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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TV

지붕뚫고 하이킥, 세경처럼 행동하다 아들한테 혼난 못난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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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동안 못보다가 엊그제 시간이 나서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보게 된 '지붕뚫고 하이킥'
세경과 신애 자매가 이민을 간다니... 아빠가 외국에 계신가 봅니다. 세경이 아빠랑 함께 살 것을 결심하고 여권을 준비하고 남는 비용으로는 동생(신애)과 서울에서의 추억만들기에 나서기로 합니다.
그리고 자매는 신이 나서 계획을 세웠는데, 여권사진부터 예상과는 달리 지출이 커짐으로 인해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뷔페식당의 식사비도 추측했던 비용과는 거리감이 생겼고... 망설이던 세경은 동생 혼자서라도 뷔페를 먹고 오라고 했다가, 아동은 10,000원이라는 안내글을 본 후 반짝 아이디어를 냅니다. 초등학생인 신애나이를 7살로 둔갑시킨 후, 함께 뷔페로 식사를 마음껏 즐기는 모습을 보여 좀 놀랐습니다. 가끔씩 보긴 했으나 세경과 신애가 참 순박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엉뚱하고 억지스런 행동이 낯설긴 했어도 이 정도는 이해할 만했는데...
두번째 계획인 남산케이블카에서 공짜인 48개월을 맞추기 위해 동생을 업은 후 외투로 덮고서는 매표소앞에서 신애를 47개월된 유아로 만드는 모습을 보며 황당함을 느꼈는데... 세번째 계획도 실천에 옮기는 자매는, 한강유람선 매표소앞에서는 신애가 떼살(세살)이 됩니다. 혀짧은 말로 대답하라고 연습까지 시키던 세경은 예전의 세경이 아니었습니다.
 '에라 모르겠다. 어차피 이 땅을 떠날텐데...'
이런 심정이었을까요?
자매의 처지를 생각하고 좋게 해석하면 알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왠지 모르게 서글퍼지면서 신자매가 어쩌다가 저렇게 변했나? 가엾기도 했습니다. 자매의 처지와 비슷한 심정을 경험한 저로써는 충분히 이해가 되면서도 손발이 오그라들었던 이유는, 유람선 매표소직원이 의심스런 눈빛을 보냈기 때문에 거짓말이 들통 나 창피당하게 될까봐서 제가 떨었던 탓입니다.
신자매가 그동안 서울생활을 하면서 강심장이 되었나 봅니다. 매표소직원이 의심하며 몇차례 질문했지만 떨지 않는 태연한 모습을 보이며 매표소직원마자 바보로 만들며 계획대로 다 이루었습니다. 제가 아무리 용감한 아줌마라고 하지만, 저는 이렇게까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가진게 없으면 용감하고 무모해지는 것입니까? 알뜰함을 내세우면 이래도 되는 것입니까?
따지고 보면 거짓말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동안 보여준 세경의 모습과 동떨어진 느낌을 받으며, 서울생활에 세경과 신애의 마음에도 변화가 있었음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경과는 좀 다른 상황이었지만 저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아줌마로써 세경을 나무랄 수만은 없는 처지라서 이해하려 했지만 너무 지나치기에 어쩌다가 저렇게까지 용기(?)를 낼 수 있는지... 아니 뻔뻔해질수 있는지 어리둥절하면서도 안타까웠습니다. 환경이 사람을 변하게 하지요 ㅜ.ㅜ
한푼이라도 아껴야하는 상황을 저도 겪어본 사람으로써, 세경이 부족한 비용임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추억만들기를 마쳤음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축하라도 해줘야겠지만 상쾌하지 않은 여운이 남는 것은 어쩔수가 없네요.

이제는 끝났지만, 제가 우리아이의 치아교정을 위해 타도시로 이동하며 주기적으로 시외버스를 이용할 때였습니다. 아들이 나이에 비해 동안임을 이용하여 중학생을 초등생으로 버스표를 구입한 적이 두어번 있었습니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세경처럼 만원단위도 아니고, 천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절약한답시고 행했던 이같은 일로 말미암아 저는 아들에게 혼이 났습니다.
한두번은 아들이 저의 행동을 가엾게(?)... 아니면 이해(?) 한다는 듯이 피시시 웃으며 묵인하더니, 나중에는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저를 나무라는 바람에 제 얼굴이 화끈거렸던 일을 고백하면,
 "엄마, 이제 저를 중고생으로 끊으시죠. 알뜰한 것도 좋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라는 결론이 났어요."
 점잖게 말하는 아들을 향해,
 "교정비용이 너무 나가니까 적은 금액이라도 아껴야 할것 아냐."
 "그렇다고 또 초등생 차표로 끊으려고 그래요? 부족한 만큼 제 용돈으로 보충할테니 제발 좀 떳떳하게 탈 수 있게 해 주세요. 제속이 얼마나 불편한지 모르시죠..."
 "불편하다구? 아무도 너한테 질문하지 않고, 오해도 하지 않는데..."
제가 너무 눈치가 없었습니다.
 "제 앞에서 이런식으로 하면서 저보고 정직해라하시면 모순아닌가요?"
따지듯이 말하는 아들의 이말에 저는 충격을 먹었고 할말을 잃었습니다.
 "......"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말로는 아이들에게 거짓말하면 나쁜거라고 해놓고선, 어리게 보인다고 중학생을 초등생으로 속인 꼴이 되고 말았으니 아들 눈에 제가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까요... 그날 이후 저도 모르게 아들 눈치를 보게 되더군요. 그리고 한편 다행스러웠던 것은, 못난어미의 행동을 지적하며 울아들이 바르게 자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서 안심이 되었지요.
 
사람마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른 변명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절약을 핑계로... 혹은 재미로... 다시 누리지 못할 추억을 위해서... 등등
해석하기 나름이라고는 하지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신자매의 추억만들기는 구차스럽긴 했지만 계획한 대로 마쳤습니다. 어떤 처지나 어떻게 이루었느냐를 따지지 않고 다 이루었음에 중점을 둔다면 성공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먼훗날 추억을 떠올릴 때에 자신들의 행동이 떳떳하지 못했다고 회상하게 된다면 아마도 저처럼 부끄러워질테지요. 이런 판단도 각자의 몫이지만요.^^

교정은 이미 끝났지만 객지에 있는 대학으로 뿔뿔히 흩어질 남매를 데리고 최종검사를 받을겸 모처럼 시간내어 교정받았던 병원엘 방문하기 위해 시외버스를 이용하던 날, 제대하고 복학을 준비하는 아들이 저를 향해
 "엄마 저한테 학생증 없으니까 알아서 하세요^^"
 "그래 알았어. 일반으로 끊을께."
 "알아 들으셨네요. 이번에는 혹시 고교생으로 끊으실까봐 그랬는데...ㅎㅎㅎ"
 "야~ 이제 좀 그만 잊어라. 세월이 많이 지났잖아^^"
 "기억하고 있나보네요. 중학생인 저를 초등생으로 속인거.ㅋㅋㅋ"
 "......"
뭐 할말이 있겠습니까? 제가 잘못했음을 잘 알고 있는데 말이죠.  

엄마의 알뜰함이 아니라 아이앞에서 거짓말을 가르친 꼴이 되고 말았음에 무척 부끄러웠던 사연을 떠올리며, 과연 세경과 신애자매는 그 추억을 회상할 때에 즐겁기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세경이 언니로써 동생 신애를 위해 잘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어쩔수 없었노라고 변명을 할까? 이도 아니면 부끄런 행동이었고 잘못한 일이라고 여길까?... 만감이 교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