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딸이 학교 기숙사에 지낼 때, 선배한테 얻어서 신었던 실내화입니다.
학기초 기숙사에 처음 입주할 때 장만해주려 할 땐 정작 사양했던 딸이, 막상 생활해보니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다른방 선배가 실컷 신고서 더러워지자, 버리려고 하는 것을 딸이 달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받아서 아무생각없이 잘 신었다가, 한학기를 마치고 기숙사를 비워야 할 시기에 짐을 챙기다가 실내화 바닥을 보고 기겁을 하고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 보기에는 멀쩡한데 밑바닥은 엄청 더러운 실내화가 있어. 버릴까 챙길까?"
"내가 언제 실내화 사줬니?"
"아니, 선배한테 얻은거야. 선배가 버린다고 하길래 내가 얻어서 그동안 잘 신었었는데... 짐챙기며 보니 바닥이 장난이 아니야."
"그럼 버려."
"진짜? 울엄마답지 않네... 나는 아까워서 물어보는 건데... 엄마손에 가면 달라질 수 있을 것도 같고, 2학기때 또 신을 생각으로... 진짜로 버려?"
"어차피 버릴려고 한 것을 얻었다며? 그러니까 버려."
"엄마, 진짜 진심이야?"
"엄마도 이제 궁상 떨고 싶지 않아^^"
"진심같지 않은데...."
"그럼 네 맘대로 해."
울딸이 생각하기에는 제가 엄청 알뜰한 줄 압니다만, 전 이제 좀 느슨하게 살고 싶은 중년입니다.
결국 문제의 실내화는 비닐봉투에 넣어져 다른짐과 함께 우리집으로 배달되었습니다.
"발에 무좀있는 선배였으면 어떡하려고 이런걸 달라고 해서 신었니? 필요하면 사지."
"여자가 무슨 무좀..."
"여자도 무좀 있을 수 있지."
"에이~ 내가 아는 선배는 무좀있을리가 없어. 얼마나 멋쟁인데."
"니발이 괜찮으면야...ㅎㅎㅎ"
"봐, 무좀없잖아."
"이구.. 근데 이건 너무 심하다. 얻었을 때 네가 좀 빨아서 깨끗하게 해서 신지, 그냥 신었구나. 찝찝하지도 않던?"
"난 이렇게 더러운 줄 몰랐어. 안봤으니까."
"하기야 그러니까 신었겠지."
딸이 전한 말대로, 그냥 보기엔 약간 더러운 정도라 무심하게 그냥 신을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바닥을 보면 그냥 버리고 싶을 만큼 정이 안가요.(이걸 보고 비위 상했다면 죄송합니다.)
묵은 때를 벗겨내기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락스희석한 물에 담궈둡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에 건지면, 락스희석한 물에 이물질이 둥둥 떠 있음을 보게 됩니다. 이는 바닥에 붙어있던 묵은 때가 저절로 떨어진 것입니다.
곰팡이같은 시꺼먼때가 깜쪽같이 다 사라짐을 확인할 수 있게 한, 락스의 위력은 목욕탕 실리콘에 생긴 곰팡이뿐만 아니라 목욕탕에서 사용하는 실내화의 묵은 때도 확실하게 빼줍니다.
이보다 더 깨끗하게 하려면, 못쓰는 칫솔로 살짝 문질러주면 더욱 더 흡족한 효과를 얻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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