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남자', 잔디엄마에 대한 여고생들 반응

첫회를 보고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드라마라고 흥분하던 나에게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본 母女의 시각차이)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이라며 편안한 마음으로 시청하라고 언니처럼 충고하던 딸.
금년에 고3되니 스스로 자제한답시고 텔레비전에 눈길주지 않던 딸이 '꽃보다 남자'를 안보니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대화에 끼어들수 없더라며 슬금슬금 관심을 가지면서도 자제의 빛이 역력함이 쬐꿈 안쓰러워 보인다.
굳이 집에서 드라마를 안봐도 학교에서 친구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로 대충의 내용은 알게 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꽃보다 남자'. 현재의 우리모녀는 주말인지? 휴일인지? 재방되는 화면에 가끔 눈길을 주는 정도지만... 앞으로는...^?^

'꽃보다 남자'의 배경이 된 고등학교가 귀족(?), 부자(?)집안의 자식들이라면, 서민으로써는 그야말로 금잔디뿐이다. 그러니 드라마의 여건상 서민가족의 모습도 금잔디가족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는데, 잔디네 가족을 보고 있으면 단순함이 참 천진난만하다고 여겨지면서도 때론 황당함을 유발시키곤 한다.

부모님보다 오히려 잔디가 더 어른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극중에 잔디엄마(임예진)의 처신을 못마땅하다며 딸을 돈에 팔려는 듯한 인상마저 느낀 딸주변의 친구들이 불쾌감을 드러내며 '딸보다 못한 잔디엄마'를 도마위에 올려놓았나 보다.

귀족들만 다니는 학교에 딸(금잔디/구혜선)이 다니게 된 것을 행운으로 여기며, 그 행운의 기쁨을 딸의 감정이나 처지와는 상관없이(잔디가 학교생활에서 험한 꼴 당한 사연을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다지만....), 돈이 많아 집안이 빵빵해보이고 외모까지 준수한 남자를 잘 꼬시기를 은근히 딸에게 압박하는 모습이 좀 지나치다 할 정도로 그려졌다. 그리고 은근히 동조하는 가족들.

귀족학교다 보니 서민 대표가 되어버린 잔디네 가정형편이 비교되는 바람에, 대조적으로 어렵게 보여서 그렇지 서민형 가정형편은 잔디네와 비슷하지 않겠는가.
뭣 때문인지 모르지만 경마장을 들나들었던 아빠의 잘못(?), 꿈(?)때문에 힘들어진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 잔디가 알바를 하는 모습으로 인해, 우유부단해보이는 잔디아빠마저 못마땅하다며 여고생 울딸을 비롯한 친구들의 시청소감에는 비판의 양이 늘어나고...
만화를 드라마로 옮긴 환타지 드라마에 생각없이 빠져들고 있는 줄 알았더니, 가끔은 현실적인 면에 시선을 던지고 있음을 느끼며 딸이 전하는 친구들의 이야기에 함께 빠져보았다.
 

구준표 앞에 무릎까지 꿇은 잔디 가족.
무척 황당하게 여겼던 장면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서민은 자존심도 없냐? 어른이 너무 아부하는 것같아 보는동안 화가 났다고 전하는 딸 친구들 반응.
구준표의 못된 행동을 본 잔디는 선배라고도 부르지 않으며 나름대로 자존심으로 버티는 딸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지금은 좋은 관계로 발전하고 있지만.

분위기에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재벌엄마의 아들사랑(?)은 딸 친구들도 쉽게 이해되고 전달되나 보다. 내자식을 최고로(관점이 달라서 그렇지) 키우고 싶어하는 엄마의 욕심을.^^

금잔디(구혜선)와 아들 구준표(이민호)를 떼어놓기 위해 3억을 들고 잔디집으로 찾아갔다. 돈으로 해결하려는 재벌들의 방법을 텔레비전 드라마로 간접적이긴 하지만 많이 봐온 익숙함 탓인지 딸 친구들은 오히려 재벌엄마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눈치다.

하지만 잔디엄마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비판이 쏟아졌다고 전하는 딸도 약간 흥분했다.
아들이 잔디와 만나지 않기를 부탁하며 강회장이 내민 돈 3억원을 거절하는 잔디엄마를 보며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준표엄마 강회장(이혜영)이 잔디를 잡초로 비유한 대목에 화가 난 잔디엄마.
 "남의 자식을 부모 앞에서 잡초라고 부른 것은 실수다. 댁 같은 여자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
는 뜻의 보이며 준비해 놓은 듯ㅋㅋㅋ 소금을 뿌리는 다소 엉뚱? 어찌보면 용기? 를 보여, 아무리 없이 살아도 자존심은 있는 엄마라고 추켜세웠는데... 잔디엄마의 속뜻은 그게 아니었다. 이그 실망 ㅜ.ㅜ
강회장이 떠난 뒤,
 "구준표 집은 동네 애들도 다 아는 신화그룹인데, 고작 3억이라니 말도 안 된다. 구준표가 네 남편이 되면 신화그룹이 다 네것인데...."
잔디앞에서 아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뜨악하지 않을 수가 없다. 뭔 엄마가 저래.
3억원 앞에 굴하지 않고 소금까지 뿌리며 자존심있는 행동인양 보였던 모습이, 딸을 아끼는 마음이 아니라 나름대로 욕심을 가진 계산된 속뜻임을 알게 된 딸 친구들이 실망하며 잔디엄마의 이상스런 행동에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 금잔디가 현대판 심청이 같아.
* 애가 납치된 것도 모르고 전화 한통에 F4랑 여행갔다는 걸 철썩같이 믿는 부모가 어디있냐.
* 고교생 잔디가 준표와 키스하는 장면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잔디네 가족... 이것도 말이 안돼. 더구나 초등생 동생도 함께 보고 있는데...
남녀공학이 아닌 여고에 다니는 소녀일 뿐만 아니라, 남자친구도 없는 애들이라 여러모로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기꺼이 시청자가 된 딸 친구들이 바라는 엄마상을 엿본 나, 생각해보았다.

빼어난 외모에 매너좋고 부잣집, 아니 재벌집 아들이 울딸과 엮인다면?
서로 좋아하는 사이로 발전하여 결혼이야기가 오간다면, 경제적으로 부족한 부모로써 무척 부담스럽게 여기며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약간의 차이는 감수할 수 있지만 만약에 울딸이 드라마의 준표와 비슷한 사람과 그렇고 그렇게 엮인다면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더라도 넌지시 깊은 관계가 되지 않기를 바랄 것 같다(이것도 내 욕심인가^^)

힘들어하는 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들뜬 잔디엄마의 희망(?)과 더불어 무조건 동참하고 있는 가족들이 한심하면서도 불쌍해 보인다는 딸 친구들의 지적이 날카롭게 느껴졌지만 묻고 싶었다.
 '그래도 준표같은 애랑 사귀고 싶지?'
라고.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