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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리찾아서

사라져가는 품앗이를 아쉬워하면서도 김장을 혼자하는 이유

겨울맞이하는 환절기에는 적응이 쉽지않은 저로써는 지금의 시기가 참 싫답니다.^^ 며칠간 집안에서만 동동거리다가 어제(11/17) 외출을 하려고 아파트 현관을 나서는데
 '어 저게 뭐야?'
제 눈길을 사로잡는 물체가 보입니다. 다가가서 보니 포기마다 신문지로싼 배추였습니다. 추위가 빨리 오는 이곳은 지금 김장철입니다. 춥다고 운동도 안가고 집안에만 있었기에 아마도 체육관회원들은 제가 김장하느라고 결석하는 줄 알고 있을텐데 말이죠...^^
전 미처 생각도 못한 사이에 김장철을 맞이했습니다. 김장을 한 뒤에 나중에 먹으려고 저도 두어포기정도는 포장을 해두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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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배추를 가지런히 포장해놓은 정성을 보면서 누군가의 가정으로 배달가려는 손길로
느껴집니다. 소금자루까지 옆에 놓여있는 걸로 보아 친정엄마가 결혼한 딸을 향한 사랑이 아닐까?
추측해보며 친정엄마랑 멀리 떨어져 사는 저는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잠시 부러워합니다.
배추가격이 예전같지 않게 비싸다는 것을 이 포장된 배추를 보며 다시금 느낍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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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다고 집안에만 있어 잘 몰랐지만 아마도 이번(11/17) 주말을 전후로 김장한 집이 꽤 많았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김치냉장고가 있어 사시사철 김치를 해서 저장하기가 좋다고 해도 김장철은
존재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시기에 나오는 배추가 일년 중 제일 맛있으니까요.

김장철에는 아줌마들이 나름대로 바빠집니다. 왜냐하면 이집저집으로 몰려다니면서 서로의
김장을 도와주는 분위기니까요. 아무리 핵가족으로 적은 양의 김장을 한다고 해도 김장은
김장이고 내려오는 전통같은 게 있으니까요^^
그 전통은 이웃의 친한 아줌마들끼리 뭉친 후, 날을 잡아놓고 돌아가면서 김장을 하고 김장후에는
꼭 밥을 해먹으며 정을 나누는 품앗이죠. 저도 결혼 초년시절, 전업주부였을 때는 이웃의 결혼
선배들 틈에 끼어서 김장철 품앗이 문화에 젖어 살다가 서서히 빠져나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직업을 가진 주부가 된 계기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김장을 하는 집에 몰려가서 일을 마칠 때까지
여인들은 조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너무 싫었습니다. 서로간의 의견과 아니면 수다를 이으며 배추속에
양념을 넣기때문에 어느순간 찝찝하다는 생각이 화악 몰려왔습니다. 뭐 그렇다고 제가 깔끔한 편도
아니면서 이러니 참 별나다고 하실지 모르나 그냥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낙들끼리 모여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들이 오가면서 튀는 침을 감수하면 되는데 저는 그걸
못참겠더라구요. 그렇다고 단체급식하는 곳처럼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아니공^^
그래서 어느해부턴가 남들이 물어오기 전에 슬그머니 혼자서 조용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저를 부르는 횟수가 줄어들어 재미도 덜하고 나누어 먹는 밥속에서 피어나는 오가는 정도 예전만
못하기에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얌체처럼 저는 혼자하는 게 편해졌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친한무리속에서도 더 친한 사람에게 제 뜻을 말했더니 점점 혼자하는 가정이
늘어났습니다. 에고 좋은 것도 아닌데 너무 빨리 퍼져서...
서로간의 오가는 정을 차단하는 분위기를 만든 것 같아서 진심으로 미안한 부분입니다.

핵가족인 요즘의 가정에는 예전 우리 엄마들이 하시던 때처럼 접(100포기)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많이 하는 가정이라야 3,4십포기정도이기에 굳이 품앗이하지 않고 평소보다 수고를 조금 더 하면
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풍습인 품앗이가 조금씩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는 마음도 한켠에 자리잡는
이중성을 띠고 해마다 갈등하지만 늦은 김장에 금년에도 저는 혼자할 것 같습니다.
남편이 쉬는 주말을 선택하여 양념을 버무릴 때 짠맛, 매운맛을 판단해주는 남편의 입맛에 맞추면
되니까요.

여러분은 김장을 혼자하세요? 품앗이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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