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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가족극, 폭소를 선사하는 '점프'

 
우리집 베란다에 서서 밖을 내다보면 벚꽃과 목련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입니다. 벌들이 활짝 핀 꽃 사이를 오가며 한가하게 노니는 모습을 본 아이가, 
 "샘~, 여기 와 보세요. 꽃이 활짝 폈어요. 어 꿀벌도 있어요."
 "신기하니? 샘은 진작에 봤지."
 "아파트 정원이 샘 집하고 가까워서 샘 집 정원같아요."
 "부럽지?"
 "예, 근데 벌이 집안으로 안들어와요?"
 "글쎄... 창문을 열어두면 착각하고 날아드는 벌도 있겠지만... 닫아놔서 모르겠네."
 "꽃이 참 예뻐요."

아이들이 감탄하며 바라보는 봄꽃이 활짝 피기 전, 꽃샘추위와 온기를 담은 봄바람이 힘겨루기를 하던 지난 달부터 저는 마음이 술렁거리기 시작했지요. 그러던 어느날 텔레비전 방송으로 홍보하고 있던 '점프'공연에 feel이 꽂혔고, 
 '서울로 상경해서 볼까?'
망설이다가 우리 고장이 속한 충청북도에서 가장 큰도시인 청주에 마련된 '예술의 전당'엔 한번도 가 본 기억이 없음을 아쉬워하며, 청주공연을 보기로 정하고 한달전에 인터넷으로 예매한 후 그동안 살짝 들떴습니다.


지난 주말 청주 예술의 전당을 찾았습니다.
규모나 시설면에서 서울에 있는 예술의 전당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작고 소박하지만, 많이 걷지 않아도 되고, 헤매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덜 붐빔으로써 기다리는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더군요.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 교통비가 조금 절약된다는 점도^^

 

토요일 오후 3시 공연.
공연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야 할 기차시간을 맞추느라 이 시간을 선택했는데, 어린이 단체 관람객과 부모님과 함께 찾은 가족단위 관람객이 무척 많았습니다.
무대위 조명만 남기고, 객석에 있는 조명이 꺼짐으로 공연시작을 알리는 분위기를 연출함에도 불구하고, 실내는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공연이 시작되오니 조용히 하자는 주의도 없이 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짚고 등장하셔서 무대위로 오르는 장면인데,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비틀거릴 때마다 효과음을 내어 주목을 끕니다. 그 동작을 보고 관객들이 웃음으로써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집중시키고, 또한 할아버지가 무대위에 오르기 위해 관객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나중에 보니 이 할아버지도 공중회전을 하는 고수로써 관객을 속인 것입니다.
공연은 매우 코믹하고 역동적입니다. 아이들의 웃음과 떠드는 소리가 공연과 섞이어 조화를 이룰 정도로 유쾌하게 보고 즐길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 관객들이 많은 이유일 것입니다. 특히나 남자어린이들이 더 좋아할 공연이기도 하구요.
'점프'는, '평범하게 살자'는 가훈으로 3대가 한 집에 살고 있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무술가족 이야기입니다.
혼기에 찬 손녀를 시집보내기 위해 할아버지께서 한 청년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이에 집안은 청소하느라 분주한데, 매일 술에 취해 지내는 미혼의 삼촌때문에 엉망이 되고 그 사이에 손님이 들이 닥칩니다. 술을 좋아하는 삼촌이 익살스런 행동으로 관객들을 무척 웃깁니다. 나중에는 삼촌이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그저 무대에 등장만 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로 독특하게 각인되는 인물이더군요.
무술가족은 손님이 있어도 수련시간을 지킵니다. 가훈과는 달리 절대로 평범하게 사는 집안이 아니예요. 무술인 집안에 초대되어 온 청년은 난감해하다가 갑자기 두 얼굴의 사나이로 변합니다. 청년을 변신시키는 비밀은 안경입니다. 청년의 변신도 무척 눈길을 끄는 무술 고수입니다.

도둑도 등장합니다. 두명!
한 명은 무술하고, 다른 도둑 한 명은 무술을 보여줄 듯하면서도 안하는 둔한 도둑인데, 콤비를 이룬 도둑도 참 코믹하게 그려집니다. 

'점프'에 등장한 배우들은 다양한 무술을 보여줍니다. 이른바 '마샬아츠'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로 동양무술이 다 등장합니다. 태권도, 택견, 공중무예, 취권도 보이고... 역동적인 동작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박진감 넘치는 무대로 뜨거움을 선사합니다.
그렇다고 재빠른 무술동작만 보여주는 게 아닙니다. 느린 동작으로 표현한 장면이 참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이런 동작은 집에서 가족끼리 짜고 실천해봐도 참 재밌을 것 같더군요. 또한 관객동참을 유도함으로써 더욱 관심을 갖게 합니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흠뻑 빠져, 활기를 느끼며 열심히 박수치며 웃었습니다. 점프를 보노라니 난타가 떠올랐습니다.
두 공연의 공통점
ㅣ. 한국이 만든 창작품
두 공연 모두, 우리 나라에서 만든 창작품이라는 점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ㅣ. 대사가 없습니다.
비언어 퍼포먼스로 동작에 맞춘 효과음이 감정을 전달합니다.
ㅣ. 세계시장 진출
언어장벽을 뛰어 넘어 세계시장으로 진출하여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남녀노소, 국적과 언어에 구애받지 않는 작품입니다.
ㅣ. 역동적인 동작
난타는 주방에서 벌어지는 생동적이고 역동적인 행동을 보여줬다면, 점프는 집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무술로 승화시킨 공연입니다.
ㅣ. 관객과 함께 하는 공연
난타에서도 점프에서도 관객을 참여시키는 장면이 있습니다.

ㅣ. 개성있는 캐릭터, 코믹합니다.
단순하고 익숙한 소재와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톡톡 튀며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시트콤을 보는 듯 코믹한 설정과 다양한 에피소드가 전개됩니다. 세대차이를 느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합니다.

'점프'는 '난타'에 이어 어린이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도 즐길 수 있는 공연입니다. 

고장마다 곳곳에 온통 봄꽃축제가 한창입니다. 봄나들이로 꽃구경도 좋지만,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거나 봄볕에 거을리는 피부가 염려되신다면 후기가 늦었지만 이런 공연관람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