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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나를 본 남편동료들이 왜 도망간 걸까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그러노라면 술자리가 벌어지게 되고 술이 취한 남편은 아내에게 전화걸어 자신을 좀 데려가 달라는 청을 하거나, 혹은 애원을, 때에 따라서는 명령도 합니다. 남편의 전화를 받은 아내는 곧바로 승용차를 몰고 남편이 있는 곳으로 쌩하고 달려가서 남편을 모시고 돌아옵니다. 이런 친구가 있습니다.

술이 취한 남편이 귀가를 앞두고, 함께한 직장동료들 앞에서 큰소리를 쳤나봅니다.
"내 아내는 내가 나오라하면 나온다!"
야밤에 술취한 남편이 자신을 좀 데려가라고 전화걸면 아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기에 동료들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나 봅니다. 이에 남편은
"어~ 내 말 안믿네. 정말이라니까. 내가 우리마눌 불러내서 우리차로 집집마다 모셔다 주라할테니 걱정마 걱정말라구..."
"이 친구 많이 취했네. 택시타고 가면 되니까 일어나."
"아냐 아냐 진짜로 우리 마눌 나온다니까 기다려 봐..."
이러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와 달라고...
사람만나는 일을 하는 아내는 늦은 시간이라도 갑자기 일이 생기면 외출을 해야하는 상황을 자주 겪다보니 잠자리에 들기전까지는 외출을 준비하며 생활하는데, 그날따라 피곤하여 일찍 쉬려고 화장도 지우고 편안한 차림으로 누워있었기에 남편의 호출이 반가울리가 없었습니다.
"택시타고 들어와요. 나 쉬려고 누웠어요."
했더니 수화기 너머의 남편목소리가 갑자기 작아지면서
"오늘 꼭 나와야 돼. 동료들이 있어. 마눌 내 사정 좀 봐주라..."
남편의 성격을 아는 아내는 눈치가 고수!!, 뭔일이 있음을 감지하고, 화장안한 얼굴을 카바하려고 엷은 색깔이 들어간 안경을 끼고, 평소에 즐겨쓰던 창없는 모자를 눌러쓰고 달려갔더니 남편은 직장동료들과 함께 도로변에 나와 아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차를 발견한 남편이 좋아서 손을 마구마구 흔드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래. 언제까지 나를 운전 대리운전시키려고 불러내는지 두고보자.'
동료들 앞에서 큰소리 친 남편의 체면을 살려주려고 나오다보니 남편은 아내를 대기조로 착각하고 자주 불러내지만 거절하지 못하고 또 이렇게 나와서 픽업해 들어갑니다.
아내는 차에서 내려 인사를 하였고, 약간 떨어진 곳에 서있던 사람들 모습은 인사도 없이 어느새 멀어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의아함을 느끼던 중, 인사를 나눈 동료는 알아서 택시타고 갈테니까 먼저가라면서 밀더랍니다.
집집마다 태워주겠노라고 큰소리 친 남편은 아쉬움을 표했지만 타지않겠다는 사람을 굳이 태우는 것도 우습기에 부부만 남게 되었고 집으로 돌아와서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었는데, 남자들이 아내가 나올까? 안나올까? 를 두고 안나온다 100%로 몰리는 것을 보고, 남편은 '내 아내는 나온다'로 우쭐대고 싶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내가 남편의 이같은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기꺼이 나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 술에 취해 대리운전으로 집에 온 남편의 주머니는 항상 비어있답니다.
술기운에 기분이 좋아진 남편은 지갑에 있는 돈을 몽땅 대리운전비로 줘버린답니다.
* 대우받고 사는 남편임을 보여주기 위해 허세를 부르기도 합니다.
목소리를 낮추면 또!! 하면서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기꺼이 달려감은, 안면있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이 있는 자리니 안갈수가 없답니다.

당신은 술취한 남편이 부르면 나가는 아내입니까? 나가지 않는 아내입니까?

다음날 퇴근한 남편이, 인사도중 슬금슬금 뒷걸음으로 사라진 동료들 이야기를 전해주었는데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여보, 내 동료들이 당신보고 술값받으러 나온 마담인줄 알고 도망간거래^^"

오해한 이유
* 외모-호리호리한 몸매는 아줌마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엷은 색깔이 들어간 안경이긴 했으나 밤인지라 선그라스처럼 보였을테고, 창이 있는 일반적인 운동모자도 아니니 한껏 멋을 부린 여인으로 착각한 것입니다.
* 인사-아내는 활달한 성격으로 영업직에서 일하면서 사람을 만나면 먼저 악수를 청하면서 자기소개를 합니다. 일반적인 아내인사로는 볼수없는 적극적인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던 것입니다.
* 술취한 남편이 실수한 것으로 오해-아내를 부른다고 전화한 남편이 술에 취해 실수로 술집마담을 부른 줄 오해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술집마담은 술취한 고객에게 그간에 밀린 술값을 받으려는 작전상 아내역할을 하는 것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는 것입니다.

남편은 자신의 아내이야기로 화제가 된 회사의 분위기가 싫었나 봅니다. 이후 아내의 순종(?)을 테스트하려고 불러내는 일은 사라졌고, 택시를 이용하여 귀가하는 남편덕에 제 친구는 해방감을 맛보았습니다.
제 남편은 술을 먹지도 않을 뿐더러, 운전면허증은 있으나 장롱면허나 다름없는 저를 운전기사로 쓰려고 부를일은 없습니다.
댁은 어떠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