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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교육

우리 아이는 독서실을 어떤 용도로 이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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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시절에는 이용하라고 해도 돈이 아깝다고 독서실을 이용하지 않던 딸아이가, 대학교를 다니면서도 미련이 남아 반수를 결심한 후 독서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제가 권한 재수학원대신 독서실을 선택했을 때, 저랑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워낙 주관이 뚜렷한 딸한테 또 제가 밀렸습니다. 소위 말하는 SKY대 갈 실력도 아닌데, 굳이 비싼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며 딸은 자신의 생각대로 행했던 것입니다. 사립대 진학으로 아빠한테 무척 미안했던 딸은 자신이 원하는 과가 있는 국립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효심깊은 딸 같지요^^ 진작에 좀 열심히 하면 좋았을 것을 말입니다.

집근처에 최신형 시절로 지어진 독서실이 있어 그곳을 이용하고 있는데, 여간해서 빈자리가 나지 않는답니다. 이유인즉, 비평준화지역인 우리 고장에서는 작년까지는 고교진학을 중학교 성적으로 선발했었던 것을, 금년부터는 따로 시험을 봐서 원하는 고교로 진학하도록 방법이 바뀌면서 중3 아이들도 독서실을 많이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 독서실은 우리 학창시절때와는 형태가 다릅니다. 우리때는 칸막이 책상만으로 독립된 공간이 주어졌다면, 요즘 독서실은 칸막이책상은 물론, 1인실, 4인실, 혹은 8인실로 나누어진 방으로 독립되어 분위기가 훨씬 더 조용합니다. 1인실은 공간이 너무 좁아 감옥같다며 4인실을 원했으나 이미 채워져 8인실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이용객이 학생이라 낮엔 울딸 홀로 사용하는 날이 많습니다.
방해를 덜 받아 조용한 환경으로 이루어진 독서실을 이용하는 자녀를 둔 부모는, 당연히 우리아이가 공부를 하러 독서실을 이용한다고 믿으실 것입니다. 저 또한.
그러나... 그게 아니었습니다. 4인실을 원했지만 우리딸이 거의 문닫을 시간까지 이용하며 본 아이들 모습에는 공부는 핑계고, 다른 용도로 독서실을 이용하는 아이들이 있음을 전해 들음으로써 저도 좀 놀랐습니다.

ㅣ. 공부하러 오는 아이
당연한 일이지요. 공부가 더 잘되는 환경을 찾아 독서실을 이용하니 공부를 해야지요. 저를 포함한 모든 부모는 다 우리아이가 이런 아이라고 믿고 있습니다만,
ㅣ. 잠자러 오는 아이
늦은 저녁무렵이면 중학생이 하나 두울 독서실에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어떤 아이는 오자마자 책상에 엎드려 잔답니다. 실컷 잔 후 독서실을 나가면 다음날 나타나 또 잠만 자다 귀가하는 아이랍니다. 이 학생의 책상위에는 책상용 베개와 담요가 가지런히 놓여있다고 합니다. 잠자려면 집에 가서 자면 될 것을... 왜 비싼 독서실 비용 치르면서 잠만 자다 가는지 이해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모를 사연이 있는 아이겠지요.
ㅣ. 친구랑 간식먹으며 수다떠는 아이
아주 거슬리는 아이랍니다. 잠자는 아이는 방해라도 안하지만... 간식거리를 가지고 와서는 공부는 안하고 친구와 함께 독서실 내에 있는 휴게실에 앉아 과자 먹으며 수다만 떨다 집에 가는 아이도 있답니다. 비록 휴게실로 나가서 수다를 떨지만 워낙 조용한 공간이라 속삭이는 소리가 거슬리는 경우입니다.
ㅣ. 컴퓨터하는 아이
최신으로 독서실을 건축하여 운영하는 이 독서실엔 컴퓨터 공간이 있답니다. 아이들이 필요할때 사용하도록 해둔 곳인데, 어느 여중생은 컴퓨터만 하다가 귀가한답니다. 교육방송 강의를 듣는 것인지 채팅을 하는 것인지 알수없지만 화장실을 이용하다 본 아이랍니다.

이상은 우리딸이 직접 경험한 아이들입니다. 독서실을 이용하며 본 아이들 유형을 전하는 우리딸에게 한마디 했습니다.
 "그럼 넌, 공부는 안하고 독서실 이용하는 아이들에 관해 연구만 했니?"
 "엄마, 그래서 내가 저녁 먹으러 오면 조금 더 지체하다가 다시 독서실 가는 이유야. 그런 중학생들은 독서실에 오래 머물지 않거든. 가고 나서 가야 속 편하거든^^"
 "넌 어떤유형이야?"
 "나야 뭐 당연히 첫번째지."
 "진짜^^..."
 "엄마, 최근에는 이런 아이도 있었어..."
ㅣ. 가끔 이성친구 만날 목적으로 이용
최신시설로 지어진 독서실엔 입실과 퇴실을 문자메세지로 부모님 핸드폰에 알리는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어, 아이의 근황을 알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어떤 남학생이 입실키를 누르려고 독서실에 왔는데, 사장님이 아무리 봐도 독서실을 이용하던 학생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물었더니, 여자친구 만나러 간 선배의 부탁이었던 것입니다. 여자친구를 만난 시간에 독서실에 있는 것처럼 꾸미려 했던 것이지요.
가끔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어느 여학생은, 입실은 했는데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답니다. 이는 입실키를 누른 후 사라진 경우입니다.
ㅣ. 가끔 스트레스 푸는 공간
매일 반복된 나날이니 스트레스가 쌓일 수 밖에 없습니다. 어느날은 퇴실 시간이 지났음에도 아이가 내려오지 않아 사장님이 올라가 보니 1인실에서 친구랑 함께 간식먹으며 PMP로 영화보다 그대로 잠이 든 아이도 있었답니다. 이후 사장님은 퇴실시간이 다가오면 방마다 다니며 미리 알리게 되었답니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라고 해도 늦은 귀가를 염려하여 일일이 다 차량을 운행해주며, 1층은 남자용, 2층은 여자용으로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고, 1층 사무실에 입퇴실을 알리는 최신 기계까지 설치하여 부모의 걱정을 덜어주려 배려한 독서실입니다만, 우리아이의 행동을 다 알수는 없습니다.
믿는 수 밖에요. 울딸은 독서실 이용하는 아이들을 관찰하러 다닌 것 같네요^^

수능이 얼마남지 않은 기간이라 고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지, 초저녁부터 독서실을 이용객이 많음을 느낄 수 있는 요즘이랍니다. 분위기탓인지 잠자고, 수다떨던 여중생 모습이 보이지 않아 좋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