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남 1녀의 둘째면서 외동딸로 자랐습니다. 엄마는 형제, 자매를 둔 4남매를 키우고 싶으셨다는데, 막내가 아들로 태어나자 영문도 모르는 어린 딸에게 다짜고짜로 미안하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는 딸로 혼자인 제가 고민에 빠지거나 어려움을 겪게 될때 의논할 상대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한 엄마는, 저에게 언니같은 친구가 되어주려고 무척 애썼다는 것은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엄마는 저의 말벗이 되어주셨고 숨김없이 모든 일을 털어놓을 수 있도록 사고의 눈높이를 제게 맞춰주려고 애썼던 분입니다.
남자형제들 속에 자라면서 때로는 남성적으로, 때로는 귀한대우를 받으며 자랐기에 여자인 듯 조신하면서도 잘 삐치고 변덕스럽게 변하는 여자아이들의 성향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자라면서 때때로 언니가 있었으면...하는 생각을 하긴 했으나 잠시뿐이었고, 물려받는 옷이나 소품같은 것이 없었기에 새것이라 좋았고, 결혼후에는 친정엄마가 딸을 위해 준비해 둔 것을 저 혼자 차지하면 되니까 자매간의 갈등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언니나 여동생있는 친구가 자매끼리 다툰 이야기를 나열하며 속상해하거나 이쁜옷을 서로 입겠다고 쟁탈전을 벌였다던가 뭐... 이런 이야기를 할때면 저는 홀로인 것이 편하다고 느꼈으니까요. 그리고 오빠가 여동생인 저를 워낙에 잘 챙기며 보호해줬기에 언니나 여동생있는 친구가 그다지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자랐던 거 같습니다.
제가 외동딸이라서 외롭다고 느끼게 된 시기는 결혼후이며, 친정엄마가 연로해질수록 딸이 저 혼자라는 것이 쓸쓸한 이유는, 친정엄마와 멀리 떨어져 산다는 것과 협력할 동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홀로 계시는 친정엄마와 이모를 비교해 보면서 저는 엄마생각에 애잔해집니다. 엄마의 언니되신 이모는 많은 자녀를 두었는데 아들보다 딸을 많이 낳았습니다. 그리고 이모댁 딸들은 같은 고장에 살면서 수시로 이모를 모시고 나들이도 하고, 맛난거 사먹으며 화목한 시간을 자주 갖는데 비해, 울엄마는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고 밝아서 외롭다고 느낄 겨를없이 일을 만들어 바쁘게 지내시긴 하지만, 이모의 노후와 견주어 보게 되면 가끔은 쓸쓸함을 맛보곤 하나 봅니다. 이모댁 언니들이 울엄마도 동행시켰을 땐, 엄마가 자랑삼아 제게 안부를 전해줍니다. 이런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늘 짠해집니다.
사소한 일은 아무래도 아들보다는 딸이 더 잘 챙기며, 아무리 세대차이가 난다고 해도 같은 동성으로써 느낌이 비슷하기 때문에 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나 엄마는 이모댁 언니들이 울엄마도 챙기는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오늘 낮에 친구와 통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기에
"왜 그렇게 힘이 없어?"
"있잖아... 나 좀 우울해."
이렇게 시작된 그녀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최근에 심신이 불편하신 시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셨다는 것입니다. 이웃블로거 노을님의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치매로 고생하시는 노모를 어쩔수 없이 기관에 맡기고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아서 우울하다는 친구의 전화... 남의 일같지 않습니다. 제게도 연세드신 친정엄마가 계시기 때문에ㅜ.ㅜ
이 친구는 위로 언니, 아래로 여동생이 있는 딸이 많은 가정(5명)에서 자랐습니다. 친구의 친정엄마는 아들없이 딸만 낳았다는 이유로 정신적으로 시집살이가 심했다고 합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가 늙고 병들면 누가 부양해 줄것인가에 대해 걱정도 많이 했으나, 사회변화의 물결을 타고 요즘은 딸들도 부모부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제 친구의 자매들은 병드신 노모(친정엄마)를 결혼한 딸들이 협력하여 돌아가면서 모셨다고 합니다. 맞벌이로 바쁜 가정도 있었지만 각자의 사정에 맞춰서 엄마를 모셨으며 이렇게 할수 있기까지 남편들의 협조가 있었구요. 그렇게 딸들손을 골고루 거치며 노후를 보내시다 친구엄마는 떠나셨습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떠나면 좋겠다는 최후의 소망을 갖고 있지만 이게 맘대로 되지 않지요.
