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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새 바지를 교환하게 만든, 딸이 준 충격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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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아 제가 입을 외출복 바지를 구입하려고 매장에 나갔습니다.
그동안 일자바지나 세미판타롱바지가 차지했던 매장에는 새로운 트랜드의 바지가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허리에 주름 다트가 들어간 바지!
이런 바지는 어른남자들 바지에는 꾸준히 들어가 있지만,
여자바지에서는 사라졌던 유행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제가 20대 초반에 입었던 '디스코바지'와 비슷한데, 최근에는 '배기바지'로 불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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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에 주름잡힌 다트가 한개, 두개, 혹은 세개까지 존재하며, 주머니나 엉덩이쪽을 일부러 부풀린 모양 등... 이런 바지의 특징은 골반은 풍성하게, 아래로 내려올수록 좁아져 날씬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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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유행에 민감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무시하는 편도 아닌지라, 배기바지에 관심이 갔습니다.
허리부분에
다트 한개짜리보다는 더 많이 들어간 것이 멋스럽게 보여서 다트 두개에 언발란스 바지가 독특해서 입어보았습니다.
이 바지는 입고 가만히 서 있으면 허리는 잘록하고 내려갈수록 날씬해보이는 것이 제가 원하는
스타일인데, 움직일 때마다 지나치게 앞이 볼록해지는 디자인이 약간 거슬렸지만 스타일이 맘에 들어서 구입을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구입한 바지를 입고 父女앞에서 쇼를 했습니다.
"여보, 이 바지 어때?"
"당신은 내가 입지 말라고 해도 입을거지?"
"응. 그런데 어때?"
"이상해 보여. 그래도 입을거지?"
제 옷입는 취향을 다소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편이지만, 저는 그래도 꼭 의견을 묻습니다.
"아니^^ 많이 이상해 보이면 딸한테 물어보고 당신하고 같은 의견이면 교환할거야.^^"
"결국 또 내말보다는 딸의 조언을 더 존중할거면서 묻긴 왜 물어."
"히히 그래도 당신의 조언을 참고하긴 하잖아."
"^^"
보기만 하고 아무말이 없는 딸에게
"넌 어때 이 바지?"
"맘에 드세요?"
"100% 맘에 든다면 너한테 안물을 텐데... 망설여져서 묻는거야."
"그럼 솔직하게 말해도 돼요?"
"응."
솔직한 의견을 원하는지, 아니면 인사치레 의견을 원하는지 우리딸은 일단 상대방의 마음부터 타진한 후에, 자신의 의견을 내놓는 순서가 참 마음에 듭니다. 그리고는 솔직하게 표현할 때는 제가 이유도 묻지 못할 정도로 냉철한 소감으로 단호한 결론을 냅니다. 이런 딸이 제가 입은 바지를 본 소감 한마디.
"난장이처럼 보여요.^^"
띵!!!!
말이 필요없습니다. 딸의 이말을 듣고 제가 이 바지를 입을 수 있겠습니까 ㅜ.ㅜ

딸이 보기에 괜찮아 보이기도 하면서 조금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으면, 장단점에 관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게 되는데... 이 바지는 정말 전혀 아니었나 봅니다. 작아보여서 어울리지 않는다는 표현을 순화하지 않고 바로 충격멘트를 날림으로 제가 더 이상 망설이지 못하도록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래 교환하자.'

100% 맘에 들 경우를 제외하고는, 언젠가부터 저는 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딸의 판단에 많이 의지합니다. 왜냐하면 저의 연령대와 딸의 연령대 중간선을 맞추는 것이, 적당하다고 믿는 순전히 우리 모녀의 착각때문이지요.^^
저는 또래보다 조금 젊게, 딸의 입장에서 봐도 약간 젊어보이며 세련되어 보이는 엄마가 좋다고 하면서, 아빠옷도 오빠옷도 딸의 생각과 시선에 많이 좌우되는 추세로 흘러가고 있으니 울딸이 우리가족의 코디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아무리 제가 젊은 사고로 시선을 두려고 해도 중년아줌마티가 남은 어쩔수 없다보니, 명확한 딸의 조언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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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중에 류승범씨가 가장 먼저 선뵈었던 진배기바지를 처음 봤을 때 참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지를 덜 올린 것처럼 엉덩이쪽을 축 처지게 입는 게, 청년들 사이에 유행이었던 바지... 여학생들 사이에서는 한때 똥싼바지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배기바지라고 해서 똑같은 디자인이나 소재는 아닙니다. 특히나 숙녀복에 응용된 배기바지는 청소년들이 입는 진배기바지랑 분위기가 확실히 다릅니다.
바지길이와 소재의 다양함을 뽐내는 배기바지가 매장을 수놓던 중, 금년엔 숙녀복 바지에도 적용되어
정장팬츠에도 다트를 넣었기에 관심을 보였던 것인데... 결국 남편과 딸에게 동시에 퇴짜를 맞아 덜 퍼져보이는 다트 한개짜리 바지로 교환하게 되었습니다.
저야 30년 전에 이와 비슷한 바지(디스코바지)를 입었던 기억이 있어서 괜찮은데 말이죠. 사라진 앨범이 이럴때 참 아쉽습니다. 비교해서 올리면 재밌을 거 같고, 남편과 딸이 낯설어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는 것을 이해시키기도 쉬울텐데 말이죠...
딸의 조언을 많이 참고하게 되는 중년아낙의 소신없는 행동은 앞으로도 쭈욱 이어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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