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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아픈기억을 되살린 남편의 짧은 손가락


오디(뽕나무 열매)가 익었을 거라며 남편이 오디를 따러 가자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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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나무실러 다녔던 산길을 알고 있던 남편은 오디가 어디에 많은지 잘 알고 있었고, 따라간 곳에는 잘 익은 오디가 바람에 흔들려 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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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큰나무는 손이 닿지 않아서 포기하고 닿는 곳까지 손을 뻗으며 참 열심히 땄습니다^^ 자연이 남긴 공짜선물이 다 우리것인양.ㅎㅎㅎ

운좋게도 알맞은 크기의 한그루 나무에 참으로 많은 열매가 탐스럽게 열려 우리부부를 유혹했습니다^^ 정신없이 한참을 따다보니 저녁때가 되어 가는 듯 해가 짧아졌음을 느낀 남편이
 "여보, 이제 그만 가자."
 "조금만 더 따요. 인터넷에 보니까 오디로 쨈도 만들었던데... 나도 맹글고 싶어."
 "우리 마눌도 이럴 때는 천상 아줌마네. 공짜보니까 정신이 없나벼.ㅋㅋㅋ"
 "공짜라서 좋은 것도 있지만 이렇게 잘 익은 것을 안따고 내비두면 바람에 다 떨어져 버릴 것을 생각하니 너무 아깝잖아^^"
 "당신 나한테 시집오길 잘했지. 오디가 뭔지도 몰랐던 당신이 오디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실제로 따보기도 하니깐 말이야.ㅎㅎㅎ"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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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갔던 작은 김치통에 기어이 가득 채웠습니다.
 "우리손이 예술이야.ㅋㅋㅋ"
 "여보, 손 내밀어봐. 보라빛에 물든 손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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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서 남편의 손을 찍은 사진을 보았습니다.
 '어, 이상하다. 왜 새끼손가락이 짧지?'
부끄럽지만 저는 가끔 맹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바보같다는 말도 듣습니다. 지금처럼...ㅋㅋㅋ 이어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아픈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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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시작하여 겨우 자리를 잡을만한 시기에 운송할 짐으로 산에서 나무를 실던 중에 포크레인을 개조한 집게차 기사가 나무를 화물차 짐칸에 올리면 남편은 차위에서 차곡차곡 쌓던 중, 기사의 실수로 남편의 손가락이 찍혀서 살갗이 허물어지는 바람에 손가락의 한마디를 없애야했던 아픔...
뜻밖의 부상으로 말미암아 산에서의 일을 접고 시내로 들어오긴 했으나 늦은시간이 된 밤에 근처 다른 도시의 큰병원 응급실로 달려가면서 느꼈던 초조함과 도착한 병원에 전문의도 없이 진행된 수술로 인해 살갗이 허물어져 꿰맬것도 없이 뼈만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으니... 실력없는 미래의 의사가 그 뼈를 자르자고 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출혈은 막았지만 고통을 견디느라고 둘째를 임신한 배불뚝이 몸인 제 손을 잡은 남편의 손이 얼마나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는지 잡힌 제손으로 그 통증을 다 느껴졌을 정도로 그때의 일이 회상되면서 소름끼치도록 두려운 불안으로 막막했던 밤이 떠오르네요.
이후.. 보름정도 일을 제대로 못했지만 누구에게 하소연할 성격도 아닌 남편은 화주가 첫날 수술비를 감당해준 것에 만족하고, 보상받을 생각도 하지 않은채 아픔과 손해를 감내한 남편의 짧아진 새끼손가락 사연이 이 사진으로 말미암아 상기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