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긋는 여자』
책을 읽고 있는 나를 향해 우리딸이 붙인 별명과 같아서 이 책을 보는 순간 무척 친근감을 느꼈다.
책을 읽을 때마다 우리딸이 늘 주의를 준다.
"엄마, 제발 책에 줄 좀 긋지 마세요.^^"
"알았어."
한두번 듣는 충고가 아니기에 밑줄 긋지 않겠노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하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 나의 이런 행동을 탓하는 딸의 부탁이 일리가 있기에 나는 변명거리가 없다.
내가 책을 읽고 밑줄을 그어놓으면, 딸이 읽을 때 다른 부분에서 더 감흥을 느낄 수도 있을 텐데... 자신도 모르게 내가 밑줄 친 부분에 마음이 머물므로 인해 감흥과 시야가 좁아진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책을 읽는 사람마다 경험과 생각이 다르기에 밑줄 긋고 싶은 부분이 다를진데, 내가 먼저 이런 행동을 하므로인해 딸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게 되는 풍성함을 방해하고 있다는 이론이 맞다고 생각하기에 나의 행동이 미안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덮을때보면 어딘가에 또 밑줄이 그어져있음을 보게 되는 나...
그래서 나는 내가 읽은 책을 선뜻 남에게 내밀지 못하는 이유가 되고 새로 구입해서 건네게 된다.
최근 블로거사이에 책나누기 이벤트에 동참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첫째, 울딸이 고3이라 다른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수능이 끝나면 금년에 내가 위드블로그 독서캠페인을 통해 읽었던 책을 딸에게 권하고 싶다.
둘째, 내가 읽은 책에는 밑줄이 그으져 있기 때문이다.
정돈된 모습으로 그어져 있는 게 아니라, 비뚤삐뚤 그으진 줄이 여러군데 나타나기 때문에 남에게 주기에는 미안하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절대로 밑줄 긋지 않겠노라고 다짐하고 의식적으로 조심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책을 덮을 때보니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형광펜이나 볼펜이 아니라 연필을 이용하여 밑줄을 그었다는 점이다. 연필은 지우면 되니까^^
힘든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던 건, 그래서 내가 그은 밑줄들이 용해된 내 삶의 이야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낼 수 있는 건, 내가 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았듯이, 누군가에게 작은 위안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오랜 꿈과 주위의 응원 덕분이다. 누군가 이 책을 읽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는다면, 크게 한번 웃을 수 있다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하고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좋겠다. - 성수선
이 책을 쓴 지은이 '성수선'씨의 마음이다.
그리고 경력이 특이하다. 회사원으로 해외영업담당 과장으로 일하면서 여권에 잉크 마를 날 없이 화학 원자재를 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성이 책을 썼다는 점이 매력적이며, 위에 소개했듯이 책을 통해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담고 있음이 참 다정스럽게 다가왔다.
당신은 지칠 때 무엇으로 위안을 받는가?
나는 책으로 위안을 받는다.
이점이 나랑 같아서 기쁨이 된 책이다.
업무상 외국을 자주 드나들면서 틈날 때마다 책을 접하는 밑줄 긋는 여자는, 다양하고 폭넓은 장르와 엄청난 독서량을 느끼게 하는데 이에 나는 놀랐으며 또한 부러움이 되었고, 한편 삶의 연륜이 긴 나로써 부끄러움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감동받은 부분에 밑줄그으며 상기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그녀가 느낀 감성을, 비지니스로 만나는 관계에서 대화의 시작점으로 접근하는 여인의 센스와 매력을 느낄수 있었고, 일반 독자에게 독서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잔잔하게 알려주는 메세지도 담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던, '밑줄 긋는 여자'
이 한권의 책에 담아낸 지은이의 일상과 잘 버무려 인용한 많은 책으로 말미암아, 풍성한 책읽기를 한 것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밑줄긋기 40여권의 책에서 다양한 책향기를 맡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이 책을 읽노라면 지친 영혼을 어떻게 책으로 위안을 받게 되는지 알수 있을 것이다.
당신에게 책은 어떤 의미인가?
지은이 생각처럼 내 영혼의 친구로 책이 좋다는 점이 닮아있다. 힘들고 어려울때 나 혼자의 세계에서 곰곰히 되짚어보다가 책에 빠져들어 그 해답을 찾게 되고 차분해지는 경험을 하면서 활자로 만나게 되는 친구로 책이 최고의 친구다.
어떤 장르의, 혹은 어떤 작가의 수준을 운운하는 편견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통쾌했으며, 인용된 수많은 책을 통하여 어떤 기분일 때 어떤 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으면 좋을지 망설임이 생길 때 이 책을 참고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여름철, 휴가를 떠남으로 설레는 시기다.
한권의 책이라도 챙길 여유가 있는 당신이라면 당신의 영혼은 결코 지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영혼을 보습으로 촉촉하게 해줄 또 다른 무엇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밑줄 긋는 여자처럼 책이 참 좋다는 점에 나도 적극적으로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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