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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여행

단풍구경 나섰다가 행락객에 먼저 취했던 휴일

 

 

모임에서 지난 여름부터 정해놓았던 일정에 맞춰, 무르익은 가을을 맞아 휴일날 단풍놀이를 다녀왔다. 붐빌 것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세상에 이 정도 일줄은 미처 몰랐기에 무척 충격적이었다. 그러고 보니 가을날 휴일에 단풍보겠노라고 나섰던 경험이 별로 없었던 나를 되돌아 본 계기가 되었다.

강원도로 향하는 고속도로나 휴게소마다 관광버스와 더불어, 알록달록 곱게 차려입은 행락객들이 어찌나 붐비던지 적잖이 놀랐던 풍경을 담아보았다.

 

ㅣ. 관광버스 행렬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은 물론,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못한 차량들이 도로까지 점령해 있었다.

 

 

 

▲ 휴게소 주차장에 서 있는 수십대의 관광버스를 보고도 놀랐는데, 우리일행이 탄 버스가 출발하며 보게 된 이 차량들은 도로를 주차공간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차량이 달리다 멈추거나 속도가 줄어들면, 어김없이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주범은 행락객을 실은 수많은 관광버스임을 알 수 있었다.

 

ㅣ. 화장실 앞의 긴 줄

관광버스 운전기사는 좀 덜 붐비는 휴게소를 선택하려 노력하지만, 좀처럼 그런 곳은 눈에 띄지 않았고 오히려 여자화장실에 만들어진 긴 줄만 보게 될 뿐이었다.

 

 

지나치며 보게 된 여자화장실 앞의 긴 줄...

 

▲ 각 휴게소마다 어찌나 사람들이 많은지, 특히나 여자화장실 앞에 늘어선 긴 줄은 여간해서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 풍경을 자아낸다.

 

ㅣ. 거리에서 식사하는 모습

이른 시간에 집을 나선 사람들이 아침식사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주말마다 산행을 다니는 회원에게는 익숙한 풍경이라지만, 워낙 이런 무리들이 많아서... 내 눈엔 신기했다. 

 

 

 

ㅣ. 사람에 떠밀려 내딛는 발걸음

차에서 내려 설악 오색약수터로 향하는 주전골을 트래킹코스로 잡은 일행에 어울려 한참을 걷고 있는데, 다른 곳에서 오신 어느 아저씨 한분이 투덜거린다.

 "이건 뭐 단풍구경을 온 건지, 사람구경을 온 건지 내내 바닥만 보고 걷고 있잖아."

전적으로 동감이다. 사람에 밀려서 행진하기 바쁠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이어서 행군(?)을 하고 있었음을 그 순간 깨달았다.

 

 

▲ 뒤엉켜버린 일행을 놓칠까봐 여유를 가질 수 없었던 난, 그 아저씨의 푸념에 정신을 차리고 단풍을 감상하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여유를 가지려 노력했다.

 

 

▲ 내가 가을단풍 구경하기 위해 휴일날 명소로 나들이를 해보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단풍놀이는 난생 처음이었다.

우리가 간 곳은 오색약수로 유명한 오색계곡 주전골이었다. 이곳은 설악산 3대 단풍여행지로 유명한 곳이란다. 그러니 휴일을 맞아 얼마나 많은 행락객들이 찾았겠는가. 하물며 가을이라고 단풍놀이를 따로 하지 않던 나까지도 동참했으니...^^

끊이지 않는 사람들의 행렬은, 반대방향에서 오는 사람들과 스치며 지나치기에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부딪힘이 많았다.

 

 

▲ 계곡의 마른 물은 안타깝지만, 오색찬란한 단풍과 기암괴석이 내뿜는 비경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써야만 했다. 왜냐하면 우리일행의 진행방향이 오색약수터에서 시작한 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방향이었기에 뒤돌아보는 수고로움이 더 멋진 광경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비경과 함께, 계곡을 따라 산책로가 평탄하게 조성되어 있어 트래킹 코스로 무리가 없어 인기가 더 높다고 한다.

