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토) 오전 09:00~ 종영
허리디스크 진단 후 짬짬이 시간날때마다 잠시누워 휴식을 취하던 어느날,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시선고정 된 오전드라마였습니다. 이 드라마가 지난주말에 끝이 났습니다. 참고 보는데 인내가 필요했을 정도로 패륜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드라마인데, 관심을 끊지 못했던 이유는, 방만하게 저질렀던 패륜의 주인공을 작가가 어떻게 결말을 낼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어진 새 드라마엔 눈길을 주지 않습니다. 오전드라마의 막장?에 더 이상 홀리고 싶지 않아서.^^
윤장화(김세아)는 학창시절부터 허영끼가 많았고, 성실하며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홍련(윤해영)은 반장으로써 책임감이 강한 학생이었습니다. 둘은 매우 친한 사이였으나 이기적인 윤장화에 의해 홍련의 인생이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대입을 앞둔 시기에 교통사고를 낸 장화가, 술에 취해 아무것도 모르는 홍련의 잘못으로 뒤집어 씌워 홍련은 전과자가 되고, 충격으로 홍련엄마는 돌아가시고 장화는 소식이 끊깁니다.
이후 동네 불량배같은 넘(박석두/김윤태)에 의해 미혼모가 된 홍련의 삶은 힘들기만 한데, 치매걸린 노인(전양자)이 홍련의 집에 찾아듭니다. 가엾게 여기고 치매노인을 보살폈는데 그 노인이 친구 윤장화가 내버린 시어머니임을 알게 됩니다.
한편, 윤장화는 학창시절 홍련과 함께 좋아했던 강태윤(장현성)이란 선배를 만나 결혼했고, 남편몰래 내연남(이태승)까지 두고 바람을 피우다 치매걸린 시어머니께 들키게 되고, 급기야 장화는 시어머니(전양자)를 내다버리는 패륜을 저지르고도 반성이 없습니다.
며느리(윤장화/김세아)에 의해 버려진 시어머니는 홍련에 의해 새삶을 살게 되고... 백방으로 어머니의 행방을 알아보던 강태윤은 어머니를 찾습니다. 며느리만 보면 부들부들 떨던 시어머니는 서울의 아들집으로 가기를 꺼려하는데 뻔뻔한 장화는 어머니를 돌봐줄 사람으로 친구 홍련을 자신의 집으로 끌어들입니다.
홍련에게 의지하며 치료를 꾸준히 받던 시어머니의 기억이 조금씩 돌아와 윤장화의 나쁜 행각이 드러나자 사람을 시켜 홍련을 해치려는 장화... 윤장화의 잘못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진심으로 용서를 빌고 반성하며 드라마는 끝이 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아내의 거짓과 위선에 치를 떨면서 그간의 패륜행각을 낱낱이 알게 된 강사장은 이혼을 감행하고, 어머니를 잘 돌보는 홍련에게 마음이 끌린 남편이 재혼상대로 홍련을 마음에 품자, 남편의 마음을 돌려보려고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납치하여 협박까지 합니다. 장화의 꼬임에 흔들리던 시어머니는 불안함에 떨다가 의식불명으로 장기간 병원신세를 지게 됩니다.
장화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 커녕, 오히려 친구 홍련에 의해 자신의 모든 것이 다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마지막 남은 패물을 팔아 언론에 거짓정보를 흘리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자 자살을 시도하지만 실패하자 미쳐버립니다. 이 상태로 장화는 병석에 누워있는 시어머니를 찾아가 당신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이렇게 되었다고 발악하며 죽이려 합니다.
여기까지 전개된 것으로도 장화의 패륜에 시청자는 분노하지만... 작가의 상상은 이어집니다.
남이지만 자신의 어머니를 잘 돌보는 홍련과, 시어머니지만 귀찮다고 내버린 아내.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따스한 심성을 가진 홍련과, 부와 권력으로 사람을 업신여기며 허영끼 많은 아내.
진심으로 대하는 홍련과, 거짓과 위선으로 가면을 쓴 아내.
두여자 사이에서 강태윤은 갈등하고, 오랜 세월 고향에서 홍련을 봐온 한수찬(최재원)이란 남자는 흔들림없이 홍련바라기를 하고 있습니다.
