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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그대 웃어요' 강할아버지 통해 친정아버지 생각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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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웃어요
SBS(토, 일) 오후 10:00~
 

강만복할아버지(최불암)의 손자인 현수(정경호)가, 정인(이민정)과의 결혼반대에 부딪히자 급기야 정인을 데리고 가출을 합니다. 그리고 현수는 한세(이규한)와 한세어머니로부터 정인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기술을 한세엄마한테 넘기려 합니다. 이 일을 알게 된 정인이 현수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는 생각으로 괴로워하며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을 데리고 현수네 집에서 나왔습니다. 좀 당당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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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종합검진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강만복(최불암)할아버지는, 결과확인차 병원에 갈 준비를 하는데 수심이 가득한 모습이 좀 불안해 보였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여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중, 정경(최정윤)을 만나게 되고, 깜짝 놀란 할아버지는 정경이를 급하게 돌려보냅니다. 검사결과가 불안했던 마음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는데, 건강진단소견에 이상증상이 나타났다는 의사선생님의 권유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간암판정이 내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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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절약하며 열심히 살았던 강만복할아버지는, 청전벽력같은 소식을 접한 후 담담하려 애를 쓰며 진료실을 나서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급하게 다시금 진료실로 향하고, 이 모습을 멀리서 보던 정경은 의아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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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선생님께 급하게 다시 돌아온 할아버지,
 "하나만 더 묻고 가겠습니다. 내 병이 유전 되는거요? 내가 남기고 갈 게 없는데 이걸 남길 수는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저는 텔레비전 앞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10여전에 돌아가신 친정아버지가 생각나서...

제가 철이 든 후부터 느낀 것인데, 울아버지 위장약을 달고 사셨습니다. 오빠와 제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아버지께 수시로 말씀드렸습니다.
 "아부지, 맨날 약국에서 위장약만 사 드시지 말고, 병원에 한번 가보이소. 의사선생님 진료를 받은 후에 제대로 된 약을 드셔야 치료가 되지예."
 "내사마 괜찮테이. 아부지는 예민해서 그런기라. 이 약 먹으면 속시린 증세는 없어지니까 걱정하지 말거래이."
오빠와 제가 아버지를 병원에 모셔가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아버지는 들어주지 않으셨고, 속이 쓰릴 때마다 하얀액체로 된 위장약을 드시곤 하셨습니다. 아버지를 설득하지 못한 오빠와 제가 엄마한테 부탁도 여러차례 했습니다.
 "엄마, 돈은 걱정말고 제발 아부지모시고 병원에 가보이소. 저러시다 병키운다카이."
 "돈이 없어 병원 안가는 게 아이라카이. 느그 아부지 고집이 얼마나 센데 내말을 듣나. 느그말도 안듣는데..."
 "아부지 제발 병원에 가보입시더."
하고 봉투를 내밀면
 "알뜰하게 저축하며 살아라. 내 살아있는 동안은 느그한테 내가 용돈을 주면서 살고잡다카이. 느그가 애써서 벌은 돈을 용돈이라고 받을 때쯤 되면 아부지는 죽은 목숨이제.^^ 넣어둬라."
봉투를 사양하시면서
 "내병은 내가 안데이 걱정안해되 된다카이. 소화가 잘 안되서 그런기라. 내 이래도 느그 시집장가 다 보내놓을 때까진 안죽는다카이.^^"
 "아부지예, 이왕이면 안아프고 건강하게 살면 좋지예."
 "^^"
울아버지 고집을 누가 꺾습니까. 울집의 막내말이라면 무조건 좋아라 오냐오냐 하신 아버지셨지만 병원이야기만 나오면 무조건 NO로 거절하셨던 아버지.
약을 드시는 모습을 수시로 보면서 불안했지만 어쩔수가 없었습니다. 좀 더 간곡하게 말씀드리면 환자취급하느냐며 화를 내시는 바람에 우리는 주춤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빠가 결혼하고 이어서 제가, 그리고 동생까지 결혼했으며 손자, 손녀도 보셨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막내동생 결혼은 끝내 못보고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시름시름 편찮으셔서 거동이 불편하게 되어 엄마가 집안에서 간호하신 기간은 약 5개월쯤 되었고, 아버지가 얼마남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신 엄마의 마지막 소원이자 부탁을 들어주는 것으로 아버지는 병원에 입원하셨고, 진단을 받고 사흘만에 아버지는 이세상을 떠나셨는데... 엄마가 물으셨답니다.
 "당신 왜 그동안 죽어도 병원에 안올라고 그랬능교?"
엄마의 물음에 아버지는 가슴찡한 대답을 남기셨습니다.
 "애비가 되어가지고 물러줄 재산도 없는데, 병원비니 간호니 하면서 애들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는기라."
이어서
 "내가 가고 난 뒤에 건강하게 잘 살다가 당신도 내 따라 올때쯤 되면 애들 힘들게 하지 말고 곧장 온나."
자식을 배려하신 아버지의 뜻, 엄마한테 짠한 말씀을 남기신 아버지가 위독하실 때, 병문안 오셨던 친인척과 지인들로부터 우리 4남매는 아버지한테 관심없는 나쁜 자식이 되어 원망을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수술로 치료가 가능했을 시기를 놓친 불효막심한 자식이 되어 머리를 들수 없었지요. 살아생전에 병원에 가자고 아무리 간청했다고 해도...
울아버지 위독하셔서 숨을 몰아쉬시면서 마지막으로 우리들에게 남기신 말씀
 "우애있게 잘 살고 엄마를 부탁한데이. 그라고 미안하..."
 
아버지 돌아가시고 한참의 세월이 흐른 뒤, 엄마로부터 아버지가 병원가기를 꺼려하셨던 이유를 전해듣고서 가슴앓이하며 몹시 아팠던 기억은, 제 뇌리에 깊이 박혀 가끔씩 애잔한 아픔이 되어 되살아나 눈물짓게 합니다만 저도 아버지께서 행하신 의지처럼 살다 가야지... 다짐합니다.

드라마 '그대 웃어요'에서 강만복할아버지의 걱정.
 "내 병이 유전 되는거요? 내가 남기고 갈 게 없는데 이걸 남길 수는 없습니다."
의사선생님께 유전되는 병인지 다시금 확인하는 그의 모습이 친정아버지 심정처럼 헤아려져서 몹시 몹시 슬펐고, 친정아버지와 더불어 자식 걱정하느라 노심초사하는 이 땅의 모든 아버지마음이 애달프게 떠올라 눈물짓느라 뒤척거린 밤이 되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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