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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코믹함을 위해 지역감정을 위장한 '위험한 상견례'





영화 '위험한 상견례'를 보았다.
펜팔로 사랑을 키운 전라도 청년과 갱상도 처자가, 군시절과 학창시절의 안좋은 기억으로 영호남 지역인은 절대로 안된다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힌 상황을 극복하여 결혼승낙을 받아내기 위한 과정을 그려낸 코믹영화다.

나는 대구가 고향이다.
언제부터 어떤 일을 계기로 영호남의 갈등이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어린시절부터 주변 어른들이 호남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음을 느끼게 되면서 늘 궁금했다.
 '왜 어른들은 전라도 사람을 싫어할까?'
영화에서는 아버지세대가 겪은 좋지 않은 사연이라도 있었기에 오히려 이해가 되지만, 내 어릴적 주변의 어른들은 ~카더라...(말하더라)는 소문만 믿고 전라도 사람과의 소통조차도 싫어할 정도로 심했다. 영남인이 호남인을 배척하듯 아마도 호남인도 영남인에 대해 비슷한 환경을 만들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람관계는 서로 상대적이니까.
같은 땅 같은 나라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적국같은 느낌을 들게 하는 어른들의 잘못된 사고가 못마땅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 강한 뜻을 나타냈던 지역에 살았던 탓인지, 나도 모르게 호남사람에 대해 경계하려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었음을 훗날 느꼈다.

결혼후 타지에 살면서 호남지역 친구를 알게 되었고, 나도 모르게 약간의 경계를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움찔 놀랐다. 나는 그 친구를 통해 어른들이 막연하게나마 배척 이유를 나름대로 찾아보려 했다.
ㅣ. 강한 사투리
호남은 호남대로 영남은 영남대로 사투리가 심할 뿐만 아니라, 잘 고쳐지지도 않는다. 그리고 서로 이해하기 힘든 사투리는 욕처럼 들리기도 한다.(요즘은 많이 순화되었다.) 그래도 내 친구는 좀 고치긴 했으나 나는 듣는 귀만 고쳐졌고 말투는 못 고쳤다.
ㅣ. 솔직한 성격 
타지역 사람에 비해 영호남 사람은 솔직하고 직선적인 것 같다. 서로의 성격을 잘 모르는 입장에서는 다분히 오해의 소지가 생기기 쉽다.
ㅣ. 강한 개성
솔직한 성격만큼이나 개성도 강한 편이다. 어떤 의견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강하게 표현하는 편이다. 

때에 따라선 지방의 사투리가 재밌기도 하다. 그리고 솔직함과 자신의 의사를 뚜렷하게 나타내는 성격은 모르는 사이에서는 단점일 수도 있지만 장점이 되기도 한다. 알고 보면 잘 통하는 친구가 되는데 말이다.


차분하게 사랑을 키워가는 느림의 미학
이성간의 사랑에 있어서 공통점과 완전 다른 면이 있다는 것은 삶에 흥미를 더해준다. 요즘 젊은 세대의 눈에는 어떻게 비췄는지 모르지만, 내 눈에 비친 젊은 그들의 사랑은 숙성기간을 충분히 거친 것 같아 믿을만 했고 예쁘게 보였다. 청년기에 있는 울애들도 주인공처럼 은근하게 데워진 사랑으로 좋은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을 만큼 그들의 사랑이 예뻐보였다.

팬팔이라... 요즘은 이런 단어조차도 사라진 세대, 그리고 군화를 기다린 곰신의 애틋한 사랑의 모습이 내 친구를 보는 듯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군대간 남친에게 지극정성을 쏟았던 친구는 결혼하여 알콩달콩 잘 살고 있다.


강한 애향심
영화에서는 광주와 부산이 지역적 배경으로 등장하여, 해태와 롯데 야구팀 응원전 모습을 보일 뿐만 아니라, 현진(송새벽)이를 미행하는 대식이가 해태껌을 사고자 했으나 부산에는 롯데껌만 파는 분위기의 지역사랑을 강하게 드러낸다.  

나는 대구가 고향으로 삼성팬이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흡수되었던 거 같다. 그리고 혼수품으로 가전제품을 준비할 때도 몽땅 삼성으로 구입하는 자연스러움이 배여있다. 


김수미여사가 어색한 이유.
ㅣ. 다홍의 엄마?
드라마에 등장하는 엄마가 너무 젊게 나와서 그런지, 다홍의 엄마역으로 좀 늙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 마파도에서 할머니같은 차림새와 역할, 그리고 가문의 영광에서 보스역 엄마를 할 때도 장성한 아들을 둔 엄마역이어서 그런지 내 눈은 김수미씨를 다홍의 엄마로 받아들이는데 참 어색했다. 다홍에게 오빠가 있음을 보고 적응되긴 했지만^^
ㅣ. 거슬리던 말투?
 '영화를 위해 경상도 사투리를 배웠나?'
하는 기대감을 잠깐 가졌다. 전라도 사람을 싫어하는 남편의 아내로 등장했기 때문에.
그런데 그녀가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고 서울말을 사용하는 데 그녀의 말투가 애교인지 어리광인지 코맹소리가 매우 어색하게 들렸다. 호남이 고향인 것을 감추느라 서울출신인양 위장했던 것임을 알았을 때, 역시 그녀는 천상 배우다. 
서울의 아낙은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다. 내 친구도 아이를 빗대어 표현한 거라고 하지만, 아빠라고 표현하여 우리 친구들의 핀잔을 받기도 한다.


다홍이 오빠역 운봉(정성화)
참 아리송한 인물이다. 정상인은 아닌 것 같고... 순정만화에 빠져사는 그를 게이로 잠깐 오해했는데, 뜻밖에도 전혀 예상치 않은 상상밖의 인물이 게이로 밝혀져 황당했으나 배꼽빠지게 웃었다. 조연들의 활약도 참 잘 어우러진 '위험한 상견례'는, 안타까움조차도 코믹으로 승화되는 요소를 많이 배치해 놓았음을 느낄 수 있다.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집을 나선 청년을 여자집에서 며칠씩이나 지내도록 한 설정은 좀 억지스러웠다. 영남지방은 보수적이라 아무리 배경을 80년대 후반에 맞추었다고 해도, 이런 집안은 드물기 때문이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 배치해 놓은 억지설정같은 몇 장면들이 거슬리긴 했어도 영호남의 정서를 코믹하게 그려진 영화는 가족과 함께 봐도 좋을 영화라고 생각된다.

마무리에 앞서, 이 영화는 굳이 지역감정으로 위장하지 않아도 아버지세대의 잊지못할 사건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를 이끌만 함에도 불구하고, 영호남의 감정을 넣은 것은 강한 사투리의 재미를 더하고자 한 것 같다.
하지만 사투리가 강한 나로써는 80년대(2000년대는 좀 덜하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의 노력이 가상하긴 해도 내 귀에는 그야말로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어색하게 들려 오글거렸다. 전라도가 고향인 배우들을 호남편에 배치했듯이, 경상도가 고향인 배우를 영남편에 등장시켰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영화는 곳곳에 강한 사투리 발산과 지역적인 특색을 드러내며 관객들에게 웃음꽃을 피우게 하는 유쾌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