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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아들도 알아채지 못한 내 전화목소리 "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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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집전화기가 울립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예, 누구세요?"
 "저기... 거기가 OOO씨댁 아닌가요?"
 "맞는데요."
 "OOO씨 좀 바꿔주세요."
 "전데요~"
 "ㅎㅎㅎ 아들인데요."
 "ㅎㅎㅎ 너 집으로 전화해놓고 OOO씨댁이 뭐니?"
 "엄만줄 몰랐어요? 목소리가 너무 젊고 상냥해서...^^"
 "조금 더 이야기해보면 엄마목소리 알아들을텐데... 여보세요?할때만 다르잖아^^ 하기야 너 말고도 엄마아는 사람들이 엄마한테 전화했다가 '여보세요'에서 착각하고 전화잘못 한 줄 알고 끊었다가 다시 전화하드만... 그렇게 엄마목소리가 다르니?"
 "예, 엄마가 바빠서 우리집에 방문한 젊은 학부형이 대신에 전화받는 줄 알았어요."
 "ㅎㅎㅎ 미안해. 엄마도 네가 아들인줄 모르고, 엄마이름 대며 찾길래 블로그와 관계된 좋은 소식이라도 전하려는 사람인 줄 알았으니까.ㅋㅋㅋ"
 "ㅎㅎㅎ 실망했어요?"
 "아니, 울아들 목소리 좋은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멋진 줄은 몰랐네.^^"
 우리 母子는, 전화기로 들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서로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모자지간에 목소리 못 알아들은 것을 기뻐해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생각하기 나름이죠^^ 엄마, 앞으로는 착각하지 않을께요."
 "군대있을 때 자주 전화목소리 들어서 알법도 한데 우짜다가 우리서로 이렇게 됐지?ㅋㅋㅋ"
 "엄마의 오늘 목소리톤이 평소보다 더 높아진 거 같아요."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주변이 되게 시끄럽네. 어디야?"
 "학교복도예요."
 "주변이 시끄러워서 네 목소리도 좀 달라졌나 보네. 우리 서로 쌤쌤이네.ㅎㅎㅎ"

대구가 고향인 제가 이곳(충청도)으로 시집와서 산지가 20여년이 지났건만, 단어는 표준말로 거의 수정되었으나 경상도 특유의 억양은 고쳐지지 않은 가운데, 유일하게 변한 것이 있다면 전화를 받을 때 첫마디로 사용하는 "여보세요?" 혹은 "누구세요?"입니다.
오히려 저를 모르는 사람은 착각하지 않는 이 한마디 억양으로 말미암아, 저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은 사투리억양이 아님에 혼란을 겪는다고 합니다.
심한 경우는, 전화를 잘못 걸은 줄 알고 끊었다가 번호를 확인한 후에 재통화를 하면서 딸로 착각한 줄 알고 저보고 '엄마 바꿔주세요' 하는 당황스런 경우도 있습니다. 고향 친구중에는
 "너 여보세요? 하나로 계속해서 사람 헷갈리게 할래?"
정색하며 혼내는 고향친구도 있으니, 울아들이 제 목소리를 못 알아들었다고 해도 서운해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도 살짝 높은 톤의 아들 목소리를 알지 못한 엄마입니다.
 "아들~ 휴대폰으로 전화했으면 착각 안했을 거 아냐?"
 "오후에 애들과 함께 하시면 엄마가 휴대폰에 관심을 두지 않을 것 같아서 집으로 전화했어요."
 "잘했어. 안그래도 휴대폰 진동으로 해놓고선 어디뒀는지 모르는데....^^"
 
이곳에 살면서 경상도 사투리억양이 촌티나게 돋보이는 바람에 고쳐보려 노력했던 적이 있긴 있었습니다만 쉽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초등생 학습도우미로 활동하면서 더 간절했지만, 오히려 저한테 적응된 아이들이 제가 고치려고 억양을 변형시켜 살짝 올리기만 하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더 이상 노력하지 않게 되었지만, 중부지방의 상냥스런 억양은 저도 구사하고픈 로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