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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딸이 선택한 종교를 인정하신 친정엄마의 행동

어린 시절, 엄마따라 절에 갔다가 불상보고 놀랐던 저는 초등학교 시절 친구따라 교회도 가보고, 이웃집 언니따라 성당에도 가보았습니다.
종교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그리고 왜 절이나 교회 혹은 성당에 가야하는 지도 모르고 가보자고 하니까 그냥 따라나섰던 어린 시절의 기억속에는 어마어마하게 큰 불상이 저를 억누르는 것 같아서 엄마따라 간 절이 싫었고, 이웃언니따라 갔던 성당의 첫대면에서는 성당 마당에 서있는 마리아상이 너무 슬퍼보였는 데다가 성당 안에 들어서자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 형상이 너무 아프게 느껴져서 몇번 따라 다니다 중단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친구따라 교회에도 가보게 되었습니다. 성당과는 좀 다르지만 교회안에도 나무로 만든 십자가상이 있어 그 십자가상을 바라보는 어린 제 마음이 또다시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그 당시 어린 마음에
 '무얼 나타내려고 저런 것을 만들어 놓았을까?'
무척이나 궁금했지만 거북하면 안가면 되니까 궁금증을 가슴에 묻은 채 발걸음을 끊었고 잊었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중학교 시절 우리 집안에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남의 딱한 사정을 안쓰럽게 여긴 엄마가 넉넉하지 않은 살림임에도 불구하고 돈을 빌려줬다가 떼이고, 더 지나친 것은 수중에 없으면 없다고 거절하면 될 것을... 남의 돈까지 빌려서 빌려주는 돈심부름까지 하고 돌려받지 못하는 사태를 맞아 빚쟁이한테 시달리면서 학창시절 인문고 진학을 순조롭게 하지 못하고 가정형편상 실업고를 가야하는 상황이 되어 그 환경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 방황으로 비틀거림을 경험하고 있을 때... 우연히 또 다른 친구따라 교회에 발을 디디게 되었습니다. 그 시절 제 주변에는 교회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던 거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동안 더 자란 소녀는 성경말씀에 귀기울이면서 교회에 걸려있는 십자가상을 이해하게 되었고 힘든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탈출구로 그제서야 종교에 대한 이해를 조금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후로... 열심히는 아니지만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하니라.'는 말씀을 좋아하며 성경책에 매달려 열심히 몇번을 반복해서 읽노라니 제가 좋아할 만한^^ 그리고 의지할 만한 다른 좋은 문구도 많지만 유일신이신 당신(하나님=예수님)만 사랑하라는 말씀과 더불어 꼭 지켜야하는 명령? 지시?의 무서운 문구도 많아서 뜨끔함을 느끼며 지금까지 교회에 다니고 있습니다. 저 스스로 많이 부족함을 알기에 부족함과 못난점을 인정하고 매달릴 만한 대상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하고 은혜롭습니다.

