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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분노를 학교유리창에 표현한 초등생, 어떻게 보십니까

얼마전의 일입니다. 아이가 우리공부방으로 막 들어오자마자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받아보니 자모입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OO이 엄만데요. 우리OO이 왔습니까?"
 "예. 방금 왔어요."
 "우리애 어때요? 괜찮아 보입니까?"
 "예. 무슨일 있었어요? 표정으로 봐선 괜찮은데요..."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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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이라는 아이가 화가 나서 학교유리창을 깨뜨렸고, 직장에서 근무중이었던 엄마는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놀라서 달려갔답니다. 그런데...
선생님과의 면담으로 몹시 불쾌감을 느낀 엄마의 하소연은 이렇습니다.
장난꾸러기인 OO임을 알기에 장난치는 정도로 이해하고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남학생(OO)한테 여학생 3명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때렸답니다.
혼자서 3명을 감당하기에는 힘에 부치기도 했고, 치사하게 여자애를 때리기도 좀 그렇고 해서 어쩔수 없이 맞았는데...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른 OO이는 자신의 주먹으로 창문을 쳤고, 유리창은 깨지고 말았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는 크게 다치지는 않았더군요. 새끼손가락에 대일밴드가 붙어있는 정도...

여학생 3명과 OO이는 선생님께 혼이 났고, 문제는 유리창을 깨뜨린 남학생의 자모한테 센화살이 날아온 것입니다.
선생님께서는 OO이 행동이 올바르지 않음을 알리는 과정에서 자해? 폭력적? 이란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하면서 자모에게 각별한 주의를 요구했나 봅니다. 이 말을 들은 엄마도 화가 났답니다.
초등학생한테 자해? 라는 말이 어울리기나 하는 표현인지? 그리고 폭력적이라는 표현으로 너무 과격하게 말씀하시는 선생님이 더 불만스러웠다고 합니다.
자모입장에서 보면 3명의 여학생들 행동은 그럼 집단폭행이라고 해야하나요? 소통에 문제를 일으키고 서로 언짢아진 기분으로 상담종료를 하고 돌아온 자모.
퇴근해서 자신의 감정을 장문의 편지로 써놓고 선생님께 보일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기에 제가 말렸습니다.
 "아침에 새로 읽어보니까 어때요?"
 "딸에게 보여줬더니 제 분노가 가득 실린 글이라고 그래요."
 "그럼 보내지 마세요. 아마 선생님도 자신의 표현에 대해서 생각을 다시 하셨을 거예요. 경험부족으로 여기시고 화푸세요."
 "ㅎㅎㅎ"

여러분의 자녀가 이런 행동을 취했다면?
표현의 차이를 느끼면서 학교에서 보는 선생님의 입장과 부모님의 입장이 다름을 느끼며 아이에게 무슨말을 해야할지 몹시 조심스러웠습니다.

초등학생이 화가 난다고 창문을 친다는 것은 얼른 이해하기 힘든 상황입니다만 요즘 애들은 우리때와는 많이 다름을 인정하면서, 밤늦은 시간에 하교한 고등학생인 우리딸에게 상황을 말했더니
 "이심전심이야, 나라도 그랬겠어요."
초등학생의 분노를 이해한다고 하면서 선생님의 표현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까지 하는걸 보면서 세대차이를 느꼈습니다. 좀 참았으면 하고 바라는 제맘과는 전혀 달랐으니까요.

때론 어른들의 노파심이 어린 아이들을 과대평가하여 너무 앞서가는 과한 표현으로 나쁘게 몰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본 사건이었습니다.
또래의 자녀를 키워 본 경험많은 여자선생님이었다면 좀 다른 표현으로 엄마끼리의 위로와 격려가 되었을 수도 있는데... 젊은 여선생님으로 단편적인 면담이 불만스러웠던 일이지요.

아이의 감정을 이해하기가 쉬운 것 같으면서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눈높이를 맞추면 좋은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는 금방 잊기도 하지만 억울한 일과 좋았던 일은 오래도록 기억하기에 어른들의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함을 상기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