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도 없고 본의아니게 노는 날이 부쩍 많아진 울남편, 어제는 쉬었고 오늘은 일하고 내일은 놀고...
징검다리휴일도 아니게 연휴처럼 이어서 허탕치는 날이 생긴 어느날, 퇴근한 남편의 손에 책이 들려 있습니다.
"어 책이네. 누가 줬어?"
"아니, 내가 샀어. 읽으려고.^^"
"웬일이야? 당신이 책을 다 사고...."
"왜? 나는 책사면 안돼? 분기별로 책을 내다팔기만 하던 남편이 책을 샀다니까 이상해?^^"
"당근이지.^^"
결혼후, 처음으로 남편이 직접 구입한 책입니다.
어쩌면 남편의 색채와 이리도 똑같은 책이 있었을까? 신기할 정도로 남편이 원하던 책? 아니 남편이 쓰고 싶은 책처럼 느껴집니다.
여고생인 딸에게 하고픈 말이 이 책속에 잘 정리되어 있음이 자신의 마음하고 너무나 똑같은게 많았다고 좋아하는 남편의 표정이 순수, 그 자체입니다.ㅎㅎㅎ
"여보, 아들에게도 하고픈 말이 있었을 텐데... 좀 더 일찍 서점나들이 좀 하지 그랬어?"
"아들한테는 늘 미안하게 생각하지. 여유가 없었잖아."
맞습니다. 별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때이기도 합니다. 지금처럼 한가할 때가 별로 없었고, 주말에 행여나 쉰다고 해도 이른 새벽 혹은 밤중 운전으로 늘 잠이 모자랐던 한주간의 누적된 피로와 잠을 보충해야했던 남편이었기에 말입니다.
남편이 결혼후, 책을 사들고 온날이 있었는지 아무리 떠올려봐도 없었던 거 같습니다. 남편의 표현대로 내다팔기만 했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남편을 그렇게 만든 원인제공자입니다.
제가 공부방을 하면서 일년에 한두어번 아이들 문제지를 한꺼번에 내다팔던 일을 남편이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집으로 다 사용한 문제지를 가져가는 것을 꺼려하기에 모아서 직접 고물상에 폐지로 팔게 되었던 것입니다.(폐지값이 많이 내렸습니다. 봄에는 kg당 200원까지 했는데 이번달에는 80원이라니... 책 한권값 정도의 수고비ㅋㅋㅋ)
그리고, 남편이 책을 구입하기 전에 저와 아이들이 먼저 도서구입을 하는 바람에 남편은 집에 있는 책을 간간히 읽는 것으로 만족해야하는 슬픔? 배려? 양보? 뭐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란 생각에 미치니 미안해집니다.
남편도 자신을 위해서 읽고 싶은 책이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온화한 남편의 성격은 아들이 닮은 듯하고, 현실적이며 직설적인 성격은 저를 많이 닮은 듯한 딸의 언행이 아빠마음에 들지 않았음은 이 책을 펴는 순간 단번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빠가 딸에게 원하는 바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간단하게 항목별로 비교적 짧은 글로 나열되어 있으며
아주 깔끔하게 요약해서 정리까지 해놓은 책으로, 꼭 딸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유익한 내용이 자신과 더불어 타인을 배려하는 고운 마음을 잘 전달할 수 있도록 조용하게 인도하는 책으로 느껴졌습니다.
딸에게는 아빠가, 저에게는 남편이
자신(남편)을 위해서?
아니 딸을 위해서?
그리고 거칠게(^^) 느껴지는 아내를 위해서?
이 책이 훈계조로 느껴지는 까닭은 제가 스스로 생각해도 남편이 원하는 순한 양같은 아내가 아니기 때문인가 봅니다.ㅎㅎㅎ
그러면 아내의 변화를 꿈꾸고 구입한 책인가?
남편은 우리 모녀가 누구를 위한 책이냐고 아무리 물어도 그저 미소만 날립니다.(책은 읽는 사람이 주인인데 말입니다.ㅎㅎㅎ)
앞으로는 남편도 자신이 읽고 싶어하는 책구입할 기회를 자주 가지길 바라며 결혼후 처음으로 직접 구입한 책에 대한 깊은 인상을 새깁니다.ㅋㅋㅋ
제가 자제중입니다. 대신 위드블로그 캠페인 동참으로 편식하던 제가 골고루 혜택을 누리게 되어 감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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