남편이 아내를 버리는 게 아니라, 아내가 남편에게 버림을 받을 짓을 골라가며 다 했던 윤장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사랑하니 이혼은 절대로 할수없다고 매달리는 장화, 그녀의 위선에 소름이 돋습니다. 내연남이 함께 할 것을 청하지만 사치가 심한 윤장화는 남편의 부와 권력을 찾겠다는 일념뿐입니다.
악행을 저지른 한 여인의 바닥이 어디까지인지, 작가는 상상의 나래를 맘껏 펼치고, 이에 시청자들은 패륜도 이런 패륜이 없다며 시청자게시판에 비난을 퍼부었지만, 이어졌습니다.
이혼했지만 미친 아내로 인해 마음이 편치 않은 강사장을, 염치도 없는 장화 친정부모가 자꾸만 흔들어대는 바람에, 치료를 위해 약간의 도움을 주기로 마음은 먹었지만 홍련을 좋아하는 강사장의 마음은 편치가 않은데, 미친아내가 갑자기 입덧을 시작합니다.
아이아빠인 강사장의 어이없어하는 심정보다도 더 심하게 시청자들의 불만이 게시판을 도배하지만, 깜찍하게도 작가는, 사노라면 선한 일을 한 사람보다는 나쁜일을 한 사람이 더 잘 살고 있는 모습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이 많음을 알고, 이 부분을 철저하게 부각시키려는지 새로운 인물을 등장시켜 드라마를 이어가는데...
몇년간 타국에서 떨어져 살았던 강사장의 고모가 입국하여, 자신의 조카나 올케가 장화에 의해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헤아릴 생각은 전혀않고, 오직 장화 뱃속에 있는 아기걱정으로 모든 잘못이 다 용서된 것처럼 장화편이 되어 홍련에게 병원에 있는 장화를 간병하라는 명령까지 합니다.
홍련의 극진한 간병으로 정신이 돌아온 장화는, 환자처럼 굴면서 홍련을 쫓아낼 연극을 꾸미고 이에 홍련은 시고모에 의해 쫓겨나는 수모를 당합니다.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장화는 고모의 신임을 받으며 이혼으로 쫓겨났던 집으로 다시 돌아와 강사장과 같은 공간에 머뭅니다. 그리고 안하던 주방일도 하고,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누워계시는 시어머니를 자신이 돌보겠노라며 그간에 잘못 살았던 자신을 반성하고 새삶을 살리라 마음먹습니다만, 남편은 꿈쩍도 하지 않고 눈길한번 주지 않습니다.
미쳤다가 제 정신이 돌아오기까지 힘들었던 시간이 있었기에 정말로 장화가 달라진 삶을 살리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가는 큰코다칩니다. 정말 작가의 상상을 감히 따라갈수가 없습니다.
장화는 시어머니 간병을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지겨워하고 쇼핑으로 사치를 부리던 그 습성을 발동시키며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또 새롭게 시작되는 느낌을 던지고...
막장의 한계는 아무도 모릅니다. 한동안 '아내의 유혹'이 막장이라더니, 뒤이은 '두아내'는 더 막장, 그러다가 밥줘인지 뭔지하는 드라마도 막장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녁드라마는 주말외에는 이제 볼 시간이 없어서 다 접었기에 잘 모릅니다만, 아무튼 누가누가 더 상상력을 동원하여 막장드라마를 잘 쓸수 있는지 작가들끼리 내기라도 한 것 같은 인상을 풍깁니다.
윤장화와 홍련의 진실은, 의식불명으로 병원신세를 지고 있는 시어머니가 다 알고 있기에 드라마의 마무리는, 아마도 시어머니의 회복과 함께 이루어질 것 같다는 예상대로 잠시 의식을 찾은 시어머니는 홍련만 찾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빵!! 하고 터진 태아의 유전자 검사로 장화의 아이는 불륜남의 아이로 판명나고, 장화편을 들어 쫓아냈던 홍련에 대해 시고모는 뒤늦게야 미안함을 갖습니다.
이 드라마는 치매걸린 시어머니역을 맡았던 故여운계씨의 미완의 마지막 출연작이라는 슬픔을 안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이분의 역할을 전양자씨가 맡아서 이었습니다.
