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두어번 정도 규칙적으로 안부전화를 하는 일병 울아들, 지난 주말에 안부전화를 받았는데 오늘 점심때 전화가 와서 내심 좀 놀랐다. 며칠 지나지도 않았기에.
"별일 없으시죠?"
"그래. 넌 뭔일있니?"
"왜요?"
"지난 주말에 네 전화 받았는데 이어서 전화하니까...^^"
"ㅎㅎㅎ 아뇨..."
"용건있으면 말해. 좀 있으면 공부방 애들 올 시간이야."
뭔가 말할게 있는 게 분명했다. 머뭇거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재촉했다.
"저..."
"혹시 너 돈 필요하니?"
"어떻게 아셨어요? 엄마 귀신같아요.ㅎㅎㅎ"
"계좌번호 불러줘. 넣어줄께."
"제 통장에 돈은 있어요."
"그럼 뭔데?"
"제가 사용하려는 곳에는 지급방식이 카드는 안되고 현금이 필요한데 현금을 인출하려면 외출을 해야하는데... 저는 주말에 돈이 필요하거든요."
"그럼 카드로 인출해서 사용하면 되잖아."
"부대내에는 인출기가 없어요. 부대밖에 나가야하는데 주중엔 불가능하잖아요."
"알았어, 뭔말인지... 엄마가 지금 보내도 주말까지 네손에 닿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빌려서 좀 써면 안되니?"
"다들 저와 비슷한 상황이라서 빌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만약에 주말까지 그 돈이 없다면 어떡혀니?"
"할수없죠 뭐."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별로 중요하지도 않나보네^^ 바로 보내도록 서두를께. 그만 끊자."
빨리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에 왜 돈이 주말까지 꼭 필요한지에 대해선 묻지 않은 것을 나중에야 깨달았다.ㅋㅋㅋ
금년초, 훈련병으로 있다가 자대배치 받은 후 군에서 받는 첫월급이란 것이 나오기 전에 딱 한번 돈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이런 부탁을 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많지 않은 금액 일만원. 오늘도 역시 일만원이다.
군대에서 적으나마 월급이 각자의 통장으로 입금이 되고, 부대내에서 사용하는 군것질이나 소모품같은 것은 카드로 지급이 가능한 곳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한두군데는 카드는 안되고 현금이 필요한 곳이 있단다. 그래서 조금의 현금이 필요하더라고 휴가나왔을 때 설명하던 아들의 말이 생각난다.
그리고 휴가 나왔을때 남았던 비용을 일부 통장에 입금시키고 현금이 필요할 때를 준비삼아 몇만원을 책속에 넣어두었는데 어느날 보니까 한장이 비어있어 자신의 착각인줄로 알았는데 또 다시 그 돈이 책속에서 한장 사라져 있던 경험을 한 후로는 비상금으로도 현금을 두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곧 상병이 될려나... 부대내 계급장 달아주는 곳은 현금으로 지불해야한다고 했던가??
부대내 생활이 대부분인 군인아찌들 지출환경이 카드면 카드, 현금이면 현금으로 통일되어야지 어떤 곳은 카드사용도 되고 또 어떤곳은 현금만 사용가능하다니... 여간 불편한게 아닐 것이다.
더구나 책속에 비상금으로 보관했던 현금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 아들입장과, 군대에서 통장으로 지급하는 월급의 상황을 보면 부대내 모든 지출상황은 카드로 통일시켜야함이 마땅하지 않겠는가.
부대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으나 울아들이 복무중인 곳에서는 카드로 지급하는 것 말고 꼭 현금으로 지급해야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기에 카드 한가지로 다 통일된 지출환경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공부방아이들이 오기전에, 그리고 아들손에 주말까지 닿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후딱 우체국에 다녀오느라고 얼마나 뛰었는지 평소의 반을 줄여서 다녀왔다.
군인아찌(?)들 중에는 군대에서 주는 월급이 부족하다며 집에 전화해서 돈이 부족하다고 시시때때로 돈보내달라고 떼(?)쓰는 아이(?)도 있다는데... 울아들은 나름 알뜰한 것 같아서 대견스럽게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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