알록달록한 형형색색의 행락객 옷차림이 단풍과 너무나 닮아있어 멀리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ㅣ. 아슬아슬했던 넓은 난간폭

폭이 좁은 난간과 폭이 넓은 난간이 반복적으로 형성되어 있었는데, 공간이 넓은 난간을 지나칠 때면 두렵기까지 했다. 실수로 발을 헛디디기라도 하면, 바위로 된 계곡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다.

 

 

 

 

ㅣ. 물마른 계곡 곳곳을 차지한 사람들

계곡에 있는 바위위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ㅣ. 약수를 마시려는 사람들

오색약수터는 두어군데 있었는데, 기다리는 사람들 줄이 길어서 감히 그 약수맛을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 제 2 오색약수터

 

천연기념물 제 529호인 오색약수는, 조선 중기 1500년 무렵 오색석사(현 성국사)라는 절의 스님이 반석위로 솟는 물을 우연히 마셔 보고 처음 발견했다고 하며, 약수에서 5가지 맛이 난다고 해서 오색약수라 불렀다고도 한다.

다른 약수에 비해 나트륨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아 특이한 맛과 색을 지니고 있으며, 위장병, 신경통, 피부병, 빈혈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곳엔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너럭바위에서 샘솟는 오색약수를 보기 위해 일행들의 양해를 구하고 가까이 가보았다. 

물이 말라 작은 바가지에 차지도 않을 양이 솟고 있었다. 기다리는 줄은 길고 물은 적고 어떤 맛일지 궁금했지만 아쉬움을 뒤고 하고 돌아설 수 밖에 없었다.

 

ㅣ. 주차장에서 쫓겨나는 관광버스들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는 트래킹 시간을 감안하여 주차시켜 놓은 관광버스들이 곤혹을 치른다. 그 예상시간을 초과하니 주차요원이 얼른 차를 빼라고 아우성이다. 우리 일행은 차를 향해 뛰어야만 했다.

 

 

주전골 삼거리에서 용소폭포를 거쳐 금강문-선녀탕-제2약수터-독주암-성국사-오색약수터로 잇는 길은 트래킹코스로 안성맞춤이다.

한쪽은 끊이지 않는 계곡을 두고, 절벽에 아슬하게 만들어 놓은 나무테크와 좁은 산길을 지나면서 보게 되는 계곡의 기암괴석과 청아한 물빛, 그리고 울긋불긋 오색단풍은 참으로 멋스러웠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설치된 안내판을 만날때면 그곳을 제대로 찾아 감상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에 밀렸던 구간이 있어서 아쉬움을 맛보기도 했다.

 

▲ 독주암

정상에 겨우 한 사람만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독주암.

 

▲ 쥐아파트

계곡에서 만난 특이한 풍경 중에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야생쥐들의 아파트다.

천적을 피해 절벽 중간 부분에 구멍을 숭숭 뚫어 산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림길을 만났을 때 나는 성국사로 향했다.

 

▲ 오색석사(성국사)

여느 사찰과는 달리 단청없는 건물이 소박할 뿐만 아니라, 한 채라서 암자처럼 보였던 성국사.

 

▲ 사람들 행렬에 떠밀렸던 구간에선 볼거리를 놓친 게 제법 많았다는 것을 뒤늦게야 깨달았다.

용소폭포, 주전바위, 선녀탕, 금강문 등... 아마도 보긴 봤을 법도 한데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물론 사진도 없다.

 

 

▲ 길옆에 이런 안내판을 보고서 어디를 가리키는 지 찾아보게 되지만, 뒤따라 오는 행렬에 밀려서 미처 찾아볼 수 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고운 단풍 보려고 나섰던 길에서, 단풍보다는 관광버스와 행락객 행렬에 더 놀라고 취했던 일이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