이 드라마의 의도는 진정한 가족이란 어떤 관계를 말하는 것인지 짚어보려고 했답니다.
장화는 자신이 좋아서 선택한 남편만 가족으로 여기고, 치매걸린 시어머니는 가족으로 여기지 않으려 합니다. 이와 달리 홍련은, 마음과 정성을 다해 서로를 걱정하고 사랑하면 가족이란 구성원이 될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판이하게 대조를 이룹니다.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남편은 집에서 모시기를 원하고, 아내는 시설로 보내기를 원합니다.
남편입장에서 보면 전업주부인 아내가 모셔도 될 것 같고, 더구나 집안에 일하는 사람도 있기에 가능하다고 여김에 비해, 아내는 자신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듯한 시어머니의 언행이 못마땅할 뿐더러, 자신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는 듯한 시어머니의 무시가 매우 싫습니다. 둘은 서로 앙숙처럼 다툽니다.
남편이 없는 시간에 일어나는 고부간의 갈등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해결책을 찾았으면 좋으련만... 장화는 자신의 위선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치매걸린 시어머니는 어린아이 같습니다. 하물며 아들도 못알아보지만,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싫어하는 사람이다' 정도는 민감하게 알아차리며 경계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힘없고 정신없는 치매걸린 시어머니를 상대로 같이 다투고 언짢아할 게 아니라, 아이처럼 살살 달래고 보살폈더라면 아마도 시어머니도 비록 못마땅한 며느리였지만 달라질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을 맛보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낳은 아이가 아니라도 입양하여 내 자식으로 사랑하며 키워서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는 모습도 등장시킵니다.
장화의 비뚤어진 사고는 친정아버지와 엄마에 대한 원망때문처럼 보였습니다. 아버지는 바람과 폭력으로 엄마를 괴롭혔고, 이런 아버지를 뒷바라지하는 엄마의 나약한 모습을 무척이나 증오했던 장화입니다. 장화의 생각은 가족은 자신이 선택하는 존재만 가족이고, 혈연관계를 무조건적으로 굳이 가족이라고 묶는 것은 옳지 않다는 억지를 부립니다.
시어머니 임종시 장화에게 던진 말은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
제대로 이 뜻을 가슴에 새겼는지 장화는 모든이로 부터 떠나가 홀로 아이를 낳습니다. 위험한 고비를 맞으니 친구 홍련에게 전화를 걸어 그동안 미안했노라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자세를 보였지만, 난산으로 낳은 자신의 아이를 바로 버리는 장화... 씻지 못할 패륜을 또 저지르니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오더군요. 정신을 차린 장화가 아이를 찾아달라며 홍련에게 매달립니다.
장화의 정서불안한 변덕을 홍련은, 너무나 잘 참으며 받아줍니다. 물론 작가마음이지만 악녀친구를 돌보는 천사표 홍련의 태도도 나중에는 짜증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수소문끝에 힘들게 아이를 찾아주는 홍련...
친구일이라면 발벗고 나서서 해결해주려고 노력하는 착한 홍련과는 다르게 아주 대조적으로 나쁜 역할을 철저하게 한 장화입니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인간의 밑바닥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의도한 작가에 의해 그 역할을 맡아서 열연했던 악녀캐릭터 김세아씨가 불쌍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딸의 악행을 부추키던 아버지, 반대로 적극적으로 말리지 못하는 보잘것없는 모성애를 가진 장화의 친정엄마가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수많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법으로는 죄값을 치르지 않고, 친구와 가족간의 갈등으로만 비친 장화의 종말은,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시청자로써 분노하면서 지켜봤던 상상과는 달리, 패륜이란 패륜을 혼자서 다 저질렀던 장화였지만, 다 용서받고 평상심으로 아이를 홀로 키우는 싱글맘의 모습을 보이며 드라마는 끝이 났습니다.
'사랑과 전쟁'을 집필했던 작가다운 발상으로 패륜의 진수를 다 발휘했던 드라마로 여겨집니다. 주부를 상대로 한 오전드라마는 예전부터도 얽히고 설키는 내용으로 장식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토록 심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 시간에 드라마를 보면서 스트레스 받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깨닫게 해준, 주인공 이름을 딴 드라마' 장화.홍련'은 제가 본 최고의 패륜드라마임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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