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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화물연대 파업은 철회하지만 여전히 남은 불씨


여간해서는 자신의 어려움이나 불편함을 표현하지 않는 남편은 자신에게 부탁하는 상대에 대한 배려가 언제나 우선되는 사람이기에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라 가끔은 제가 더 답답함을 느낍니다.^^
이런 남편이 유류대 인상에 따른 힘든점을 극복해보려고 도시락을 싸다니고 왕복운행을 위해 차안에서 새우잠을 감수하다가 급기야는 얼마간이라도 차운행을 중단하고 좀 세워둘까?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화물연대 파업이 일어났고 해결의 실마리가 찾아지기를 기다리던 남편의 속마음은 하루하루가 지날 때마다 까만 숯검댕이처럼 타들어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말이 별로 없던 남편이 주변 동료들의 심정을 전하며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간접적으로 전해진 남편의 마음일 것이라고 여겨져 어제아침에는
 "여보, 내 능력껏 당신 용돈 챙겨줄테니 아무 걱정말고 푹 쉬어."
 "아닌게 아니라 일 안하고 남정네들끼리 모여있으니까 우째 돈이 더 드는 것 같어. 매일 통장에서 돈 찾아야하는 사태야. 꼭 내가 백수처럼 느껴져서 너무 싫어."
 "어떻게든 무슨 대책이 서겠지.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되면 좋겠어?"
 "쉬울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그 알선업체의 단계를 없애는 게 제일 좋지. 단계가 길면 운송비에서 수수료 명목으로 떼고 소개하니까 우리에게 남아야하는 이익금이 줄어들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서로 경쟁을 붙여서 덤핑하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화주되는 회사에서 운임비를 인상해도 우리에게 그 이익이 돌아오기가 어렵지. 몇군데를 거치며 운임비가 자꾸 낮아지는 경우에는 우리 스스로가 그런 화물운송을 거부해서 악용하는 알선업체가 개선되도록 해야하는데... 그것도 어렵더군. 그래도 차주가 실어주는 경우가 있으니까 말이야. 아마 정부에서도 꽤나 머리아플거야. 지난번 2003년에 표준요율제를 약속하고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무 대책없이 또 그냥 세월이 흘렀잖아. 그래도 우쨌던 빨리 해결되었으면 좋겠어. 피차간에 다 손해니까 말이야."
 "여보, 힘내. 우리는 그래도 몇년은 버틸 수 있으니까^^"
 "ㅎㅎㅎ 당신만 믿으면 돼."
 "당근이지."
 "......"

나이도 나이니만큼 몇 년전,건강상의 문제로 위험한 고비도 넘긴 경험을 한 후에 남편도 화물알선업을 해볼까? 고민하던 시기가 몇번 있었고, 지금도 유혹을 느낄때가 있지만 결정적으로 포기하게 되는 이유는 담배도 피우지 않을뿐만 아니라 술도 거의 하지 않는 남편입장에서 남자들이 흔히 행하는 거래상의 친분을 위해서 노력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거래를 편하게 수용할 수 없다는 고지식한 남편의 성격때문에 기회가 올때마다 포기했야만 했습니다.  

남편의 삶의 방식은 남이 자신한테 옳지 않은 말을 하면 대꾸하기보다는 미소로 응답하고 의견을 말하지 않으며, 화물운송을 부탁하는데 타산이 맞지 않으면 다른 차를 알아보라고 슬그머니 다음을 기약하는 듯한 온화한 말로 거절을 하고, 운임이 좋은 짐이 나오면 행선지가 다를 경우 가까운 곳에 간 동료를 찾아서 그 짐을 실도록 소개하며 서로 협력하여 잘 살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나름대로의 철칙은 지키고 살아온 남편인데... 이번 파업사태가 길어질까봐서 노심초사해 하면서도 그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고
 "그동안 장거리 왕복으로 힘들었으니까 파업때 쉬면서 몸을 회복해야지..."
하던 남편은 말을 하는 것보다 듣기를 더 좋아했는데 파업이 며칠간 이어지면서 최근에 말이 늘었음을 느끼면서  반대로 전해오는 남편의 고민스런 마음을 엿보는 듯, 깊은 내면의 한쪽이 시큰하게 아려옴을 느끼던 중에 어제 오후에 안심되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화물연대와 화주되는 큰회사의 조금씩의 양보로 일궈낸 운송비 인상으로 급하게 타결을 봤기에 일을 해도 되겠다는 소식...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니 또 불안한 불씨를 남긴 결과물이었습니다. 표준요율제도 중간단계의 알선업에 대한 다단계 구조도... 그 아무것도 손을 못댄 미흡한 점이 거슬렸습니다.
정부에서 맘만 먹으면 가장 먼저 할수 있는 것은 모든 화물차량을 개별화물로 돌려서 운수회사를 없애는 것은 할 수 있을 것인데... 하는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차를 허가해줄 때 운수회사를 끼고 개별화물형식처럼 고리를 맺고서 그 회사에 소속됐다는 명목으로 매달 고정수수료를 내는 것은 참 어처구니없다고 여겼는데... 이것하나도 해결못했으니 운임단가 하락의 원인이 되는... 복잡하게 얽혀있는 알선책의 구조는 감히 엄두도 못낼 것이 뻔하게 그림으로 그려집니다.

생업이 급하니 현장으로 복귀는 하지만 여전히 남은 불만... 그럼에도 일터로 향할수 밖에 없고, 뒤이어 들리는 배를 띄우지 못하는 어부들의 하소연과 비료값 상승으로 인한 농부들의 하소연의 심정이 헤아려져 남편과 연관되었던 일의 파업철회가 기쁨으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