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혼돈의교육

명품가방에 관심갖는 딸의 고민, 난 된장녀일까?

 

대학생인 딸, 지난 봄부터 가방구입에 있어서 고민이 생겼다고 하소연하더니만 어느날은

 "엄마, 저 요즘 자꾸만 명품가방에 관심이 가는데... 이러다 저 된장녀 되는 거 아닐까요?"

자신의 심정을 걱정스럽게 털어놓는게 아닌가.

 "딸~ 명품가방에 관심갖는다고 된장녀가 되나? 너 된장녀란 뜻은 제대로 아니?"

 "명품에 눈이 먼 여자란 뜻 아닌가요?"

 "그건 아니지. 경제적으로 능력이 되는 여성이 명품을 선호할 경우는 된장녀라고 할 수 없지."

딸의 고민때문에 된장녀란 뜻을 찾아보았다.

된장녀란, 해외 명품 소비를 선호하지만 정작 자신은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기에 부모나 상대 남성의 경제적 능력에 소비 활동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젊은 여성을 비하하여 일컫는 말이다. 

 "넌 절대로 된장녀가 될수가 없어."

 "비록 구입은 안했지만 관심이 자꾸 간단 말이예요."

 "넌 네가 알바해서 모은 돈으로 살까 말까? 고민중이잖아. 그리고 능력도 없으면서 부모신세를 지거나 남자친구를 사귀게 될 경우 명품받겠다는 허황된 꿈을 꾸고 있니?"

 "당연 아니죠."

 "거봐, 엄마가 장담하는 데 넌 성격상 절대로 된장녀는 안될거야. 혹시라도 그런 기미가 보이면 또 내가 혼낼테고^^ 관심갖는 게 뭐 어때서? 그리고 능력되면 네것으로 만들 수도 있지. 비록 엄마는 명품에 대한 상식이 없어서 관심도 없지만 그런것까지 엄마 닮을 필요는 없어." 

어떤 가방을 구입할까? 딸의 고민은 좀처럼 결론을 내지 못했다.

 

딸은 그동안 고작해야 이삼만원 안밖의 가방을 인터넷으로 구입하여 사용했다. 그리고 가격대비 디자인과 실용성이 자신한테 잘 맞는지 꼼꼼하게 따져본 후, 카톡으로 사진을 보내 나의 의견을 참고할 정도로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지중지 아끼며 잘 사용했던 가방끈이 떨어져 더 이상 사용을 할수 없게 되자, 오래사용할 수 있는 튼튼한 가방을 떠올리다 명품은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딸 생각에는, 명품이라는 이름값답게 오래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수선이라는 서비스를 통하여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몇만원짜리 가방을 구입함에 있어서도 요리조리 따져보느라 섣불리 구입하지 못하는데, 백만원 단위가 넘는 해외명품은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몇 십만원 단위가 넘는 가방이기에 더 신중할 수 밖에 없을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그리고 딸의 고민속에는 엄마라는 장벽도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는데, 엄마도 들지 않는 고가의 가방을 자신이 구입해서 들고 다님에 있어서 죄송한 감도 비추었고, 또 다른 이유는 명품에 환장하는 문제있는 젊은 여성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소문의 무리속에 자신도 한사람이 되면 어쩌나? 염려하기도 했다.

이런 저런 이유로 갈등을 하고 있는 딸에게 나는 딸이 절대로 된장녀가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주었다.

생애 처음으로 딸이 번 돈으로 구입한 지갑, 비록 대단한 명품 브랜드는 아닐지라도 내가 권한 이유를 쓴 글이다. 아르바이트로 첫소득 맛본 딸에게 명품지갑 권한 이유

이 지갑을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으며 굉장히 뿌듯해 한다.

 

딸이 된장녀가 아닌 이유

첫째, 부모나 남자친구에게 사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구입하려고 조금씩 따로 저축했다.

둘째, 무작정 구입하는 게 아니라 가격대비 실속있는 물건인지 고민 중이다.

셋째, 명품에 시선꽂혀 낭비녀가 될까봐서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점검해 본다.

넷째, 명품가방이라고 해서 다 좋아보이지 않고, 디자인과 실용성을 따진다.

 

 

가방이던 옷이던 간에 구입시 갈등을 겪게 되면, 사진을 찍어 보내 나의 의견을 참고하고자 한다.

결정은 딸 스스로 내리지만 성급하지 않을까? 혹은 실용적인지? 꼭 다른사람의 의견을 들은 후에 가격대비 만족스러워야 구입을 하는 신중하고 알뜰한 면모를 보이는 딸이 기특하다.

 

 

솔직한 내 느낌을 전한다.

심사숙고해서 골랐겠지만 내가 보기엔 별로라고.... 그리고 이왕에 구입할거 좋은 가방을 구입해서 사용하면 좋겠노라고 내 생각을 전한다. 생활비외엔 더 이상 보내지 않으니 필요한 것은 스스로 벌어서 해결한다.

 

 

 

명품을 선호하는 엄마였더라면 울딸 별 갈등없이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 의견을 보냈더니 이같은 답이 왔다.

 "명품가방보다 명품딸이 좋을텐데~"

감동이다.

유명한 명품은 아니더라도 좀 좋은 가방을 구입하려는 거 보니, 그동안 알바해서 알뜰하게 모아 둔 돈이 좀 있는 것 같아서 좋은 가방을 구입하기를 권했던 것이다.

이렇게 두어달이 흐르는 동안에도 딸은 가방구입을 망설이고 있는 눈치였는데, 최근에 2학기 대학 등록금을 내는 데 뜻밖에도 장학금이 붙어서 반이상의 금액이 남는 게 아닌가.

그래서 그동안 고민하던 딸에게 기쁨과 격려의 뜻을 담아 기념으로 가방을 선물로 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딸, 장학금 받은 기념으로 가방하나 사줄까?"

했더니

 "ㅎㅎ 참 얼마전에 드디어 가방 구입했어요. 제가 엄마한테 말씀 안드렸나^^"

하며 보여 준 이 가방을, 딸은 서울에 볼일 있어 간 김에 면세점에서 할인받아 구입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격은 이십만원대.

그럼 그렇지, 내가 못 알아보는 브랜드인걸 보니 그리 유명한 해외명품은 아닌 듯하다. 

우리딸 기준엔 소품가격으로 십만원이 넘으면 무조건 명품취급을 하는 경향이 있어, 나조차도 가끔 도대체 명품기준이 뭔지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ㅎㅎㅎ 

자신의 생각과 동행한 친구와 선배의 의견을 참고하여 심사숙고 끝에 거금들여 구입한 가방이라며, 장학금으로 아빠의 수고를 조금이나마 들게 해 드림을 기뻐하며 선물을 사양했다.

 

 

 

 '이러니 어떻게 네가 된장녀가 될 수 있겠니^^'

딸 기준에 고가의 가방인 탓인지 아까운 마음이 들어서 맘 편하게 들지 못한다고 고백하며, 들고 나갔다 와서는 그냥 걸어두지 못하고 또다시 포장해서 보관한다니... 어쩜 좋아..

알뜰한 경제개념을 지닌 딸이 대견하여, 몸처럼 글을 쓰면서 딸바보엄마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