친정엄마, 꾸준히 절에 다니시고 불상앞에 촛불을 켜시고 불공을 드리십니다. 저 학창시절에
 '호기심으로 친구따라 교회에 나가다가 그만 두겠지.'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은 꾸준히 제 촛불도 켰답니다. 저 역시도 결혼전 Miss시절 교회나가는 것을 몇년 쉰적이 있었고...ㅎㅎㅎ
그러다가 결혼해서 또다시 교회를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때 울친정엄마 노발대발 화를 내시면서 언성을 높이시고 감정을 드러내셨습니다. 성인이 되어 교회에 나간다고 하니까 이제 제대로 종교로 인정하신 것이지요. 결혼하여 멀리 떨어져사는 딸의 행복을 위해서 무지하게 공을 들이셨을 엄마의 기도, 저도 아는지라 엄마에게 미안해서 교회다닌다는 말을 못하던 중에 남편의 정직한 실수로 들통이 났던 것입니다. 그후 엄마는
 "나는 불공 드리려고 절에 가도 절대로 너를 위한 촛불은 켜지 않는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지만 두 신을 모시면 신들끼리 싸움나니까. 앞으로 네 기도는 네가 알아서 철저하게 하거라."
아주 매정하게 이르셨습니다. 철저하게 하거라. 하지마라도 아니고 철저하게 하라는 말씀이 더 강하게 저를 압박했습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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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자유가 있는 우리 나라지만 한가정에 두가지 종교가 저의 경우처럼 있을 것입니다. 더구나 여자는 결혼하면 시댁의 가풍을 따라야하니 불교와 기독교, 혹은 불교와 카톨릭교가 마찰을 빚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특히나 제사를 지내는 불교와 제사의식을 유교라는 종교로 받아들이는 기독교간의 불화는 더 심한 마찰을 초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집안일이니 다들 지헤롭게 해결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시댁의 가풍을 완전히 따르며 자신의 종교를 포기하는 쪽과, 시댁의 가풍을 이해하고 따르면서 감동을 주어 자신도 이해받을 수 있도록 설득하는 쪽... 제 친구중에는 시댁가풍에 따라 묵묵히 맡은 바 일을 잘하여 칭찬받는 며느리가 되어 오히려 시댁어른들이 개종하신 경우도 있고, 시어머니따라 절에 함께 가도 시어머니는 불공드리고 친구는 절마당에 서있고... 뭐 이런 풍경이라해도 나쁘지 않은 그림이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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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탐방삼아 방문하게 되는 절마다 이와 비슷한 현수막이 걸려있어 마음이 무거웠는데 결국에는 일이 터졌습니다.)

누가 누구의 종교가 좋다 나쁘다고 평가할 수 없기에 자신의 종교를 내세우지 않으면 문제해결은 쉽습니다. 가족간에 다른 종교로 말미암아 다투면 꼴이 우습지 않습니까^^ 이런 예민한 사안은 서로 피하면 되지 않습니까^^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 더구나 불교가 뿌리깊은 우리 전통문화가 있는데 대통령이 기독교인이라고 해서 온 국민이 다 기독교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북한체제가 거의 독재주의임에도 불구하고 알게 모르게 북한주민 마음속에는 각기 다른 종교에 대한 향수나 믿음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기독교 신앙을 가진 대통령에게 영향을 받아 과잉충성을 하느라 타 종교를 무시하는 경향을 보이신 고위층 어르신들의 잘못이 쌓이고 쌓여서 절에서 불공드리며 속세에 욕심이 없으신 스님들께서 화나신 모습으로 서울광장에 모이기까지 하셨다니... 도대체 이 나라 꼴이 어찌될련지... 참 걱정됩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로 촛불시위 현장에 가정주부가 어린 자녀까지 데리고 나왔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또다시 모인 시위대가 종교인이라니 이 나라 국민으로써 정말정말 걱정스럽습니다.

지도자는 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지을 줄 아는 사람이어야합니다. 아무리 신앙의 힘으로 자신의 종교가 옳다 혹은 좋다고 해도 인정하기 싫은 쪽의 상대방 마음은 거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군주가 나라의 주인이 되던 조선시대에 천주교가 들어와 심한 박해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에 뿌리내린 타종교(그당시)가 지금은 천주교나 기독교가 되었지만...  그당시에 행한 박해처럼 불교를 종교로 가진 사람들을 잡아서 죽이는 박해는 아니다하더라도 무시받아 박해받는 기분을 느끼게 했다면 그 시대의 잘못을 또다시 행하는 꼴과 비슷해짐이 심히 염려스럽습니다. 
생명으로 박해받던 시절에 비하면 자유가 허용되어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세월을 삶을 감사로 받아들이며 우리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겠습니다.

저보고 너 기독교인 맞아? 하고 물으면
저는 많은 종교중에서 기독교가 제 마음에 들어왔기에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합니다. 신앙은 믿음입니다. 믿음이 생기는 쪽에 촛점을 맞추면 되는 거 아닙니까?
종교는 강요할 수 없습니다. 어떤 종교에 맘이 더 이끌려질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시위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의 찌들린 신음소리가 너무너무 가슴아프게 다가옵니다. 조금씩 양보하고 격려하면서 희망찬 나라로 발전되어 가기를 간절하게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