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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생각

빙의(憑衣)물리친 방법, 믿기지 않는 공통점

빙의라는 말을 저는 배우 김수미씨로 인해서 알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 말은, 어렸을 때 어른들이 '귀신이 씌였다'는 표현과 같은 뜻이었습니다.
빙의(憑衣)란 무엇인가?
기댈 빙(憑) 의지할 의(依)=빙의(憑依)
파자로 풀면 빙은 얼음빙(氷)에 말마(馬).
마음심(心)에 세자를 합친것으로 얼음위에 말을 타고 서있는 사람, 즉 안절부절못하여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뜻입니다.
의(依)는, 사람人(인)과 옷의(衣)를 합쳐서 된 것으로, 힘없는 사람이 기대어 의지한다는 뜻입니다. 여러 설명 중에 익사나 교통사고를 당해 갑자기 죽은 혼백이 유주무주 고혼이 되어 갈 곳을 찾지 못하면 머물기 적당한 사람이나 장소를 찾아내 미혹하고 싸늘한 영체로 그곳에 숨게 되는데, 그로 인해 영체가 들어간 곳은 흉가가 되고, 영체가 들어간 사람은 빙의가 됩니다.


배우 김수미씨 운전기사가 후진을 하는데 자동차 급발진으로 말미암아 그녀의 시어머니가 그자리에서 갑자기 돌아가셨고, 그후 김수미씨 영혼에 시어머니가 자리잡는 빙의현상을 겪었다고 합니다. 2여녀간 앓았다가 기치료로 인해 빙의에서 벗어남을 느꼈고, 이어서 퇴마의식도 치루었답니다. 그후 차츰 회복되어 일상으로 돌아왔다고 하는 이 소문이 처음 나돌았을 때 사람들은 진실일까? 거짓일까? 의견이 분분했지만, 저는 진짜라고 믿었습니다. 저 어릴때 빙의현상을 겪은 동네언니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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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된 드라마 '혼'에서는 억울하게 살해된 동생이 여고생 하나(임주은)의 몸에 빙의되면서 복수를 하게 되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공포분위기를 싫어하는 저는 두어번 보다가 채널을 돌렸던 드라마라 꾸준히 보지 않았기에 빙의된 몸을 가지고 있던 주인공이 빙의에서 벗어났는지? 못 벗어났는지? 알수 없음이 궁금하고, 벗어났다면 어떤 방법을 이용하여 벗어났는지도 몹시 궁금합니다.
드라마에서는 빙의된 여주인공을 이용하여 범죄프로파일러 신류(이서진)가 악을 응징하려다, 결국 악마로 변해간다는 내용이었던『혼』, 흥미거리가 아니라 저는 실제로 그렇게 된다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기에 더 공포감을 느꼈기에 외면했습니다.

트라우마-신체적인 손상 및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인 장애가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심리적 외상
빙의-사망하여 육신을 잃은 영혼이 다름 사람의 몸으로 들어가는 현상

우리집 옆집에는 시시때때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할머니같은 아주머니가 살고 있었는데, 겁많은 저에게 울엄마가 그 아주머니의 정체를 말해주지 않아서 모르고 지냈다가 한참후, 동네 아주머니들이 나누시는 이야기를 통해서 알게 된 그 아주머니의 정체는 무당이었고, 이 소리를 들은 후부터는 그집의 다락방에 희미한 전등불빛과 함께 향내음이 우리집쪽으로 풍겨오면 저는 막연한 무서움에 마당엘 나가지 못했습니다. 제가 향냄새를 싫어하게 된 계기도 되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우리집이 다른 곳으로 이사가지 않음이 늘 불만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옆집의 무당아주머니가 먼저 이사를 갔습니다.

