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오후, 허리디스크 증세로 인한 통증완화를 위해 누워있는 시간을 최대한 늘리기 위한 노력을 억지로 하던 중, 재방송하던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보게 되었습니다.
귀족학교에 재학중인 아이들 중에도 더 특권층인 F4는 사복입을 자유와 통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F4에게 찍혀서 레드카드를 받으면 아이들이 공개적으로 괴롭히는 왕따의 현장.
평소에 '드라마는 드라마일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가끔 저도 모르게 도취됨을 느끼게 되는데...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부분이 많은 점을 지적하면서 혼자만의 불평으로 흥분하여 제 중얼거림이 꽤 심했나 봅니다. 잠시 휴식을 하려고 방에서 나온 딸이
"엄마, 편하게 보세요. 일본 만화를 드라마로 옮겨 놓은 것이니까 현실을 잊고 봐야 재밌을 거예요."
"학생이란 애들이 어쩌면 저럴 수가 있니? 공개적으로 왕따를 시키고 또 공개적으로 괴롭히고... 그런데 저 학교엔 선생님도 없냐?"
"현실하고 결부시키면 안된다니까요^^ 배경이 학교이긴 하지만 판타지 순정만화에 선생님 나오면 재미없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 드라마 보고 애들이 따라할까봐 겁이 다 난다."
"그런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올바른 정신을 가진 애들이라면 드라마보고 따라하지도 않을 뿐더러 일반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계시니까 감히 저렇게 못한다는 거 엄마도 아시잖아요^^"
"......"
딸의 말대로 만화니까 가능한 것을 제가 너무 흥분을 했습니다.ㅋㅋㅋ
드라마에서 맡은 역할때문에 왕싸가지로 등장해서 그렇지 아무리 배우라고 하지만, 어쩌면 저렇게 잘 생기고 키까지 큰 꽃미남들인지 부모입장에서 울아들에게 무척이나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딸의 말에 의하면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일본에서도 드라마로 만들었고, 대만에서도 만들어 방영했고, 이제 우리 나라도 따라 만든 드라마로 남녀주인공으로 나온 배우들 중에 우리 나라가 제일 멋지다는 딸의 생각을 엿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일반 서민하고는 거리가 머언~ 꽤 고급스런 분위기뿐만 아니라 아이들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귀족 대 서민으로 나뉘어져 드러내놓고 위화감을 조장합니다. 아니 아예 서민이라고 여주인공 금잔디를 무시하며 괴롭히는 것을 즐기는 놀이쯤으로 여기는 것이 몹시 거슬리고...
십대들 취향이 될 것 같은 이 드라마로 인해서 신데렐라같은 환상을 꿈꾸거나, 혹은 제가 부모인 입장에서 자녀에게 내세울 만한 부자부모가 아니란 점에 기죽는다고 했더니...
이런 저를 보고 울 딸이 '만화는 만화일뿐. 드라마는 드라마일뿐. 신데렐라같은 꿈을 꾸는 것도 가끔은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생각하는 것처럼 무조건적으로 환상적인 꿈을 꾸는 철부지는 아니라며 오히려 저를 걱정하는 딸의 말을 듣노라니 제가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현실과 맞지 않는 환상같은게 원래 만화에 많이 등장하는 것을 이해못한 듯, 혼란스러움을 겪고 흥분하는 엄마를 염려하며 저보고 이 드라마를 안보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충고를 하는 딸이 부쩍 커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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