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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딸방의 벽시계가 신발장으로 쫓겨난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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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늦은 저녁에 집전화벨이 울립니다.
 "여보세요?"
 "누나, 나야. 어디 아파?"
 "아니"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래?"
 "ㅎㅎㅎ조신해 볼라꼬 조용하게 말하면 사람들이 다 나보고 어디 아프냐고 안부하더라. 아픈데 없고, 괜찮아"
 "아 그렇구나~ OO이 공부하는데 지장될까봐 조용하게 받는거구나. 미안^^"
 "꼭 그런건 아냐. 수업(공부방)끝나면 내가 지쳐서 목소리가 작아져."
 "우리 OO이 이번에는 후회없이 수능 잘 보라고 전해줘."
 "잉? 격려전화 한거야? 우리딸 무쟈게 부담되겠다. 안그래도 떨린다고 하는데..."
 "바꿔 달래서 직접 통화하면 더 부담스러워할 것 같으니까 누나가 전해줘."
 "알았어. 고마워."

우리딸도 부담스러워하지만 저 또한 부담스러워 이런 전화는 정말 사양하고 싶은데, 친정 남동생전화를 시작으로 전화벨이 몇차례 이어졌습니다. 우리딸 이밤에 울리는 전화의 의미를 알아차리고는 거실로 나와서
 "엄마 어쩌지?"
하고 걱정을 합니다.
 "네 전화지만 한통도 바꿔주지 않을테니까 염려마."
딸에게 전할 격려의 전화는 제가 다 받고서
 "딸~ 알쥐^^"
한마디로 끝냈습니다.

오늘 지금 이시간, 딸은 수능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 일을 두번 겪는 딸은 작년과는 확실히 다른 점을 보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딸방에 걸려있어야 할 벽시계가 또 신발장위로 쫓겨나 있었습니다. 최근 여러번 이런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늦도록 공부를 하고 피곤해서 잠자리에 들긴 해도 곧바로 수면상태에 들지 못하고 자꾸만 뒤척이게 되다보니, 벽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도 엄청나게 크게 들려 수면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시로 허기가 진다고 호소했습니다. 정말 배가 고파서 고프다기보다는 정신적인 압박감으로 말미암아 허기가 자주 찾아들었던 것 같습니다. 배가 나오면 안된다고 하면서도 계속해서 먹고싶다 타령을 잇더니, 일주일전부터는 가슴이 벌렁거리며 떨린다고 하더군요.
 "딸~ 이제 수험생답다. 작년에 그런 태도 좀 보여주지 그랬어. 편하게 봐. 새삼스레 왜그래?"
 "두번째라서 그런가? 정말 떨리네..."
 "마음편히 가져. 이번 도전은 네 인생에 후회를 덜 남기기 위한 도전이야."
 "엄마, 그렇게 말하지마. 무서버. 후회란 말..."

같은 일에 두번 후회는, 딸 뿐만 아니라 누구나 끔찍합니다.
다시 겪고 싶지 않았기에 딸은 잠도 설치고, 먹보대장이 되기도 했고, 환자처럼 떨림증세를 경험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시험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우리딸 표정이 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수시로 방에서 쫓아냈던 벽시계를 끌어안고서도 깊은 잠에 빠져 들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