '인사동 스캔들' 리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