친구에게는 거동도 불편하고 연로하신 시어머니가 계십니다. 남편의 배려로 친정엄마를 모셨듯이, 시댁 형제들간에 의논하여 돌아가면서 모시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찬성하는 사람이 없어서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입소시키게 되었다고 하면서 짠한 기분이 해소되지 않아 우울하다는 것입니다.
시댁의 남자형제들은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는 듯했지만 사실은 아내 눈치를 보는 듯한 느낌을 풍기는 바람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시댁은 공교롭게도 아들이 많은 집안이라 시누이의 영향력은 미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친구는 딸이 많았던 친정엄마처지와 시어머니처지가 비교가 되더랍니다. 시어머니 수발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차지만 두어달씩 돌아가면서 정성을 쏟는 일은 할수 있지 않느냐며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동의를 구했지만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세대는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필수가 되겠지만, 어머니세대는 아무리 잘 갖춘 시설이라고 해도 아직은 낯설기에 받아들이기가 힘들거라고 여기니 코끝이 찡해지면서 울적하다고 했습니다.
우리할머니, 우리엄마세대는 노골적으로 아들을 선호했습니다. 할머니세대만 해도 돌아가실때까지 아들내외의 보호는 물론, 오히려 호령하신 세대입니다만, 사회변화에 따라 우리세대는 우리 스스로 노후를 대비해야함을 깨닫는 세대가 되었고, 우리의 어머니세대는 격변기입니다.
사회문화가 많이 변해도 극복하기 힘든 과제는, 아무리 며느리와 친숙한 고부간이라고 해도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는 서로 조심할 수 밖에 없는 불편함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시어머니을 대하는 며느리심정과 친정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마음에는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요.
시어머니를 기관에 입소시키게 된 사연을 듣노라니 저는 딸많은 집 친구가 부러워졌습니다. 지금은 건강하신 친정엄마, 훗날에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보살펴드려야 할 시기가 되었을 때, 저는 엄마의 딸로써 오빠나 남동생이 내놓을 의견에 어떤 역할을 할수 있을 지...? 엄마가 연로해질수록 저는 딸많은 집 자매가 부럽습니다.
남자형제들 속에 자라면서 때로는 남성적으로, 때로는 귀한대우를 받으며 자랐기에 여자인 듯 조신하면서도 잘 삐치고 변덕스럽게 변하는 여자아이들의 성향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자라면서 때때로 언니가 있었으면...하는 생각을 하긴 했으나 잠시뿐이었고, 물려받는 옷이나 소품같은 것이 없었기에 새것이라 좋았고, 결혼후에는 친정엄마가 딸을 위해 준비해 둔 것을 저 혼자 차지하면 되니까 자매간의 갈등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언니나 여동생있는 친구가 자매끼리 다툰 이야기를 나열하며 속상해하거나 이쁜옷을 서로 입겠다고 쟁탈전을 벌였다던가 뭐... 이런 이야기를 할때면 저는 홀로인 것이 편하다고 느꼈으니까요. 그리고 오빠가 여동생인 저를 워낙에 잘 챙기며 보호해줬기에 언니나 여동생있는 친구가 그다지 부럽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자랐던 거 같습니다.
제가 외동딸이라서 외롭다고 느끼게 된 시기는 결혼후이며, 친정엄마가 연로해질수록 딸이 저 혼자라는 것이 쓸쓸한 이유는, 친정엄마와 멀리 떨어져 산다는 것과 협력할 동지가 없다는 것입니다.
홀로 계시는 친정엄마와 이모를 비교해 보면서 저는 엄마생각에 애잔해집니다. 엄마의 언니되신 이모는 많은 자녀를 두었는데 아들보다 딸을 많이 낳았습니다. 그리고 이모댁 딸들은 같은 고장에 살면서 수시로 이모를 모시고 나들이도 하고, 맛난거 사먹으며 화목한 시간을 자주 갖는데 비해, 울엄마는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고 밝아서 외롭다고 느낄 겨를없이 일을 만들어 바쁘게 지내시긴 하지만, 이모의 노후와 견주어 보게 되면 가끔은 쓸쓸함을 맛보곤 하나 봅니다. 이모댁 언니들이 울엄마도 동행시켰을 땐, 엄마가 자랑삼아 제게 안부를 전해줍니다. 이런 엄마를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늘 짠해집니다.
