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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중간고사를 치른 50대 만학도가 쏟아내는 심호흡

 

작년에 심리와 관련된 분야공부를 접하게 되었다.

공부방을 하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좀처럼 시간이 나지 않아 차일피일 미루며 세월이 흘렀는데, 아이들 수가 줄면서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이 참 감사했다. 심리공부를 계기로 이어진 미술심리공부는 더 흥미로왔고, 급기야 관련분야 대학에 진학까지 하여 금년에 신입생이 되었다.

만학도다 보니 얼굴도 모르는 어린 새내기들이 착각하여 인사를 한다. 참 거북하게 인사를 나눈 후 웃으며

  "착각하지 마요. 나 교수 아녀요^^"

인사했던 학생도 웃는다.

 

이렇게 새내기들에게 혼란을 주는 만학도로 입학한 후 학교생활에 미처 적응하기도 전에 과목마다 교수님들은 과제물을 주시고, 홀로 하는 과제물이야 어떻게든 알아서 제출하면 되는 것이라서 별 걱정이 없었지만, 30여년 전에 대학새내기였을 때와는 달리, 21세기 대학과제물에는 조별로 책을 요약한 PPT활용으로 발표를 직접해야하는 점은 그야말로 부담백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더구나 다들 얼굴 익히기도 전에 조별과제라 어수선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게 한달이 정신없이 흐르는 동안 여러개의 과제물 중 두어개의 과제물은 마무리가 되어가고 발표에 대한 부담감도 좀 줄어들어 겨우 한숨을 돌릴 때즘... 어느덧 중간고사가 다가왔다.

참 아찔했다. 하교해서는 곧바로 이어지는 나의 일, 아무리 공부방 아이들 수가 줄었다고 해도 일은 일이다보니 하루 스케줄이 빡빡할 수 밖에 없고, 학교에서 받은 수업내용을 다시금 음미해볼 엄두도 못내고 그렇게 학교만 왔다갔다한 생활이었기에 시험이란 부담스러울 수 밖에.

나름대로 요약을 한 후, 하루전 벼락치기로 달달외워 시험에 임했던 결과는 참패 ㅜ.ㅜ

아무리 만학이라고 해도 그렇치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한테.

우째 공부한답시고 책에서 읽었던 내용으로 스쳤던 대목도 야속하게 떠오르지 않던 긴장감.

무엇보다도 만학도임을 감안하여 나름대로 배려해주신 교수님 얼굴 볼 면목이 없다. 클났다. 부끄러워서 어쩌누.

하루에 한두어과목 시험이라 부담이 적을 줄 알았는데 고건 나의 착각이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ㅋㅋ 절대로 아님을 절감했다. 시험기간이었던 일주일 내내 늦은 시간 잠속에서 교수님께 불러가 혼나는 꿈을 꾸느라 아침이 되어도 정신이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긴장하지 말라고, 성적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라고, 만학도를 위로하고 격려하시던 교수님 볼 면목이 없음이 무엇보다 걱정이다.

젊은 시절 공부할 때는 좋은 성적을 목표했다가 성적이 기대에 못미치면 자존심 문제로 속이 상했다면, 만학도가 되어 치른 시험 결과에서는 중간이 되어 있는 듯 없는 듯 묻혀가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변화를 느낀다.

아~~ 두달간 정신없이 동승했던 대학생활을 돌아보며 모처럼의 심호흡을 길~~게 내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