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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놓인방

안식처의 상징인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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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저자/살와 바크르(지은이) 김능우(옮긴이)

여자교도소가 배경이 된 책이라는 점과, 아프리카대륙의 아랍권문화가 지배적인 이집트의 사회적문화가 궁금해서 위드블로그 캠페인에 참여함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책속에 등장한 여인들의 삶은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기구하게 살았다는 점이 충격적이었으며, 남성우월사회가 던진 여인들의 억눌린 삶을 보며 분노가 일었습니다.

아팠습니다. 답답했습니다.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그 자체가 죄악시된 듯한 사회적 분위기에 화가 치밀면서 잊고 있던 우리네 조상된 여인들의 삶을 되짚어 보며 남성우월사회를 남녀평등사회로 변화시키고자 애쓴 많은 여성선구자들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게 됩니다.
그리고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남성우월사회로 자리잡힌 곳곳에 여성도 함께 하는 동반자로써 존중받기를 간절하게 소망하며, 비록 책속에서 만난 여인들이지만 그녀들이 살았던 사회환경도 점차적으로 변하기를 기도합니다.

척박한 환경에 던져진 삶이지만, 극복하며 최선을 다하고자 발버둥치는 꿋꿋한 여인들의 삶의 과정에 등장한 막무가내형 남성들의 무책임한 행동을 읽으며 인내하느라고 저도 마음고생을 했기에 책속의 여인들이 갈등하며 감당해 보려고 애쓰다 끝내는 죄를 짓게 된 마음과 자식의 잘못을 대신한 모성도 이해되었습니다만,
종교적. 혹은 가문의 명예라는 가면을 앞세워 부모가 앞장서서 행하는 이슬람(?) 아랍권(?) 문화의 명예범죄로 딸을 희생시키는 것과, 초혼이던 재혼이던 상관치 않을 뿐만 아니라 사촌? 형수? 를 막론하고 얽히고 설키는 친인척간의 결혼을 선호하는 문화는 우리네 정서와 다른 탓에 정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며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책에 등장한 여인들을 아픔을 어루만지는 의미로 나열해봅니다.

맹인엄마를 둔 아지자는 어린 나이에 의붓아버지로부터 이성간의 사랑(?)의 몸짓을 익히고 새아빠를 사랑했고,
불우한 환경에서 삶을 포기하지 않고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소매치기한 움무라잡,
남편의 지나친 성욕에 시달리던 힌나, 
지나치게 큰 키로 인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고자 애쓴 키다리여인 아지마,
마약을 거래한 아들의 죄를 스스로 대신한 모성애 강한 엄마 움무 알카이르,
외눈을 가진 왜소한 체구로 강인한 삶의 모습을 보인 사피야,
매형이 누나를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한 남동생이 분노하여 저지른 살인죄를 대신해 뒤집어 쓴 아이다, 
삶의 질을 높여보려고 열심히 공부하여 의사가 되었건만 변하지 않는 환경에 낙담한 바히자 압둘,
물질적 풍요와 남편과의 사랑으로 행복한 시절을 추억으로 간직한 자이납 만수르, 
고아로 동생과 함께 살면서 동생의 보호자로 살던 자말라트,
마약하던 남편에게 길들여진 후다,
엄마같은 과부언니가 종교가 다른 남자와의 사랑으로 인해 명예살인을 당함을 알고서 집을 뛰쳐나간 샤피카,
전쟁터에서 아들을 잃은 슬픔을 안고 임대업을 하며 살던 움무압둘 아지즈,
여러개의 매춘 조직을 운영한 전문 포주로 교도소에 수감된 롤라
히잡을 쓰지 않은 정치범 여인
집안의 세간살이를 다 내다 팔고 도망친 남편으로 몸과 마음이 궁핍한 교도관 마흐루사( 죄수아님)


'황금마차는 하늘로 오르지 않는다'
내용은 다르지만 성경책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킨 이 책을 통하여 엿본 세상은, 잘못된 규범과 억눌린 삶을 해방시켜 영원한 안식과 평화를 주고자 했던 아지자의 환상속 황금마차의 탑승자명단과 탑승시킬 이유로 탄생된 책으로, 삭막할 것 같지만 인간愛을 느낄 수 있는 교도소 내의 우정과 모성애를 통하여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는 여인들의 따스함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물질적으로 풍요를 누렸건, 가난으로 찌든 환경에 살았건 간에 공통적인 문제는 여성이라는 존재자체가 매우 하찮게 여겨진 사회분위기를 고발하며 여성들의 아픔을 품은 책이라고 소개할 수도 있습니다.

교도소에 갇히게 된 여성들의 사연이었기에 여성의 편에서 쓴 글이라는 한계점을 감안하고 읽으며 중용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극복하지 못한 이유는 저도 여성인 탓일까요? 남자가 읽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내내 의문을 품게 되더군요.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떠나지 않던 용어가 있었습니다.『자력구제』
법률상의 절차에 의하지 않고 자기의 힘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사법절차가 확립되지 않았던 고대 사회에서는 자력구제가 권리의 실현방법으로 인정되었으나, 사법절차가 완비되어 있는 현재의 문명사회에서는 자력구제가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새아빠를 살해한 아지자
남편을 가스로 질식사시킨 힌나
시동생을 총살한 자이납 만수르
애인을 청부폭행한 아지마
의 경우 자력구제에 해당한다고 볼수 있습니다. 어떤 사연이길래 엄청난 일을 저질렀는지 책을 읽으며 해답을 풀어보십시요.
 
책을 덮고 며칠간 독서후기를 어떻게 쓸까? 꽤나 고심하며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동안 제 마음이 숙연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사연으로 남몰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많은 여인들의 가느린 몸부림이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분노가, 아이러니하게도 감사와 겸손으로 저를 더 낮추도록 인도함과 남녀차별없는 존중된 문화의 꽃이 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무릎꿇게 함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