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부터 냉동실에 넣어둔 아이스크림이 얼어있지 않고 조금씩 녹고 있음을 알게 된 후, 확실하게 점검하기 위해 물병을 넣어 두었습니다. 그리고 24시간이 지나서 꺼내보니 물은 전혀 얼어 있지 않았습니다.
"여보, 우리집 냉장고가 고장났어. 아이스크림이 녹는 것 같아서 물병으로 점검해 봤는데 역시 고장이야."
"냉동실 온도를 더 낮춰봐."
"알았어."
최대로 냉동실 온도를 낮추고 몇시간을 기다렸지만, 아이스크림의 농도는 점점 더 묽어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냉장고가 탈났어. 하필이면 여름철에... 고쳐쓸까? 새것으로 바꿀까?"
"우리집 냉장고가 몇년 됐지?"
"으.. 15년 정도 됐을거야. 입주하면서 구입했으니까."
"냉동실만 고장이고 냉장실은 괜찮으니 서비스센타에 전화해서 고쳐달라고 해보자."
"알았어."
서비스센타에 전화해서 상황을 이야기하니까 출장비 따로 지불해야 하고, 10년이상 된 냉장고라 부속품이 없을 수도 있다고 알려주면서 접수신청을 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잠시 생각 후 다시 전화드리겠다고 한 후, 접수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고치려고 시도를 했는데 부속품이 없다면 괜히 출장비만 지출되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어디가 잘못 되어 고장이 났는지 모르지만 부속품이 없다면 고칠 수도 없을 것 같아서, 차라리 새것으로 구입하려고 대리점에 들러서 마음에 드는 모델을 결정하고 돌아왔습니다. 비록 계약은 안했지만 냉장고에 보관해둔 음식이랑 재료를 김치냉장고로 옮겨놓고 전화로 신청 할 작정을 했지요.
냉동실 고장으로 요즘 대세인 두도어 냉장고로 바꿀 기회가 생겼음을 약간 들뜬 기분으로 받아들였습니다.ㅎㅎㅎ
그런데 이게 아줌마의 마음인가 봅니다. 냉장고를 비우고 보니 문득 저의 손때가 묻은 냉장고에 대해 미련이 남더군요. 완전히 다 고장이 난 것도 아니고 냉장실은 정상이기에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그래서 남편에게
"여보, 이왕에 버리게 될 거 한번 뜯어보면 어떨까?"
울딸이,
"아빠 그냥 새것으로 바꿔요. 엄마의 호기심에 동참하지 마시구"
"엄마말이 일리가 있네. 어차피 버리게 될 거 그래 한번 뜯어보자."
저의 제안을 받아들인 남편은 일요일 오후시간을 꼬박 냉장고에 매달렸고, 의외로 고장원인을 간단하게 찾았습니다. 그리고 냉동실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고쳐놓으므로 새냉장고는 물건너 갔지만 제가 고친 것도 아니면서 뿌듯함을 맛보았습니다.
ㅣ. 먼저 플러그를 뽑아 전원을 차단합니다.
2. 냉동실의 이 겉면을 떼어냅니다. 냉동실에서 찬바람이 나지 않음이 이상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여기에서
떼어낸 얼음입니다. 엄청 놀랐습니다. 이곳에 얼음이 있다니... 더구나 꽁꽁 얼어 붙어 있는 얼음은 크고 두꺼워서 헤어드라이어를 이용하여 간신히 떼냈습니다. 이 얼음을 보노라니 아마도 안쪽에 얼음이 더 얼어 있을 거라는 남편의 추측...
3. 또 하나의 판에 있는 나사를 풀어 떼어냈습니다.
연결된 전선이 흩트려지지 않게 판을 옆에 세워 두고 작업을 했습니다.
아이고야 남편의 추측이 맞았습니다. 쇠파이프에 온통 얼음이 얼어 붙어 있었습니다.
4. 이 얼음도 다 떼어냈습니다.
5. 날개를 손으로 돌려봅니다.
이 날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옆에 자꾸만 걸리는 것 같다면서 남편은
6. 날개안쪽에 있는 이곳의 나사를 풀어
날개를 떼냈습니다.
7. 옆에 걸려서 돌지 않던 날개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갈아냈습니다.
줄인 날개를 고정시키고, 판을 차례대로 원상복귀 시킨 후, 전원을 꼽아 검토해보니 날개가 잘 돌아가면서 찬바람을 뿜어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내부에 얼음이 꽁꽁 얼어서 팽창한 탓인지??? 전문가가 아니니 자세히는 알수 없으나, 날개가 옆공간에 자꾸만 걸리던 것을 수리함으로 냉장고는 우리집을 지키게 되었음에 저와 남편은 흡족한데 울딸은 많이 아쉬워했습니다. 세련된 디자인과 색상의 새 냉장고가 우리집에 들여올 줄로 기대를 했기 때문이지요.
내부의 겉판을 고정시키고 물을 넣어두었습니다.
하루가 지난 후 확인해 보니 이렇게 물이 꽁꽁 얼어 있는 만족한 결과를 얻으며, 덕분에 출장비가 되었건 냉장고 구입비용이 되었건 간에 지출될 뻔한 비용은 굳은 셈이지요.
뜯어보니 뭐 딱히 부속품이 필요한 것도 아니었던 냉장고지만, 수리에 성공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잘 뜯어봤다는 생각은 했을 것입니다.
성공하면 돈 굳는 거고 못고치면 미련없이 새것으로 구입할 생각이었기에, 전문가가 아닌 울남편이 더 편하게 해부해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남편이지만 대견스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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