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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군대간 아들처럼 어미인 나도 철들고 있는 중^^


파업철회 소식에 한숨을 돌린 남편이 운행을 준비하고 있을 때, 군복무중인 아들에게서 아빠에 대한 안부전화가 왔다.
 '오메 기특한거^^ 경험한 선배들이 아들은 군대가면 철든다고 하더니만 이 녀석 점점 멋지게 변하네.ㅎㅎㅎ'
속으로 감탄하며 기쁨을 느끼는 내 마음이 아들에게 전달되었는지
 "엄마, 제가 사회에 있었다면 뉴스를 접할 기회를 만들지 않아 이런 안부를 못할 수도 있었을 거예요.ㅎㅎㅎ"
 '녀석 스스로도 너무 잘 아는구만.'
아들 스스로 이렇게 표현하면 어미라는 나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이럴 때 꼭 안빠지고 터지는 표현이 있었으니...ㅋㅋㅋ
 "우리 아들, 군대가더니 엄마를 많이 놀래키네. 고마워.^^"
 "ㅎㅎㅎ 좋은 뜻이죠"
 "당근이지. 남들이 그러잖아. 남자는 군대가야 철든다고....호호호"
 "저도 알아요.^^ 효도한 아들이 아니었다는거..."
 "아녀. 고교시절에 엄마 성에 차도록 공부 안했다고 닥달한 엄마가 잘못이지. 사실은 넌 착한 아들이야. 별난 엄마아래서 비뚤게 안나가고 건강하게 커준것만 해도 효도란다. 엄마의 깨달음이 늦어서 도리어 미안하게 생각해."
 "우와~ 엄마도 많이 변했어요. 그쵸^^"
 "ㅎㅎㅎ 계속 변화중이야."

맞는 말이다. 나는 많이 변했다. 그리고 아들도 많이 변했다. 아니 어쩌면 아들은 스스로의 표현처럼 원래부터 싹싹하고 부드럽게 말하는 괜찮은 넘이었는데 어미인 내가 아들의 말을 막았는지도 모른다. 그래 내가 원인제공자다.
중등시절까지 반항없이 그런대로 꽤 잘하던 녀석의 학업성적이 고등시절부터 표가 나는듯 안나는듯 아주 조금씩 조금씩 계단아래로 내려서고 있음을 느낀 나는 내 정신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들을 볶았다.
 "왜? 왜 안하느냐고?"
이성을 잃은 듯한 나의 반응에 아들은
 "재미가 없어요. 행복하지가 않아서 제가 행복할 만큼만 알아서 하겠습니다."
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할 때 나는 그야말로 내 정신이 아니었다...... 그후, 나는 내 상상속의 아들과 실제의 아들사이에서 괴로워함을 감추지 못하고 온갖 추태(?)를 아들에게 고스란히 다 보였던 참 못난 에미다.

지금 꼭 그시기의 둘째인 딸이 그 시기의 오빠를 이해한다면서 내가 엄마로써 잘못한 점을 지적할 때마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에 반성을 계속하고 있다.
아들을 향해서! 쭈욱~~~~~!!^^
몰랐다. 내 감정에 치우쳐 있었기에... 아들의 사춘기를 탓하기만 했지 어미인 나의 잘못을 들여다볼 여유를 갖지 못했음을 딸의 지적을 통해서 깨닫는다.
첫째라서? 아들이라서? 아니 그보다는 나의 의견을 참 잘 수렴해주며 따랐던 녀석이었기에 배신감에 치를 떨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 나혼자의 감정이 극도록 악화된 상황중에 아들은 객지에서 대학생활 2년 중, 군입대를 했고 딸이 고등시절을 맞이하여 조언자가 되어 나를 조심스레 나무란다.
둘째라서 그런지 모든면에서 나에게 여유가 생겼고. 딸이라서 아무래도 말이 더 통하는 것 같다. 그리하여 딸의 조언에 귀기울이게 된 나는 다행스럽게도 아들이 달라진 환경을 이용하여 솔직하게 나누는 대화로 말미암아 관계가 회복됨을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
 
아들과 통화를 했던 날 밤에 남편은 하교한 딸에게 느닷없이
 "OO아~ 엄마 목소리가 기분좋은 거 같지."
 "예. 무슨 좋은일이라도 있었어요?"
 "오빠전화 받았단다^^ 엄마는 그저 오빠라면 좋은가봐."
 "엄마, 아빠가 질투하나 봐요. 좀 잘해드리세요^^"
 "아이고 참내. 멋대로 생각해요."

그러다가 우리 셋(남편, 딸, 나)은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남편이 그 드라마의 말을 인용하여 나에게
 "당신한테는 이 세상에 당신을 아프게 두렵게 하는 존재가 없지?^^"
하고 묻는다.
 "아니 있어. 내가 뭐 괴물이야. 무서운 존재가 없게?"
 "누군데? 설마 나일리는 없고..."
 "엄마, 엄마한테도 그런 존재가 있어요?^^"
 "뭐야. 내가 神이야. 나도 그런 존재가 있다구"
 "그러니까 누구냐구?"
 "음...... 아들ㅋㅋㅋ"
 "엄마는 오빠앞에서는 아주 강하고 당당하면서 없는데서는 꼭 약한척 하시더라. 아빠 내말이 맞죠^^"
 "그래. 네 엄마는 오빠한테 어쩌다가 저리 되었누. 세상에 남편을 두려워해야지 아들을 두려워한다니 말이 돼."
 "다른 사람들한테는 내가 알고 있고 내가 할수 있는 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살지만... 그 녀석한테만은 그렇게 못해준 것이 늘 미안해. 어미가 처음 되다보니 내 감정만 먼저 앞세우느라고 녀석의 맘을 헤아릴 생각을 못하고 키운 것이 너무 너무 미안해서...ㅜ.ㅜ 늘 마음이 아파..."
말이 좀 떨렸나 보다. 딸이 놀린다. 엄마한테는 오빠가 쥐약이라고... 그려 난 녀석만 생각하면 가슴 한켠이 아파온다. 어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