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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관객을 웃기려고 작정하고 나선 '조선명탐정'



진지하고 무게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던 배우 김명민씨가, 도포자락 휘날리며 코믹연기를 한다?
별명이 '명본좌'라 칭해질만큼 연기를 잘하는 천상 배우라지만, 도무지 상상이 가질 않았습니다. 
김명민씨의 또 다른 변신이 궁금해서 무작정 영화관엘 갔지요.


이 영화에서 서필역을 맡은 오달수씨가 개를 안고 있습니다. 외모로만 봐서는 특이한 인상탓에 개도둑으로 오해하는 시선을 보내게 되는데, 감독은 이런 시선을 반전으로 삼아 그를 잃어버린 개를 찾아 주인에게 돌려주는 뜻밖의 인물역을 맡겼고, 더 나아가 깜짝놀랄 반전의 인물로 등장시켰더군요.
포졸눈에도 개도둑으로 보였는지 쫓기는 신세가 된 서필(오달수)은, 관료들의 공납비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밝히라는 임금의 밀명을 받고 길을 나선 명탐정(김명민)과 콤비가 되어 누가누가 더 잘 웃기나? 코미디를 하듯 번갈아 가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보려 합니다. 
감독은 영화제목에서 추리극같은 뉘앙스를 풍기면서도 관객들의 사고는 사양하기라도 하듯, 부연설명없이 빠른 전개속으로 관객들을 이끕니다. 그리고 내용이 무겁고 진지해지 않도록 요소요소에 18세기와 21세기를 넘나드는 언행을 구사하는 콤비로 인해 웃음꽃을 피우게 합니다. 

영화 '조선명탐정'은 


배우 김명민은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변신시켜 진지한 캐릭터에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고정관념도 깨뜨립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명탐정의 모습은 일반적으로 상상하게 되는 인물과는 전혀 다른 성격으로, 허술하고 능글맞으나 때론 날카로운 직감과 신중한 추리 능력을 발휘하나 요소요소마다 코믹함을 동반시키므로 관객들을 웃기려고 작정하고 나선 명탐정이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심각하지만 심각하지 않고, 모든 상황을 코미디처럼 느껴질 정도로 관객들에게 쉴새없이 잔잔한 웃음을 선사합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김명민씨가 아닙니다. 냉철하게 보였던 시선은 장난칠 틈을 찾는 개구쟁이 소년같고, 위엄과 따스함 등 자유자재로 구사하던 목소리는 잔꾀를 부리는 가벼움으로 떠올려지는 이방처럼 변신하여 영화속의 그를 보노라면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관객들을 웃기려고 하는지 호기심과 기대를 갖게 합니다.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정통사극영화라기 보다는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려고 노력한 흔적을 쉽게 느끼게 됩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면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을 김명민씨가 웃음 전도사 역할을 맡았음이 더욱 재밌습니다.
조선명탐정은 작정하고 관객들을 웃기려고 나선 인물처럼 여겨질 정도로 정말로 웃깁니다.


영화의 부제목같은 '각시투구꽃'은, 각시같은 새침스런 모습과 전장의 투구처럼 이면을 감춘 듯한 독이 있는 식물이랍니다. 내용상 한지민이 맡은 한객주를 비유한 꽃으로, 한객주의 내면과 외면을 간접적으로 아주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인물의 반전과 내용상의 반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인물로는
첫째, 김명민씨의 코믹연기 도전
둘째, 한지민씨의 팜므파탈 변신입니다.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가진 한지민씨의 변신도 보면서, 여자는 꾸미기 나름이란 말이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물론, 목소리까지 완벽하게 변신하므로써 팜므파탈적인 여인역할을, 많지 않은 양이었지만 잘 소화한 모습이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고,
셋째, 우현씨입니다.
유명하게 인기로 많이 알려진 배우는 아니나, 뜻밖의 인물로 밝혀지므로써 관객들에게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내용상의 반전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
식상한 위기탈출이 다소 억지스럽긴 했지만, 이게 오히려 감독의 의도로 여겨질 만큼 전개가 빨라 지루함이 없었습니다.
추리극에 빠져 진지한 영화감상보다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순하게 웃고 즐기고픈 관객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권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명절에 유쾌한 웃음보따리를 제공해 줄 영화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온가족이 함께 즐겨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설연휴 즐겁게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