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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보험사기를 떠올린 사고현장, 나만의 문제인가?

 

 

 

남부지방보다 김장철이 이른 우리 고장에서는, 11월이 되면 김장시기로 분주할 때다.

아이들이 다 객지로 떠나 우리부부만 지내는 둘만의 식탁이라 김장을 할까? 하지말까? 망설이는데 남편이 적극적으로 김장하기를 종용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시장으로 따라 나섰다.

김장철이 되면 시장주변 주차장이 김장시장으로 조성되기 때문에, 안그래도 복잡한 시장주변이 주차공간을 빼앗긴 차들로 인해 더 복잡해진 풍경을 자아낸다.

 

그래서 임시로 마련된 많은 김장가게 앞은, 물건을 사려는 차량이 잠깐씩 정차를 하게 된다.

우리부부도 많은 가게앞을 지나며 어느 곳에서 구입할까? 망설이다가 가격이라도 알아볼 마음으로 어느가게 앞에 차를 세우고 창문을 내리려는 순간, 갑자기 나타난 자전거가 남편 차 오른쪽 모퉁이를 들이받으며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놀랐던지... 온몸이 오싹해지면서 찰나에 떠오르는 화면이 있어 바로 정신을 차린 나는, 곧바로 경계태세로 변하여 

 "아저씨, 왜 여기서 쓰러져요?"

하고 짜증을 냈다. 내 모습에 당황한 남편이

 "당신 왜그래? 사람이 넘어졌는데... 다친데 없냐고 물어보지 않고 왜 다짜고짜 따지듯이 그래?"

나를 나무란 후 창밖을 향해

 "아저씨, 어디 다치진 않았어요?"

하고 묻는다. 자전거와 함께 넘어졌던 아저씨가 대답도 없이 우물쭈물 일어난다. 남편은 다시금 또 묻고 나는 경계했던 심정을 남편한테 전한다.

 "왜 그래? 보험사기 주의하라고 방송에 나왔단 말이야. 너무 비슷한 상황이라 의심이 가잖아. 하필이면 왜 갑자기 차옆에 와서 넘어지냐고. 우리가 차를 안세웠으면 어쩔 뻔 했어? 꼭 사기 같아. 사진찍어야 해."

하고 폰을 들이대려고 하자, 

 

 

 "알아보지도 않고 정말 당신 왜 그래?"

남편이 손으로 제재하며 말리는 바람에 넘어진 모습은 담지 못하고, 성질급한 나는 그 아저씨한테 한마디 더 건넸다.

 "아저씨, 설마 일부러 넘어진 건 아니겠죠?"

울남편 기겁을 하며 이번엔 내 입을 손으로 막는다.

 "당신 정말 왜 그래? 넘어진 사람 창피하게..."

 "왜? 경계해서 나쁠 건 없잖아. 상황이 방송에서 본 거랑 너무 비슷해서 그래. 그러니 의심부터 하게 되네. 순진해서 당하는 피해자들 꽤 많더라 뭐."

 "저 사람이 듣겠다. 좀 가만히 있어."

차안에서 우리부부 옥신각신하고 있는데, 그 아저씨 얼굴을 가리고 있던 모자와 마스크같은 것을 벗더니 우리한테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얼굴을 보니 아저씨는 아닌 것 같고 청년으로 보였으며 더구나 사기칠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았다.(사실 사기칠 인상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안심이 되면서 미안해진 나는

 "의심해서 미안해요. 어디 다쳤어요?"

하고 물으니

 "괜찮습니다.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김장거리를 파는 상인이 청년을 보더니

 "무릎에 피나네."

하신다. 약간의 찰과상을 입은 것 같다. 흙묻은 옷을 털고 재정비를 마친 청년은 자전거를 타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남편이 또 다시 나를 나무란다.

 "당신 어쩌면 그럴 수 있어? 정말 놀랐어."

 "자기가 방송을 안봐서 그런 말 하는데, 너무 비슷한 상황이었다니까. 보이지도 않던 자전거가 왜 갑자기 나타나서 우리차 옆에 와서 쓰러지냔 말이야. 그러니까 의심을 하게 되지."

 "그래도 당신이 좀 지나친 것 같아. 그 사람이 얼마나 창피하겠어?"

 "당신은 그 사람이 창피한 게 중요해? 우리가 교통사고 피의자가 되면 어쩔려고?"

 "차를 세운 상탠데 어떻게 우리가 피의자가 돼?"
 "방송보니까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가에 따라 달라지던데... 만약에 그 사람이 진짜로 보험사기를 노린 사람이었다면, 아마 우리가 당하게 될걸. 더구나 주차장도 아닌 도로잖아. 빡빡 우기면 자전거가 약자야? 차가 약자야?"

내 말이 너무 강했던 탓인지 남편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며 잠시 대답을 않는다.

 "......"

 "당신이 보기엔 내가 과민반응한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난 제대로 대처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그 청년한테 좀 미안하지?"

 "좀 미안하긴 해. 하지만 또 다시 이런 상황이 오면 난 또 똑같은 반응을 하게 될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당신에게서 새로운 모습을 봤어. 솔직히 난 당신한테 너무 놀랐어."

 "놀라도 할 수 없고, 실망했다고 해도 괜찮아. 나는 그 순간 얼마나 놀랐다고"

 "울마눌 엄청 매정하대. 방송탓인가? 아니면 아줌마의 힘인가?"

 "난 당신이 나를 나무라는 게 더 어이가 없다 뭐. 좁디 좁은 공간을 지날 땐 자전거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가야지 어디 겁도 없이 쌩하고 지나치려고 해, 내 아들이었으면 엄청 혼냈을거야. 사실 당신도 놀랐잖아?"

 "놀라기야 했지."
 "그러면서도 나를 나무라기만 해?"

 "당신이 가만 있었으면 되는데... 의심하질 않나, 사진찍으려고 하질 않나, 그러니까 내가 당황스러울 수 밖에..."

 "내가 방송을 보긴 잘한 것 같아. 그러니 냉정할 수 있었던 거야."

 "당신은 그렇게 생각해? 난 좀 많이 놀랐어. 당신한테..."

 "당신 말속엔 계속해서 내가 잘못했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좀 섭해지려고 한다."

 "......"

 "누가 뭐래도 난 당신 보호자야.^^ 물론 당신은 나의 보호자고."

 

오해의 눈초리를 보내며 의심했던 나의 태도를 되짚어 보지만 잘못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방송에서 본 딱 그 예매한 장소에서 일어난 사고였기에 순간적으로 냉정하게 경계를 한 내 행동에 대해 나조차도 놀랐긴 했지만 나를 나무라는 남편과 달리 나는 스스로에게 칭찬을 하고프다. 나의 냉정함에 대해.

그 청년에게 미안한 마음이기도 하지만 나는 똑같은 상황이 오면 또 똑같이 대처할 것 같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