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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여행

가을날 절경으로 몸살앓는 배론성지

 

 

제천시 봉양읍 구학리에 자리한 배론성지로 향하는 입구.

 

가까운 곳의 풍경은 약간 소홀해지나 봅니다. 언제라도 맘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유리한 점 때문인지... 타지에 사는 벗이 무척 궁금해하는 장소이기도 했고, 가을엔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던 점을 상기하며 배론성지로 향했습니다. 제천의 10경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라, 굳이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도 방문객들이 많이 찾습니다.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방문객이 많아도 너~~~~무 많았습니다. 상상외로 많은 사람들이 붐비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몇 년전에 방문했을 당시의 숙연했던 정취와는 많이 다른 분위기에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비록 이곳은 아니지만, 금년에 교황이 성지를 다녀가신 후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성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곳 배론성지를 찾는 방문객들도 부쩍 늘어난 탓도 있겠고, 또 예전과는 달리 관리가 좀 유연해진 면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더군요.

 

 

대형주차장과 더불어 승용차 주차장도 쉴새없이 드나드는 차량들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차 한대 빠져나가기가 바쁘게 대기하고 있던 차량들이 서로 머리를 내미니, 주차와 후진이 미숙한 저는 긴장감이 극에 달하며 아슬아슬함과 아찔함을 제대로 맛보았습니다.

 

 

가을을 만끽하고 담아보려는 방문객들이 무척 많았던 탓에, 인물을 덜 담기 위해 한 자리에 서서 기다리며 다양한 단위의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도 잔잔한 재미를 줬습니다. 유아를 둔 젊은 부부가 아이들 모습을 담으려고 애를 쓰고, 연인들은 셀카봉을 이용하며 추억을 담고, 중년의 벗으로 무리를 지어 찾은 관광객들은 사진을 찍고 찍어주느라 한바탕 소란을 피웠습니다.

 

 

참 멋집니다. 연못에 하늘과 단풍이 투영되어 더 아름다운 가을을 선사합니다.

 

 

토굴

박해를 피해 황사영이 이곳에 머물며 순교자들의 죽음을 세계교회에 알리고, 박해로 무너진 천주교회 재건과 신앙을 얻기 위해 북경에 있는 구베아주교에게 보내고자 백서를 썼던 곳입니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순교한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이 장소에, 타지에서 온 천주교신자들로 구성된 청소년팀이 해설가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고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담았습니다.

 

 

 

황사영 동상

이 동상은 일본에서 만들어져 한국으로 옮겨진 것임을 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알았습니다.

일본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일본인 작가가 만든 것은 아니고, 이북작가의 작품이랍니다.

 

 

신학교

우리나라의 천주교 성직자 양성을 위한 첫 신학교인 성 요셉 신학교로, 옛 모습은 

한국전쟁 당시 소실되어 현재의 건물은 2003년에 복원한 것이랍니다.

 

 

성요셉 성당

신학교 옆에 자리한 성요셉 성당.

 

 

최양업(토마스)신부 동상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사제인 최양업(토마스) 신부는, 1836년 12월 중국 마카오에 유학하여 신학을 공부하였고, 1849년 4월 중국 상해에서 사제품을 받았답니다. 이 분의 묘가 성지에 있고, 십자가의 길로 조성된 언덕이 있습니다.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에 관한 내용이 14처의 부조로 언덕길을 안내합니다. 참 경건해지더군요.

 

 

십자가의 길로 조성된 언덕길을 내려가는 나무계단.

 

 

빨간 단풍이 참 곱습니다.

 

 

   나온 많은 관광객들이

 

신자들이 농사지은 농산물을 파는 장터도 마련되어 있더군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모습입니다.

 

 

노랗게 수놓인 쉼터

 

 

 

은행의 구린내가 후각을 자극하지만 노란 은행잎이 그려내는 가을 절경이 유혹하는 시각적 호강을 뿌리칠 수 없는 계절입니다.

 

 

 

 

배론성지는 종교적인 교회사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역사의 땅이요, 교육의 땅이라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 성지입니다. 배론이란 지명은 이 곳 지형이 '배 밑바닥처럼 생겼다'는 데서 유래되었고, 한국천주교회 초기 신자들이 박해를 피해 이곳에 숨어 들어와 옹기를 빚어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았던 곳입니다.

 

 

가을이 자아내는 절경을 만끽하려고 이 곳을 찾은 방문객들이 붐비다보니 몸살을 앓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습니다.

  "방문객들이 앉는 벤치 위에 올라서지 마십시요. 이곳은 성지입니다. 애완견을 데리고 잔디광장에 들어가지 마십시요..."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멋진 절경으로 방문객을 유혹하는 이 곳의 출입이 예전에 비해 많이 유연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던 점은, 예전에는 아예 애완견 출입은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잔디광장에 애완견을 데리고 머물고 있는 애견주는 방송을 못들었는지 안내방송은 애타게 몇차례 계속됨을 들으며 이 곳을 떠나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