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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경기장에 들어서는 김연아와 아사다마오의 표정비교



이번에 치른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의 여자싱글 피겨스케이팅에서 최고의 여신은 누가 될까?에 대한 궁금증은 온국민의, 아니 세계인이 주목할 만큼 관심도가 높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몇 년전부터 부상한 한국선수 김연아와, 이미 이름을 알린 일본선수 아사다마오사이에 팽팽한 경쟁구도가 형성되면서, 동갑내기로 서로 비교되던 중, 쇼트경기에서는 연아선수가, 프리경기에서는 마오선수가 두각을 나타내며 엎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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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선수에 앞서 치른 쇼트경기에서 자신의 최고점수를 갱신한 아사다마오선수가 매우 흡족해하며 기뻐함도 잠시, 쇼트경기에 강한 김연아선수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007로 아사다마오선수의 기쁨을 한방에 무너뜨렸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쇼트경기에서 실수적고, 최고의 기량을 보이는 연아선수가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지금까지의 경기중 최고점를 획득하면서 자신이 세운 최고기록일 뿐만 아니라,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면서 1등이 된 김연아 선수의 경기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저 개인적인 선입견이지만, 저는 연아선수의 쇼트경기는 조마조마한 가운데서도 생중계방송을 가슴떨림을 겪으면서도 시청할 수 있으나, 프리경기는 결과가 나온후 재방송으로 보면서 안심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는 뒷맛을 느끼는 팬입니다.
이번 경기도 그랬습니다. 쇼트경기는 생중계방송을 봤지만 프리는 도저히 볼수가 없었습니다. 그 어느때보다도 더 두근거려서...

김연아선수와 아사다마오선수가 경기에 임하기 바로 직전의 모습이 잠깐 화면에 비치면서 시선을 끌었는데요. 두 선수의 표정이 아주 대조적이었습니다.

전문가들 비교에 의해 알려진 대로라면 쇼트경기에 강한 김연아선수, 프리경기에 강한 아사다마오선수입니다. 그리고 희한하게도 이번 경기순서를 보면, 쇼트에 강한 김연아선수가 아사다마오선수 뒤에 배정받았고, 프리경기에서는 반대로 프리에 강한 아사다마오선수가 김연아선수 뒤에 배정을 받았지요.
그래서 역전의 꿈을 더 꾸었을 아사다마오선수이며, 노골드의 수모를 회복하기 위한 희망을 아사다마오선수에게 더 걸었던 일본이었을 것이기에 부담감이 더 컸을지도 모릅니다.

쇼트경기에 강한 김연아선수가 경기를 치르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아사다마오선수는 자신의 최고점수를 갱신한 기쁨으로 들떠있었습니다. 이에 김연아선수는 내적으로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화면으로 잠깐 비춰질때는 그야말로 태연하다 못해 대범하게 느껴진 표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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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딸과 함께 확실하게 봤습니다. 아사다마오선수가 느끼는 기쁨을 향해, '씩~' 미소한방 슬쩍 보이고 경기장에 들어서던 연아선수의 자신감을요.
예상대로... 쇼트경기에서 실수없이 기량을 뽐낸 연아선수가 아사다마오선수를 당당하게 점수차를 벌리며 1위가 되면서 국가간, 선수간, 국민간, ㅎㅎㅎ 세계의 팬들간에도 더 흥미롭고 기대되는 경기가 되었지요.

여러분은 결과에 대해 어떤 추측을 해보았습니까?
우리가족은 프리경기를 먼저 치르게 된 김연아 선수 대진운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프리경기에서 밀리는 것으로 전문가들이 판단은 하지만, 이미 쇼트경기에서 앞선 자신감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노골드 수렁에 빠진 국가가 아니라 이미 다른 선수들이 몇개의 금메달을 확보한 한국이었기에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만 하면 될것으로 여기며 아사다마오보다는 덜 부담스럽지 않을까? 하는 우리만의 단순한 짐작을 하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비슷한 기량을 가진 피겨요정이 펼치는 숨막히는 열전에서는 실수가 치명적일 수 밖에 없기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맛볼 수 밖에 없는데...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한 쪽이 유리한 경기일 수 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리고 최고의 기량으로 물이 올라있는 김연아선수와 아무리 기량이 좋다고 하더라도 슬럼프에서 이제 벗어나기 시작한 아사다마오선수의 심적 압박은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전의 날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사무실에서 떨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시청을 했답니다. 저는 생방송으로 중계하는 연아선수의 경기를 제 시간에 볼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가 없어서.
경기가 시작되고... 첫 점프를 위해 도약을 시도할 때에 저는 채널을 돌렸습니다. 차마 볼수가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실수를 하면 안타깝고 아까워서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던 저는, 홈쇼핑 방송을 보면서 시간을 체크하고 있다가 점프가 다 끝났다고 생각될 때즈음 채널을 다시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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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를 끝낸 연아선수가 두 주먹을 불끈 쥔 손을 힘차게 뻗으며 환호했습니다.
 '실수안했구나 장하다 연아선수... ㅠ.ㅠ'
안도감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이어서 연아선수가 눈물을 보이니 저는 더 많이 눈물이 났습니다. 기뻐서 흘리는 연아선수의 눈물임에도 불구하고 아픔도 함께 느껴졌습니다.

경기 후 연아선수가 보이는 행동이나 표정을 통해 연아선수가 방금 마친 경기가 만족스러웠는지 아쉬웠는지에 대한 짐작을 할 수 있도록 시청자들에게 참 다양한 표정과 동작을 보임으로 가름할 수 있게 하는 그녀의 독특한 제스처가 더욱 빛나 보였습니다. 프리경기에서도 최고점을 받은 모습을 보면서 이미 올림픽 금메달임을 짐작했지요. 아사다마오선수가 경기를 하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높은 점수였기에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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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선수의 점수가 발표된 후, 경기장에 들어서는 아사다마오선수가 가엾게 여겨졌던 이유는,
김연아선수의 경기가 너무 완벽했고, 심적으로 여린 아사다마오선수에게 노골드에 대한 압박감을 해소해야한다는 부담감도 크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긴장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지면에서도 김연아선수와 대조되는 아사다마오선수는 태연한 척 하려고 해도 완벽하게 연기한 김연아선수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김연아선수 점수가 발표되고 환호성이 터질 때에 아사다마오선수는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 자신의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이 화면에 비쳤습니다. 그리고 경기장에 들어섰는데... 제 눈엔 이미 주눅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불안해보이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작은 흔들림이 보이고 웃어도 우는 것처럼 느껴졌으며, 안그래도 연아선수보다 표정연기가 부족한 아사다마오의 표정은 굳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경기 중 보인 작은 실수를 일일이 감점하지 않은 후한 점수를 부여해도 김연아선수의 환상적인 연기를 따라오기에는 역부족이었던 아사다마오선수는 스스로 자신감을 잃은 표정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