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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투표는 노인들만 하는 것 같아요^^

오늘 임시휴일이었으나 저는 공부방 아이들과 오전시간을 함께했습니다.
 "새앰~ 투표했어요?"
 "아직... 수업 끝내고 오후에 투표하러 갈거야^^"
 "우리아빠는 투표하셨는데 엄마는 안하신대요."
A라는 아이가 이렇게 말하니까
 "어~ 우리집하고 똑같네^^"
B가 말하고
 "우리아빠 엄마는 다 투표 안하신다고 했는데..."
듣고 있던 아이들이 하나 둘 나서며 하는 이야기를 듣노라니 그야말로 저조한 투표율 상황이 그려질 정도였습니다.ㅋㅋㅋ
 "샘~ 투표소에 우리들이 가도 돼요?"
 "가도 되는데 안에는 못들어가게 할거야."
 "왜요?"
 "비밀선거 원칙때문일거야."
이렇게 시작하여 나중에 배우게 될 선거의 4대원칙에 대해서 설명을 끝냈는데 느닷없이 엉뚱한 질문이 들어옵니다.
 "투표는 어른들만 하는거라고 했죠?ㅋㅋㅋ"
 "그래. 만20세부터 투표할 수 있단다."
 "형아나 누나들이 투표소에 많이 오나요?"
 "별로..."
 "우리 엄마, 아빠도 안한다고 하니까 투표는 나이많은 어른들만... 그러니까 노인들만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샘도 엄청 노인같네요.ㅎㅎㅎ"
 "ㅋㅋㅋ"
엉뚱한 녀석들 덕분에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려. 아이쿠 머리야^^"

일때문에? 직장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어서 투표소에 못가는 입장이 아니라 더 이상의 기대도 비판도 다 소용없음을 깨우친 자들의(?) 무관심과 실망감의 표현임을 눈치챌 수 있으며, 또한 아예 투표에는 관심도 두지 않고 휴일이라고 아이들 데리고 나들이 간 가족도 있어 공부방에 안온다고 전화로 알려온 아이도 있는데... 젊을수록 투표에 관심이 없음은 청년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 연령대에서도 느껴지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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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때문에 타지에 머물고 있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할 것으로 여겼던 남편의 출현으로 함께 갔던 투표소는 너무 한산하여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한참동안 지켜본 상황에서 그래도 아주 가끔 따문따문 사람이 나타남이 반가웠습니다.^^ (제 뒤를 잇는 사람을 본 후에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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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도착했을 때 투표를 마치고 나오신 친구사이의 두분 할머니는 이 투표소의 언덕이 힘드셨는지 화단에 앉아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는데
 "우리 나라에서 시키는 시대를 사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젊은이들은 잘 모르지. 어려운 시절을 겪어보면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이 그저 고맙게 느껴지지."
하시며 웃으셨습니다. 뭐그리 정치계가 크게 바뀌겠느냐?고 불만을 표현하면서 일찌감치 투표권을 포기한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주어진 내한표, 내투표권을 행사하시고 내려가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건강을 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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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투표율이 저조하다는 것은 비단 오늘만 그런 것이 아니기에 저도 모르게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는데 이곳에서도 젊은이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젊은 부부의 모습도 드문 가운데 다정한 모습의 노부부를 뵈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부부가 이쯤되면 젊은이들이 지금의 우리부부 또래의 나이가 되었을 때에는 참여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시대적, 혹은 연령적 상황으로 처해있는 환경을 이해해 보려 합니다.

우리아들 만 20세.
군입대와 더불어 대선과 총선이 잇달으며 투표권이 주어졌습니다. 아마도 사회에 있었다면 무관심한 젊은이가 되었을지도 모를 상황인데... 군에서 부재자투표로 성실하게 투표했다고 전하면서 아주 뿌듯해하기에
 "아들~ 만약에 사회였다면 네가 응했을까?"
하고 물었더니
 "ㅋㅋㅋ 자신없네요."
라는 답변입니다. 성실하게 뵈는 울아들도 사회에서 맞는 투표권행사에는 그다지 협조적일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