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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부녀지간을 원조교제로 오해하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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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에서 바다를 보고싶다는 딸의 요청에 의해, 촛대바위가 있는 추암해수욕장에 닿았을 때는 늦은 오후에 날씨까지 흐려서 겨울바다앞에서 오돌오돌 떨어야만 했습니다.

차에서 내린 父女는 팔짱을 꼭 끼고 모래사장을 산책하려 앞서가고, 저는 저대로, 아들은 아들대로 따로 뚝 떨어져 다른 사람들 틈에 끼여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관광온 사람들이 많았는데, 관광버스를 이용한 단체방문객들이 우리일행을 힐끗거리며 지나치고, 앞서가던 남편과 딸이 멈추더니
 "엄마, 빨리오세요."
 "그냥 가. 따라갈께."
 "빨리 오세요. 해줄 이야기가 있어요."
걸음을 빨리하여 다가갔더니 울딸이
 "엄마. 아까 저 지나가던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말 들었어요?"
 "아니..."
 "ㅎㅎㅎ 아빠랑 저를 불륜으로 오해했나 봐요."
 "설마?"
 "자꾸 우리를 힐끗거리더니... 어떤 사람의 목소리가 크게 들렸어요. 원조교제같아 하는 말이..."
 "정말? 잘못 들은 거 아냐? 으... 그럴수도 있겠다. 넌 아빠랑 하나도 닮지 않았으니까 부녀지간으로 안봤을수도 있겠고... 그래서 아까 어떤 사람은 계속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쳐다봤나?"
우리 모녀의 대화를 듣던 남편이
 "꼭 당신같은 사람이 있나보네 뭐. 당신도 남녀를 보면서 불륜같다 아니다로 판단하며 재밌어 하잖아. 아까 그 사람도 그런가 보네^^"
 "그럴수도 있겠다.ㅎㅎㅎ"
 "딸이 커니까 이제 내가 바람피는 남자로도 남의 눈에 비칠 수도 있구만... 참내 어이가 없네."
 "아빠 걱정마세요. 앞으로는 사람들 많을 때는 일부러라도 아빠라는 호칭을 자주 사용할께요^^"
남편의 외모를 닮은데라곤 목이 긴것 밖에 없는 딸, 딸이 아빠 팔짱을 끼고 나란히 나서면 오해의 시선을 받을수있을만큼 많이 자라 애인처럼 다정하게 굽니다.
 "제 친구도 자기 아빠랑 외출했다가 오해받은 적이 있다면서 한 이야기가 있어요."
이렇게 딸의 입을 통해 들은 이야기로는,
딸의 친구가족이 서울의 백화점에 갔답니다. 그곳에서 아빠랑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앞서가고 뒤에는 동생과 엄마가 따라오고 있었는데... 아빠친구분을 백화점에서 만났는데 하마터면 자신과 아빠사이를 불륜으로 오해받을 뻔했다는군요. 아니 잠시 오해받았다가 후에 풀렸다는군요.
아빠와 닮지 않은 친구를 아빠의 젊은 애인으로 추측한 친구가 멀리서 먼저 보고선, 아는척 인사를 해야하나 모른척하고 지나쳐 줘야하나? 고민하며 발걸음을 늦추고 있는데, 마침 이들 부녀 뒤에 따라오고 있는 엄마와 동생을 본 아빠친구분이 안심하고 인사를 청하게 되었다고 하더랍니다.
 "자네 딸이 어느새 이렇게 컸어. 그 꼬마아가씨가?"
유아기 시절에 잠깐 본 아빠친구는, 친구의 딸이 사춘기를 지나 아가씨(고3, 사복차림)로 자란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에 오해했다면서...
 '자네가 그럴리가 없는데... 하면서도 혹시 변할 수도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조심스러워서 인사하기를 주저했다는 말에 그들 가족들이 한바탕 웃었다고 합니다.

우리딸은 저와 판박이입니다. 저를 못본 남편 친구가, 우리딸과 함께 다정하게 다니는 남편과 마주친다면 아마도 이와 비슷한 오해를 할 수도 있을 것임을 감안해 볼때에 울남편 졸지에 원조교제하는 파렴치한이 되기도 할 것 같습니다.
부부면서도 불륜으로 오해받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 성숙한 딸과 다정하게 보이는 아빠를 보는 시선에는 이처럼 어처구니없게 오해받는 일이 있을 수 있더군요.^^ 우리는 즐겼지만 때론 이런 오해의 시선으로 말미암아 상처입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요. 곱지 않은 시선은 우리 사회가 병든 탓도 작용했기에 씁쓸한 단면이죠.
저는 남편과 다니면서 가끔 불륜으로 오해받은 적은 있었으나, 친정아버지를 많이 닮은 저는 부녀간의 불륜오해 경험은 없었는데 울딸이 겪었습니다.
여러분 중에도 이와 비슷한 오해 받으신 적 없으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