우리 동네에서 가장 잘사는 부잣집에 공부 잘하는 언니가 있었고, 유학을 갔습니다. 그런데 그 언니가 몇달 후 아픈몸으로 집에 갑자기 돌아왔다는 소식에 동네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하고 안부차 들렀습니다. 예전 그 시절에는 동네일이 자신의 일인양 동일시 되는 이웃간의 정이 지나치게 오간때 입니다. 그러니 집집마다 무슨 일이 있다하면 동네아줌마들이 한집으로 다 몰리는 현상을 보고 자랄 때였으니까요^^
이런 분위기에 유학갔던 언니는 기간을 다 채우지도 않고 아픈몸으로 갑자기 나타났으니 화제가 될수 밖에 없었지요.
엄마가 아버지께 이 언니의 이상한 행동을 전하는 것을 옆에서 들은 바로는, 낮인데도 방에 커텐을 쳐서 컴컴하게 해놓고는 부들부들 떨면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있고, 밝은 곳으로 가족들이 억지로 끌고 나오면 갑자기 행동이 민첩해지면서 이층으로 올라가는 좁은 난간에 고양이처럼 날렵하게 날아가서(?) 앉는 바람에, 집안 식구들이 깜짝놀라 난리가 났답니다. 난간은 좁을 뿐만 아니라 높아서 사람이 앉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이는 공간이며, 그만큼 위험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 언니가 웅크리고 앉았고, 걱정되어 내려오라고 하면 눈빛이 아주 무섭고도 날카롭게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살살 달래서 내려오도록 구슬리는데, 내려오는 동작이 도저히 사람이 할수 있는 행동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음식을 먹으려하지 않았고 씻지도 않고... 낯선땅에서 외로움에 지쳐 체력이 바닥나 앓고 있던 몸살로만 여겼다가 언니의 이상한 행동에 그 집안뿐만 아니라 동네아줌마들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식의 이상한 행동에 어찌할바를 몰라 걱정하고 있던 그 언니의 부모를 대신하여, 동네아줌마들이 머리를 맞대어 내린 결론은,
첫째, 언니가 몹시 지쳐서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과,
둘째, 충격을 받아 무척 놀라서 자신의 생각과 의지가 아닌 다른 영혼이 들어가서 조정받고 있는 것 같다.
로 정리가 되었고, 해결방법으로는
첫째, 병원에 가서 정신과 치료를 받자는 쪽과,
둘째, 마침 동네에 무당이 있으니 그사람한테 보여보자는 의견으로 나뉘었습니다.
40여년 전, 그 당시에 정신과치료? 하면 정신병자로 몰아갈 때며, 일반병원에는 없었기에 큰병원에 가서 무조건 감옥같은 병실에 갇힌다고 생각했던 시절이라 회피하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그리하여 아줌마들은 일단 그 언니를 무당한테 먼저 보여보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아 언니엄마에게 권했다고 합니다.

무당이 나타나자, 그 언니는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자꾸만 피했고, 무당은 큰소리로
"나와봐. 내가 네 억울함을 풀어줄테니 어서 이리와봐."
하고 명령조로 소리질렀답니다. 그랬더니 언니가 앞으로 나왔고... 이후 가족들과 가까운 친지를 불러 굿을 했다는 소문이 들렸고, 언니는 동네를 오가며 우리들과 마주쳤습니다. 아픈 사람 같지 않았고 예전모습 그대로였기에 동네 아줌마들 말이 꼭 거짓말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후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 언니집에는 친척중에 젊은나이에 자살한 원혼이 유학으로 심신이 지쳐있던 연약한 언니의 몸에 들어갔다는 것이었고, 무당은 그 원혼을 달래서 좋은 곳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그리고 뭐 언니옷을 태웠다고 하던가 뭐 이상한 절차도 치루고...
배우 김수미씨는 자신이 겪은 빙의를 어렴풋이 기억하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엉뚱한 행동도 하고, 남들이 지저분하다고 씻으라고 해도 씻지도 않고 뭐 그랬다는 일상을 더듬어 자신이 쓴 책에 기록하기도 했지만, 우리 동네 그 언니는 자신이 빙의를 겪었다는 것조차 기억을 못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는지? 일체 그부분에 대해서는 집안에서도, 동네에서도, 쉬쉬했기 때문에 그렇게 묻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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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혼을 보니, 악한 일을 저지른 범죄자를 혼내려던 범죄심리학 전문가가 도리어 악의 올가미에 씌워지는 현상을 나타낸다는 줄거리를 보고 소름이 끼쳤습니다. 기싸움에서 이기는 쪽이 내 의지를 지배하는 것임을 책을 통해서, 어른들의 훈육을 통해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빙의된 사람의 행동은 정상인하고 확실히 다릅니다. 복수를 위해 빙의된 몸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단지 자신의 영혼을 달래달라는 호소로 빙의된 몸을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이를 가만히 두면 보통사람들 눈에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미친사람'으로 보여질 수 밖에 없는, 무서우면서도 가엾고 안쓰러운 병의 일종으로 여겨집니다.

빙의!
빠른 치료를 위해 할수 있는 것이 현대과학으로 입증할 수 없는, 영혼과 영혼의 대화로 푼다는 방법이 신기하면서도 두렵게 느껴짐은, 드라마에서도 정신분석 상담의가 등장하지만 설명이 가능한 방법으로는 효과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치료로, 무당의 굿으로, 또는 최면술로, 절에 계신 스님을 통하여, 혹은 퇴마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의 의식을 통하거나, 간혹 교회 목사님의 기도를 통해서도 귀신을 물리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이는 한결같이 과학적으로 입증이 안되는, 믿기지 않는 혼란스런 방법으로 우리 영혼의 문제를 해결한다는... 공통점을 짚어보았습니다.