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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폐경의심하는 중년에게 임신가능성 묻는 의사

 '괜찮아지겠지.'
하고 기다렸건만 좀처럼 생리는 그치지 않았다. 찝찝하게 조금씩 묻히는 정도로 비친지가 약 한달이 되어간다.
 '언제쯤 그치게 되는걸까? 이대로 둬도 되나?'
걱정이 된다.
 '폐경증세의 신호탄인가? 피부도 꽤 건조해져 온몸이 가렵기도 하고...'
이같은 증세을 겪고 있는 내몸의 변화에 대해 인생선배들과 함께 하는 모임자리에서 이야기했더니, 일반적으로 알려진 증세하고는 다르지만 평상시와 다르다니 폐경시초같다고 하면서 까르르 한바탕 웃음을 연출한다.
 "어머 쟤도 폐경이 오긴 오는구나. 너도 나이를 먹긴 먹었니?"
하면서.  
 "언니~ 내년이면 나 쉰이야.^^"
40대후반에서 50대초로 알려져 있으니 나도 폐경맞이할 나이가 된 것같다.

현재 내가 겪는 이상증세는 다른 사람들하고는 좀 다른 것 같다.
대부분의 경우는 불규칙한 생리를 몇달겪기도 하고, 안면에 홍조를 띠며 갑자기 열이 오르거나 내리기를 반복하거나, 우울증 증세도 나타나고 불면증도 겪고 뭐 그런다는데, 나는 아직 그 단계는 아니지만 평상시와 다른 이상한 증세인 것만은 확실하다.
컨디션이 여간 나쁘지 않은 경우만 제외하곤 생리주기가 꽤 정확한 편이었을 뿐만 아니라 몸전체의 가려움증이라니... 한번도 겪어보지 않은 증세를 보인다. 평상시와 다른 증세니 폐경초기로 여겨지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되는건지 어쩐건지 알수가 없어 용기내어(?) 병원에 가기로 했다.
이런 저런 검사로 산부인과병원에 가긴 하지만, 될수 있으면 안가고 싶은 병원이라 정말 용기가 필요한 곳이다.
 
 "여보, 나 내일 병원가 볼거야."
 "그래 잘 생각했어. 어찌된 영문인지 진찰 잘 받고 와."
 
병원을 찾았다.
 "상담받으러 왔습니다."
의사선생님께 내가 겪고 있는 증세에 대해서 말했더니
 "혹시 임신가능성은 없습니까?"
하고 묻는다. 나는 폐경의심으로 상담갔는데^^
초음파검사를 받았으나 괜찮다고 했다. 이어서 최근에 자궁암검사를 받지 않은것이 찝찝해서 자궁암검사를 받았다. 우선에 보기에는 이상증세는 없어보인다고 하시면서 자궁에서 약간의 출혈은 계속되고 있으니 멈추는 약을 처방해 주겠다고 하면서 또다시 묻는다. 임신가능성에 대해서?
 '내 나이가 몇인데 임신에 대한 의심을 하신단 말인가?'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폐경기 증세와는 다르지만 아무래도 폐경초기 같아서 여쭤보는 건데 의사선생님은 자꾸만 임신가능성을 타진했다. 내가 완강하게 아니라고 해서 그런지 몰라도 임신가능성에 대한 검사는 하지 않았다.
전혀(?) 그럴리가 없다고 했더니 다시금 진료일지를 꼼꼼하게 살피시더니, 말씀이 바뀌신다.
폐경시초로 볼 수도 있다고... 호르몬 이상증세가 잠깐 일어난 경우가 될수도 있고...

남편한테 병원갔다온 이야기를 했더니
 "임신가능성에 대해 왜 거부반응을 일으켰어? 검사라도 해볼 것이지..."
옆에 있던 울딸.
 "아유 만약에 엄마가 임신했다면 대박이야.ㅎㅎㅎ"
 "불만이야? 칭찬이야?"
 "난 칭찬^^"
 "아빠는 그렇겠지만 나는 당근 불만^^"
 "내가 임신할리가 있나. 피임도 했는데..."
 "그래도 가능성이 있어 보였으니 의사선생님이 자꾸 물었던 거 아냐?"
 "내 나이가 몇인데..."
 "엄마, 의사선생님이 엄마나이를 잠깐 착각하고 물은 게 아닐까요?"
 "맞다. 그게 대박이네. 젊게 봐준 거ㅎㅎㅎ"
 "엄마, 임신유무도 검사하지 그랬어요?"
 "글쎄... 해볼걸 그랬나^^"
이야기를 하다보니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외출하는 남편에게
 "여보, 그거 한개 사와봐. 검사해 보게."
 "뭘?"
 "소변으로 임신가능성을 테스트하는 기구 있잖아."
 "딸앞에서 못하는 대화가 없으셔.ㅋㅋㅋ"
 "이게 다아 성교육이나 마찬가지니 잘 들어줘."
아빠의 말에 딸은
 "예"
로 응수하고
 "꼭 사와봐. 이야기하다보니 찝찝하네."
 "내가 사왔다구 치고. 그럼 임신이다 당신 어쩔래?"
남편이 재밌다는 표정으로 날 본다.
 "죄짓는 일이긴 하지만 난 싫어."
했더니 현관문을 나서면서 남편이 한방날린다.
 "낳을 것도 아니라는데 그럼 알아서 뭐해. 안사온다....."
 
의사선생님이 괜한 소릴 해가지고 찝찝함이 남는다. 이 나이에 임신이라니... 말도 안된다.
아마도 의사선생님이 진료일지에 적힌 내 나이를 보지않고 딸 말대로 착각했던 모양이다.
작년에 편도염으로 이비인후과에 다녔을 때도 그 의사가 착각하고, 나한테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슬쩍슬쩍 반말해 놓고선 며칠 후 나이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고 죄송하다고 했던 적이 있지 않았던가. 젊게 봐주서 기분 나쁘진 않았으나, 의외로 의사선생님이 진료일지에 적힌 환자 나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음을 알수 있는 대목이다.
 
외적으로 보이는 나이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몸 내부에서 겪는 내적인 나이는 어쩔수없는 진리같다.
자궁암검사 결과는 며칠후에 알려준단다. 별일 없겠지. 남들은 내가 겪는 증세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웃지만, 내 예상대로 나도 남들과 똑같이 겪게 되는 폐경초기증세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