사소한 일은 아무래도 아들보다는 딸이 더 잘 챙기며, 아무리 세대차이가 난다고 해도 같은 동성으로써 느낌이 비슷하기 때문에 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나 엄마는 이모댁 언니들이 울엄마도 챙기는 것을 고맙게 생각합니다.
오늘 낮에 친구와 통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기에
"왜 그렇게 힘이 없어?"
"있잖아... 나 좀 우울해."
이렇게 시작된 그녀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최근에 심신이 불편하신 시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셨다는 것입니다. 이웃블로거 노을님의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치매로 고생하시는 노모를 어쩔수 없이 기관에 맡기고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아서 우울하다는 친구의 전화... 남의 일같지 않습니다. 제게도 연세드신 친정엄마가 계시기 때문에ㅜ.ㅜ
이 친구는 위로 언니, 아래로 여동생이 있는 딸이 많은 가정(5명)에서 자랐습니다. 친구의 친정엄마는 아들없이 딸만 낳았다는 이유로 정신적으로 시집살이가 심했다고 합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엄마가 늙고 병들면 누가 부양해 줄것인가에 대해 걱정도 많이 했으나, 사회변화의 물결을 타고 요즘은 딸들도 부모부양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제 친구의 자매들은 병드신 노모(친정엄마)를 결혼한 딸들이 협력하여 돌아가면서 모셨다고 합니다. 맞벌이로 바쁜 가정도 있었지만 각자의 사정에 맞춰서 엄마를 모셨으며 이렇게 할수 있기까지 남편들의 협조가 있었구요. 그렇게 딸들손을 골고루 거치며 노후를 보내시다 친구엄마는 떠나셨습니다. 누구를 막론하고 건강하게 살다가 떠나면 좋겠다는 최후의 소망을 갖고 있지만 이게 맘대로 되지 않지요.
친구에게는 거동도 불편하고 연로하신 시어머니가 계십니다. 남편의 배려로 친정엄마를 모셨듯이, 시댁 형제들간에 의논하여 돌아가면서 모시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찬성하는 사람이 없어서 시어머니를 요양원에 입소시키게 되었다고 하면서 짠한 기분이 해소되지 않아 우울하다는 것입니다.
시댁의 남자형제들은 합리적인 의견을 내놓는 듯했지만 사실은 아내 눈치를 보는 듯한 느낌을 풍기는 바람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시댁은 공교롭게도 아들이 많은 집안이라 시누이의 영향력은 미치지 못했다고 합니다. 친구는 딸이 많았던 친정엄마처지와 시어머니처지가 비교가 되더랍니다. 시어머니 수발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벅차지만 두어달씩 돌아가면서 정성을 쏟는 일은 할수 있지 않느냐며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동의를 구했지만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세대는 시설을 이용하는 것이 필수가 되겠지만, 어머니세대는 아무리 잘 갖춘 시설이라고 해도 아직은 낯설기에 받아들이기가 힘들거라고 여기니 코끝이 찡해지면서 울적하다고 했습니다.
우리할머니, 우리엄마세대는 노골적으로 아들을 선호했습니다. 할머니세대만 해도 돌아가실때까지 아들내외의 보호는 물론, 오히려 호령하신 세대입니다만, 사회변화에 따라 우리세대는 우리 스스로 노후를 대비해야함을 깨닫는 세대가 되었고, 우리의 어머니세대는 격변기입니다.
사회문화가 많이 변해도 극복하기 힘든 과제는, 아무리 며느리와 친숙한 고부간이라고 해도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는 서로 조심할 수 밖에 없는 불편함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시어머니을 대하는 며느리심정과 친정엄마를 바라보는 딸의 마음에는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차이가 있지요.
시어머니를 기관에 입소시키게 된 사연을 듣노라니 저는 딸많은 집 친구가 부러워졌습니다. 지금은 건강하신 친정엄마, 훗날에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보살펴드려야 할 시기가 되었을 때, 저는 엄마의 딸로써 오빠나 남동생이 내놓을 의견에 어떤 역할을 할수 있을 지...? 엄마가 연로해질수록 저는 딸많은 집 자매가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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